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파이 취미에 갓 입문한 사람들에게 드리는 팁(청음샵)

어떤 질문글에 답변하다 보니 길어졌는데 그냥 댓글로 남겨두긴 아까워서, 그 내용을 가져와서 글로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다

제목에 헤드파이 취미라고 적은 거는...저는 음악 감상도 좋아하고 헤드파이도 좋아하는데, 주로 정성을 쏟는 곳은 헤드파이이기 떄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헤드파이에 대해 막 조예가 깊다거나 한 건 아니고 항상 그냥 이것저것 알아보는 걸 재밌어하는 편입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새로운 걸 알아갈 떄마다 어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음향기기 중에 헤드파이를 콕 찝은 이유는... 스피커 쪽은 아직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저는 음향기기 취미에 입문할 때, 청음샵에 발길도 들이지 않은 채로 입문했습니다. 아마 대부분 시작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음샵이라는 공간을 추천받아도 갈 생각이 별로 들지 않고, 그냥 좋다는 제품 사서 써볼 생각만 듭니다. 이 제품이 좋다면 좋은가보다 하고 사게 됩니다.

좋다좋다 말하는 제품을 추천받아 들어보지 않고 구매하는 것, 물론 이런 것도 재밌는 구매고, 모두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기기를 사는 것보다는 좋은 구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사실 음향기기는 가격이 만족도와 의외로 비례하지는 않고, 사람들이 좋다좋다 하는 물건도 내게는 별로인 물건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성향이나 청음곡, 착용 방식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만족도가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일례로, 지금은 데논에 흡수된 NURA시리즈는 사람마다 귀 프로파일을 분석해서 다른 소리를 적용해서 들려줍니다. 다른 사람 프로파일을 한번 들어 보면, 다른 소리가 납니다. 사람마다 귀가 달라서 다르게 들린다는 뜻이죠.)

그래서 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아직 다양한 제품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쓰는 음향기기보다는 좀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같은 생각을 하는 분께는 청음샵 방문을 적극 추천합니다. 서울 셰에라자드, 이어폰샵 정도면 국내에 현재 유통되는 왠만한 제품은 다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 곳만 간다면 셰에라자드 강추입니다. 가진 이헤폰을 새로운 소스기기에 매칭하거나 반대로 소스기기를 새로운 이헤폰에 매칭하면서 들어본다면, 내 소스기기에서 더 좋게 들리는 이헤폰, 또는 내 이헤폰에 더 잘 맞는 소스기기가 느껴집니다. (보통 전자가 더 드라마틱하긴 합니다)
그리고 청음샵에 가면 이어팁, 커스텀케이블 같은 악세사리들도 있습니다. 커스텀케이블은 보통 소리 변화를 위해서는 비추지만(왠만하면 정품케이블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어팁 같은 경우는 이것저것 교체해서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변화가 생각보다 크거든요. 의외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잘 긁어주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요즘 무선들 참 잘 나오는 거 같아서 무선 제품도 청음 많이 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청음샵에 무선 제품도 엄청 많습니다.) 물론 무선 음질에 불만족해서 유선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건 알지만, 요즘 기술 발전이 다 무선 기기 쪽으로 몰려서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옛날에는 무선 화이트노이즈 장난 아니어서 음질은 유선이지! 였는데 이제는 품질이 전반적으로 매우 좋아졌고, 기술적으로 구분이 힘들 정도로 고음질이기도 하고, 설계단계에서 DSP를 적용한다는 점 떄문에 오히려 튜닝 면에서는 무선이 더 탁월한 경우도 많지 않나 싶습니다. 유선은 이제 극한으로 짧은 딜레이를 원하는 사람이나 음향기기 족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거추장스러움을 감수하고 쓸만한 물건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청음샵에서 이것저것 청음하다 보면 내 취향 저격인 초 고급 유선 이어폰같은 거 들으면 뿅 가고 꽂혀서 거금 주고 사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그래서 보통 청음샵을 위험하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수중에 돈이 넉넉해서 그냥 산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우선 이 음향기기라는 게 항상 그런 좋은 경험을 들려주는 것만은 아니기도 하고 (주변 소음, 어떤 곡을 트느냐, 내 귀 컨디션, 볼륨 등...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요즘은 무선이 워냑 잘 나오다 보니 유선 사도 무선보다는 손이 덜 가기 마련입니다. 세상에는 꼭 청각적인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대표적으로 시각: 카메라랑 디스플레이도 돈 많이 꺠지죠...) 예산을 합리적으로 사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떤 비싼 제품에 필이 팍 꽂히는 경우가 당연히 있겠지만, 의외로 이것저것 제품 듣다 보면 그렇게 비싼 게 아닌데도 만족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물론 좋은 건 보통 비싸긴합니다...어흑)


아무튼 말이 길어졌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즐거운 음감생활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