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테빠가 베이어에 꽂히고 있습니다.

베이어의 고질적인 단점은 배경 표현에 굉장히 인색하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배경 표현에 강점을 갖는 오테의 빠인 제가...

DT990 프로를 들으면서 베이어의 소리에 점점 빠져드네요.

프로덕션 컨셉 자체가 여지를 남기는 면에서 매우 여성적인 느낌이기도 합니다.

설계와 제조의 완벽함보다는 유저에게 여지를 남겨둔 측면에서.

메커니컬한 측면에서의 빈틈을 채워야겠다는 유저의 능동성을 자극합니다.

다른 것보다도, 드라이버 뒤로 확 빠지는 소리들이 다 돌아오지는 못해도

상당량이 되돌아 배플의 댐퍼를 뚫고 앞으로 들어오며 만들어지는 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오테가 스테이지 자체의 무게감을 그린다면,

베이어는 스테이지에 울리는 기음의 무게감을 증폭하는 듯한 측면이 있습니다.

올바른 표현법은 아니겠으나, 나름의 매력이 상당하네요.

같은 체급의 플래그쉽인 T1과는 접근이 매우 다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전적인 구조가 전해주는 매력도 상당합니다.

W100과 비슷한 듯 다른 면모가 있는데,

W100은 드라이버 구조물로 보면 자체 댐핑이 상당히 많이 되는 구조임에도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앰프의 댐핑 컨트롤이 상당히 중요해집니다.

하우징 구조마저도 공진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구조임에도 그러합니다.

DT990 프로는 전기적인 댐핑으로 어찌어찌 소리의 모양새는 잡아가는데,

드라이버 형태로 보면 댐핑 구조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하우징 구조물 자체도 올 플라스틱에 공진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어찌보면 둘 다 앰프의 댐핑 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은데,

원인을 보면 좀 정반대인 느낌입니다.

DT990 프로에 더 빨리 친숙해지고 있는 건,

스피커에 가까운 느낌이라서인 듯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보다 빠르게 그려집니다.

오테보다 오히려 우드 하우징 적용이 더 필요했던 건 얘가 아닌가 싶습니다.

플라스틱 하우징의 낭창임이 HD660 계열보다도 훨씬 심각합니다. ㅋㅋㅋ;;

드라이버 앞을 두터운 펠트로 덮어 댐핑한 DT880은 정말 양반이예요.

DT990은 노멀과 프로 둘 다 드라이버가 한껏 떨도록 해두고는

그 뒤의 처리는 순전히 유저가 알아서 하도록 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노멀의 하우징 낭창임이 훨씬 덜하다는 정도.

프로는 손가락으로 몇 포인트를 잡아주기만 해도 하우징의 낭창임이 확 줄어듭니다.

즉, DT990은 DT880의 리미트 해제 + 나머지는 님이 알아서 하셈. 이라는 느낌.

미리 리미트를 걸지 않고 유저에게 여지를 남겨둔 듯한 느낌이

제게는 정말 취향에 잘 맞긴 합니다. 잘 골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