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파오디오 코멧, 아틀라스 청음기

판매가 시작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매장에 달려가봤습니다
청음용으로 꺼내놨더군요
코멧 먼저 들어봤습니다
정말 좋네요
목소리가 약간 멀리서, 약간 눅눅하게 들리는 감은 있습니다
er4의 완전한 대안은 역시나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윗쪽 끝의 살랑대는 소리와 아랫쪽 끝의 깊은 소리가 다 나와요
색감도 굉장히 진하고 싱싱합니다
특이한걸 두가지 꼽을 수 있는데, 첫번째로 저음이 가볍습니다
피치가 높게 들리거나 허전하게 비어있는게 아니고, 굵직하고 뚜렷하게 들려야만 하는 킥드럼의 떱떱거리는 소리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전부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볍네요
er4와 535와 원모어 쿼드를 갖고있는 상황에서는 안드로메다와 카이저조차 전향적인 마음으로 시도해봐도 전혀 뽐이 안 왔는데, 이건 내년 오기 전에 슬그머니 살 것 같습니다
두번째 특이한건 공간감입니다
잉베이맘스틴의 앨범중에 대표곡 far beyond the sun으로 유명한 rising force가 있지요
이걸 헤드폰 말고 스피커로 들으면 잉베이가 얼마나 희귀한 타입의 또라이인지 비로소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소리가 저쪽 구석에서 왱알앵알거리는 가운데 기타만 아이맥스영화관 d열에 앉았을 때 보이는 화면과 비슷한 높이에서 나를 내리밟듯 들려옵니다
스탠딩공연장 맨 앞에 서면 결국 공연자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으니 그런 기분으로 듣든지 말든지 하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물론 진실은, 나님은 기타의 왕중 왕 신중 신이니 모두들 경배하라! 는 포고문입니다
이어폰 최초로, far beyond the sun의 소리가 머리통 한 가운데 귀와 귀 사이가 아니라 이마 높이까지 올라왔습니다
자세를 10초만 유지해도 뒷목이 쑤셔올 정도로 고개를 올려야 할 각도여야 하지만, 이어폰이라서 고개를 들게 하지는 못 하고 위로 올라갔네요
이 시점에 살짝 전율이 왔음...

그리고 아틀라스
노래하는 목소리가 코멧보다는 좀 덜 눅눅하게 들립니다
far beyond the sun의 높이가 역시나 미간과 이마쯤으로 올라서있고, 코멧과 마찬가지로 톤이 싱싱하고 진합니다
듣는 중에 둘이 캐릭터가 적잖이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집에 와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거 드라이버가 다르네요
아무튼 비슷합니다
그리고 두 이어폰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제가 상당한 고성능 고해상도 이어폰들의 공통된 단점으로 꼽고 싶어하는 특징인 나서고 오바떨어서 주의력을 빼앗아가는 느낌, 치찰음, 고막의 뻐근함 등의 부작용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음색은 더없이 찐하고, 그리고 정보량이 굉장히 많은데도 머리 어지럽고 혼란스럽지가 않아요
지금 먹어주는 하이엔드 이어폰들과 완전히 구분될 수 있는 새 패러다임의, 차세대 하이엔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틀라스 얘기로 돌아가서, 이거 저음이 되게 희한하네요
저음역이 많이 나오는 헤드폰 청음기 보면 천둥같은 베이스, 바윗돌같은 저음, 망치로 때리는 듯한 타격감 같은 표현 많이 나오잖아요
아틀라스의 저음은 뭐랄까 층간소음같네요
아틀라스는 소리와 초저주파의 경계에 있는 일종의 rumble현상을 그냥 아주 낮은 소리처럼 아주 잘 들리게 해주는 이어폰입니다
이건 좀 많이 비싸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에버노트 위시리스트에 이놈도 같이 적어놨습니다

단점이 딱 한가지 있는데, 코멧의 번들 4극케이블이 귓바퀴 뒤로 선을 돌리는 기존 캠파이어폰용 그대로라서, 뒤로 안 돌린 채 끼니까 리모콘이 입에서 너무 머네요
저열한 통화음따위 이걸로 듣고 싶지 않으니 저한테는 문제가 아닙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