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db
가끔 들어와 눈팅만 하다가 요즘 읽게 된 몇 가지 이슈를 접하고서 몇 해 전에 접했던 변태스런 앨범을 떠올리게 되었답니다. 바로 토론토의 글렌 굴드 스튜디오에서 2006년에 녹음된 글렌 굴드의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 앨범이죠
글렌 굴드 사망 후 24년이 지나 녹음된 이 괴이한 앨범은 글렌 굴드가 아닌 Zenph Studios가 개발한 Re-Performance™라는 기술로 야마하 Disklavier Pro 9피트 그랜드피아노(일반 Disklavier보다 8배 더 정밀하게 디지털 인코딩된 연주 가능)에서 연주-재현 되었답니다. 이들 프로세스는 녹음된 피아노 연주를 분석하고 주변 소음에서 음악적 속성(음의 높이와 지속 시간, 건반을 치는 속도, 건반 릴리즈 등)을 분리해내어 해당 속성을 디지털 방식으로 인코딩하여 Disklavier Pro같은 고해상도 컴퓨터 제어 피아노에서도 연주를 재생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굴드 피아노 조율사의 컨설팅까지 받았다더군요. 녹음에 없는 건 삐그덕 거리는 굴드의 의자 소리와 흥얼거림_뿐?
여하간 이 무결성 변태같은 앨범을 소환한 이유인즉 연주자 없는 피아노의 좌석에 디지털 귀대가리 Neumann KU 100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로서 앨범의 [01-32번] 트랙과 [33-64번] 트랙은 동시간대 레코딩이지만 전자는 스테레오 버전, 후자는 바이노럴 레코딩 버전으로 나뉘게 됩니다. 그리고 전자와 후자의 연주를 비교 청취해보시면 후자에서 굉장히 익숙하게 타겟팅 되어진 소리를 들려주는데요; 당시 이 앨범을 접하고서 헤드폰의 목적과 기준이 바뀌었던 기억이네요.
아무래도 오디오시장이 객체지향으로 발달되다보니 아티스트가 들려주고자 하는 소리가 말단 소비자의 경제사정이나 관심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전달된다는 부분을 건드리는... 적어도 클래식계열 음악감상 과정은 절차지향이 맞는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말이 거창해지네요. ㅋ 불가능한 바램이라면 소비자 대신 레코드사에서 비싼 돈을 쳐들여 바이노럴 레코딩으로만 녹음해서 녹음실과 공연 모니터링에나 필요한 전문 헤드폰 없이도 온전히 좋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오! 멋진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