비공개로 굴리고 있었던 Unique Melody Max 4주 간의 정리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살짝 망가져 있어서 연차 쓰고 쉬는 중입니다..;;
쉬는 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비공개로 굴리던 녀석 소개나 할까 싶어서 간만에 글 적어봅니다.
지난 5월 22일 옆 동네 공동구매에서 구매한 Unique Melody Max 입니다.
원래는 홍콩 88대 한정판으로 나왔다는데 그쪽에서는 별로 안 나간 건지
이번에 수입사에서 재고를 끌어다가 공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기존에 사용하던 OH700VB에 만족하고 있었던 터라 처음부터 얘를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옆 동네에서 정보 나오는 걸 보고 좀 뒤져 보다 얘가 골전도 드라이버를 사용했다는 부분이 끌렸습니다.
최근 UM의 골전도라고 하면 압전 계열의 골전도로 직접적인 골전도를 노리는 게 아닌
진동에 따른 고음역대의 보조 역할로 굴리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얘는 그게 아니고
예전 MEXT 때 들어간 OBC 골전도 드라이버를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약자로 썼는데 O가 Original이라 딱히 풀어 쓸 의미가 없는 단어입니다..;;)
예전 영디비 글에서 MEXT 평가도 제법 괜찮게 나왔던 걸 봤었고 일단 못 접해 본 물건이어서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궁금하여 소위 '찍먹'으로 계획하고 구매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얘는 기기 추가도 아니고 한 번 들어나 보자 하고 '유료 청음'으로 계획된 물건이었습니다.
(어차피 UM은 청음샵에 잘 풀리지도 않다 보니..)
구매 후 리뷰도 보고 내용이 귀로 들었을 때 얼마나 잘 반영될까 궁금해 하다가 5월 23일 수령하였습니다.
패키지 겉면은 UM 구형 모델들의 패키지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얇은 검은 색 박스입니다.
그리고 박스 윗면에 유닛 형태의 UM 로고, 양 옆으로 이게 Max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와중에 OBC 드라이버를 OCB로 잘못 표기한 게 개그 포인트입니다..)
요즘 저렴한 이어폰들 패키지도 많이 발전한 것에 비하면 겉면은 정말 단촐한 느낌입니다.
겉 상자를 열면 안쪽에 본 패키지가 나오는데 얘도 예전 UM 패키지 스타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겉 상자와 마찬가지로 본 패키지 양 옆에도 동일하게 Max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이 스티커 없었으면 얘가 Max 패키지인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앞쪽 뚜껑은 자석으로 되어 있고, 이걸 열면 위쪽에 이어폰 케이스가 담긴 파우치가,
아래쪽에 기타 부속품이 들어가 있는 서랍이 있습니다.
서랍 앞면에는 UM에서 자주 쓰는 아인슈타인의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서랍을 꺼내고 위쪽 뚜껑을 열면 부속품들이 나오는데, 특별한 건 크게 없고
기본 이어팁 패키지, 관리용 융, 여분의 교체용 필터, 그리고 보증서를 겸하는 UM 블랙 카드가 나옵니다.
생산연월이 2023년 5월이면 Max가 홍콩에서 출시된 게 좀 됐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액세서리에서도 최근 UM 제품들의 구성에 비하면 확실히 단촐한 편입니다.
이어폰 케이스를 보호하는 파우치가 엄청 하얀 물건이라 실사용은 못 하겠더군요..;;
(사진은 워낙에 발로 찍어서 그림자 때문에 어둡게 나왔습니다..)
케이스도 UM 모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케이스이고 지퍼로 뚜껑을 열면
유닛 보호 파우치에 담겨 있는 Max 유닛과 케이블이 나옵니다.
이번 Max 케이블은 기존에 UM에서 많이 굴리던 PW Audio 케이블이 아닌
Erua Audio에서 만든 케이블이라고 하더군요.
패브릭 소재 같은 건 없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은 안 나지만 전체적인 만듦새는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이전 PW Audio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았던 게 단자 쪽 단선 문제였는데
이번 Max 케이블에서는 단자 안쪽으로 튜브 마감으로 하고 여유를 많이 줘서
단자 쪽에서 단선될 위험성이 거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최근 MEST MK3 케이블도 이와 유사한 케이블로 바뀐 것 같던데 이건 정말 괜찮은 변화로 보입니다.
(이전 케이블은 뻣뻣해서 사용성에서도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
유닛 디자인도 UM 다운 깔끔하지만 화려한 디자인에 보라색이 중심이 되는 패턴으로 전면을 둘러놓았습니다.
드라이버 구성이 1DD+4BA+1EST+1OBC라 그만큼 부피가 되어서 두께가 상당한 편입니다..;;
그래도 두께를 제외한 사이즈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어서 착용에 무리가 있는 수준은 아니겠더군요.
(물론 제 귀는 이 정도 크기는 쉽게 커버가 되긴 하지만..)
유닛 밑면에 특이한 금속 플레이트가 있는데 이게 OBC 드라이버 겉면에 해당됩니다.
저 겉면에서 안쪽으로 코일과 자석이 위치하여 진동을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이 진동이 꽤 유의미해서 유닛을 벗어두고 살짝 큰 음량으로 재생한 후 유닛을 만져 보면 진동이 체감될 정도입니다.
이게 유닛 밑면에 있어서 골전도가 될까 싶겠지만, 저 드라이버 위치가 유닛 안쪽에 가까운 게 포인트여서
유닛의 안쪽 면의 진동을 통해서 전달되는 형태로 보면 될 듯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적겠지만 이어팁 선택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착용하면 대충 이런 형태가 됩니다.
제 귀에서는 사이즈는 큰 문제가 없었고 유닛 각도도 이전 MEST MK3 사용했을 때보다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두께가 꽤 있는 편이고, 제 귀가 전면에서 보면 플레이트가 앞쪽에서 잘 보이는 정도로 꺾여 있어서
유닛의 존재감이 다른 이어폰에 비해서도 꽤 큰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색상이 튀지 않는 보라색이라 밖에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은 없는 편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개봉에서 착용했을 때의 얘기이고 이후부터는 막귀의 감상평을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지금은 한 달 정도 지난 편이라 더 좋은 리뷰/후기들도 많이 나와서 이후 내용은 별 도움이 안 될 듯하군요..;;
제 후기보다는 측정치가 참고가 될 듯하여 넣어두겠습니다.
(출처: 청년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takeitslow7/223455306109)
<단점>
1. 이어팁 매칭
가장 큰 단점이자 제대로 된 소리를 듣기 위해 가장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OBC 드라이버가 제대로 골전도 효과와 진동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유닛면이 최대한 귀에 밀착되어야 합니다.
이게 이어팁 큰 사이즈로 이도 입구를 밀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해서
이어팁 테스트를 좀 많이 해야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기본팁이 잘 맞아도 문제가 좀 있는 편인데,
기본팁의 노즐 결합부 길이가 TWS 이어팁 정도로 짧다 보니 고정력이 매우 약한 편입니다.
(실제로 귀에서 뺄 때 이어팁만 분리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orz)
이 Petal 이어팁이 MEST MK3 때부터 들어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MEST MK3와 노즐부가 좀 달라서 그런지 Max에서 유독 고정력이 더 약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잘 맞는 이어팁을 선정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편입니다.
<현재 제 귀 기준에서는 엘레텍 바로크 이어팁 L 사이즈가 기본팁의 소리에 근접하면서 가장 잘 맞는 상태입니다>
2. 다소 인공적인 소리의 느낌
다중듀서 이어폰들이 대부분 1DD 이어폰에 비해 이 부분이 약하긴 한데
Max는 확실히 자연스러운 느낌은 많이 없는 편입니다.
특히 저음역대의 울림이 상당히 많이 배제된 느낌이라 보통 저음의 울림이 들릴 법한 소스에서도
울림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또렷하게 나와서 이런 느낌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이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칼같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자연스러운 맛은 확실히 없는 편입니다.
(다만 이게 잔향 표현이 안 좋다와는 또다른 측면이어서 표현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3. DD 드라이버 플럭스
UM은 기본적으로 덕트 이외의 이압 해소 홀을 만드는 걸 안 좋아하는지
착용할 때에는 이 드라이버 플럭스(진동판 찌그러지는 소리)를 그대로 두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 Max에서도 이 드라이버 플럭스는 착용할 때마다 살짝 신경 쓰이게 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전 MEST MK3보다 귀에 잘 맞는 편이어서
한 번 착용할 때 말고는 손 댈 일이 적어서 드라이버 플럭스 경험 빈도가 줄어든 편입니다.
다만 이건 드라이버 플럭스에 대한 반응이나 귀에 따른 편차가 있을 거라 개인차는 존재할 듯합니다.
<장점>
1. 정보량
이름에서부터 Max인 게 잘 체감될 정도로 정보량이 무섭게 다가옵니다..;;
단순히 어느 음역대가 특출난 것도 아니고 전 음역대에서 매우 높은 정보량을 귀에 꽂아버립니다.
드럼의 판 떨림, 현악기의 현의 떨림, 심벌즈의 찰랑거림이 마지막 사라지는 순간까지 잡히는 데다가
몇몇 음원에서는 녹음에서 잘못 담긴 미세한 노이즈까지 그대로 들려줍니다.
물론 음량을 올리면 다른 이어폰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겠지만
얘는 그 음량을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전부 잡아내다 보니 듣다 보면 소름이 돋을 때가 종종 있더군요..;;
MEST MK3 때에도 UM의 정보량은 충분히 체감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예상했던 양을 뛰어넘을 정도로 때려넣어서 더 놀랐습니다.
2. 밸런스
이렇게 정보량이 많으면 어딘가 피곤해지는 부분이 생기기 쉬운데 Max는 그 부분을 교묘하게 처리했습니다.
MEST MK3도 정보량은 좋은데 오래 듣기에는 귀가 썩 편하지 않은 느낌이어서 최종적으로 방출했었는데
Max는 고음역대의 정보량이 그렇게 많은데도 튀는 부분이 체감되지 않게 잘 다듬어 놓았습니다.
저음역대도 울림이 적은 편에 단단하게 나오는 편이고, 소스의 저음역대 이상으로
저음역대를 과장하지 않아서 원곡의 분위기를 해치는 일도 없었습니다.
측정치로 보면 중음역~중고음역대가 상당히 많이 빠지는 것처럼 나왔는데
청감상으로는 보컬이 밀린다는 느낌도 없고 남성/여성 보컬 표현력도 매우 좋은 편이었습니다.
번개 후기에 SunRise님이 중국의 웨스톤으로 평가하셨던데
편한 와중에 높은 정보량이라는 특성으로 보면 꽤 공감가는 평가로 생각됩니다.
3. 공간 특성
이전 OH700VB에서도 적었던 내용인데, 저는 이어폰에서 스피커 소리 모사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OH700VB는 정말 극단적으로 가까운 이어폰스러운 소리였는데
Max는 그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으면서 충분히 가깝고, 그러면서 전체 공간을 거의 구형에 가깝게 잡아놓았습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소리는 이어폰 착용 범위 이상의 영역에서 맺히기도 하고
반대로 가까이 있는 소리는 정수리에 꽂아넣을 정도로 가깝게 위치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각 구성 요소들의 배치나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에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청음으로 쌓아 둔 데이터베이스도 있고, 슬슬 만족할 단계가 되었다고 싶어서
훨씬 비싼 걸 들어도 감흥이 별로 안 오는 단계에 있었는데
'찍먹'하려고 구매한 물건에서 오랜만에 충격을 세게 받은 물건이 나왔습니다..;;
결국 원래 메인을 밀어내고 4주 넘게 새로운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군요.
헤드폰에서 Auteur Classic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도 비슷한데,
이제 이어폰에서도 드디어 만족스럽게 정착할 물건을 찾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덤으로 꼬다리 쪽도 확정된 상태이니 이제는 거치형 장비 고민을 좀 더 충실히 해 봐야겠습니다.
(다만 비용 지출이 꽤나 커서 한 숨 고를 기간은 필요하지만.. orz)
뱀발. 제가 이런 종류 글을 잘 안 적는 이유가 이번 글에도 있는데 이 글 완성하는 데에 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댓글 33
댓글 쓰기마호님의 선택을 받은 이어폰이군요... 좋은리뷰 잘 봤습니다. 언젠간 청음해보고 싶네요 ㅎㅎ
덧) 건강챙기세여 뼈만 있으셔서....ㅠㅡㅠ
PS. 다른 글에도 댓글 달았지만 건강은 생각보다 좋은 편입니다.
(키 대비 체중도 적당한 편이고)
정성스러운 리뷰 잘 봤습니다
Mest랑 Mext가 함께한 MAX.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느끼신 단점 3개를 MEXT 처음 쓸때
비슷하게 느꼈는데 조금은 다르네요.
UM MAX
소리가 좀 과하게 인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재밌는 IEM인듯 합니다.
그런데 88대가 다 안팔렸다는건 충격적이네요.
고가 유선 제품 파이가 얼마나 작은지 이번 Max를 통해서 체감했습니다..;;
(공구로 끌어다 들이는 이쪽이 기형적이겠지만)
UM은 많은 제품을 내면서 각 제품이 일정이상 실력을 갖춘 게 참 대단합니다. Merlin 같은 옛 제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하고 오랜시간 최상급 iem 브랜드로 제자리를 지키는 저력이 확실히 있어요. 이만큼 훌륭한 리뷰면 사용기에 적으셔도 됐을 것 같은데요. ^^ 잘 보았습니다!
이번 Max는 확실히 만족스러운 소리였습니다.
전 제품 얘기 말고도 사담이 섞인 게 많아서 그냥 여기에 적는 게 편하더군요..;;
혹시 아즈라 크리스탈은 잘 안맞으시는지 궁금하네요. 메막삼에 찰떡이었습니다.
크리스탈은 좀 높은 편이라 OBC를 살리기 위한 Max에서는 잘 안 맞았습니다.
(제 귀가 크리스탈 이어팁과 상성이 잘 안 맞는 것도 있고..;;)
반대로 OH700VB를 밀어내는 결과가 되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맥스가..마호님 물건이었군요..대부호님 ㅎㅎ
(이번 달은 예상 외 지출도 생겨서 살짝 위험한 수준이고..)
하지만 이젠 더이상 여력이 없는 ㄷㄷㄷㄷ
급습만이!!!ㅌㅌㅇ
um에서 qdc스러운 범용성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ㅎㅎ
qdc만큼 여기저기 굴리기 좋은 UM은 확실히 드문 것 같습니다.
후기 잘 봤습니다. 아주 잠깐 들어서 마호님이 말씀하신 부분들을 다 느껴보지 못한게 아쉽군요.
다음에 또 들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기 청음과 장기 사용기는 그래서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다음에도 계속 굴리고 있을 거라 들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덧. 피아노숲 1집 마지막 트랙 시작하면서 오른쪽에 노이즈 끼는 걸 Max로 듣고 처음 알았습니다..;;
캐릭터가 워낙에 독특한 물건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정성스러운 후기 잘 봤습니다. 궁금증이많이해소되고 뽐뿌가 오네요 ㄷㄷ
(번개에서 멘토와 맥스가 엇비슷하다는 의견도 들었어서)
다만 UM은 청음할 데가 정말 없다는 게 절망적입니다.. orz
(10BC면 저 사이즈로는 감당도 안 되는..)
메이븐 프로는 안 들어봐서 모르겠고 MEST MK3보다는 안정적인 소리입니다.
역시... 마호님만큼 멋진 리뷰 쓰시는 분 찾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