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R-V900 청소 후 소리 변화...
폼 디스크 잔해 정도 남아있어도 그게 그거지 싶어서
과감히 선 청취 후 청소를 했는데, 아...?
소리가 좀 달라졌습니다.
(죄송합니다 ㅋ)
현 시점의 소리면 후기형 HD 버전보다 성능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리의 질감은 확실히 더 낫습니다. 속이 제법 차 있어요.
비정질 다이아몬드 증착 진동판에서 날아오는 해상력이나 정보량은
동사의 PET보다는 낫지만 바이오셀룰로오스보단 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당시의 소니 모델답게 배플의 댐퍼 면적이 매우 좁습니다.
이어컵의 내부 공간은 좁고 드라이버는 돔 사이즈가 작은 느낌의 소리입니다.
모니터링 모델은 아니나 그 계열의 디자인이라 하우징이 매우 작습니다.
결국 공간감이 좁고 스케일도 작으며 정보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스피드는 상당히 쾌속입니다.
이 덕분에 바이오셀룰로오스에 비하면 앞뒤 타이밍의 소리 엉킴이 덜합니다.
단, 그만큼 소스의 정보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듣기 곤란한 소리가 납니다.
낮은 비트레이트의 음원에서 중~고역대의 선풍기 날개에 갈리는 소리가
매우 쉽게 들려버립니다.
앰프보다도 소스와 소스기기에 좀 더 신경써야 한다고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CD900ST보다는 두루두루 무난한 소리입니다.
이 시기의 소니 헤드폰들이 대개 그렇듯, 번인이 큰 변수이니 지켜봐야죠.
지금보단 더 좋아질거라 생각합니다.
뭐 소리 변화는 수명이 갉히는거라 더 나빠지는거라는 등등...
그런 일은 아직까지는 겪어본 일이 없습니다.
제품 수명에는 구동시간보다는 오히려 폼 댐퍼류의 노화가 더 결정적입니다.
하여간 이걸 듣다가 HD569를 들으면 성능 수직 상승이 확 체감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ㅋ
독일의 고성능 헤드폰 전문 브랜드인 젠하이저의 그 유명한 sys38가 채용된,
20년이나 지난 뒤의 최신형 헤드폰이니.
다만 불쑥 솟아오른 저역과 2~3KHz대의 돌출감 때문에 다소 꽥꽥거립니다.
하여, 사고의 흐름은 좀 더 무난한 밸런스의 SRH840으로 흘러갑니다.
비슷한 디자인에, 모니터링 헤드폰에서도 명성을 얻게 된 슈어의 제품에
하만 타겟인 840A와는 달리 DF 쪽입니다.
이 스타일에서 좀 더 끝까지 가 보면 이런 것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이런 타입들 중에서는 가장 쿨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옆길로 샜네요.
하여간 저런 쏘쿨하고 현명하며 세련되고 합리적인 선택을 마다한 것은,
소니가 한창 물량 투입을 하던 그 시절만의 특색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만큼의 성능은 아니어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만족합니다.
다만, 뒤를 돌아본 채 앞으로 나아가는 정서인 것 같아 약간의 우려가.
이미 가진 헤드폰들 중, 신형이라 할만한 건 HD569 딱 하나이고
나머지는 죄다 20세기말 물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적 여력이 생기면 쌔끈한 최신 하이엔드 오디오가 아니라
빈티지 오디오를 붙잡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댓글 8
댓글 쓰기가장 번거로운게 삭아 부스러진 폼을 정리하는 일이네요.
이헤폰에는 패드류 제외, 역시 폼을 쓰지 않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HD650도 폼 디스크를 새로 갈아넣으려다 그냥 포기하고
메쉬 스크린으로 대체할 생각입니다.
폼 디스크가 삭으면 정말 오만데에 다 들어가 박히더군요.
지난 이십 몇 년간 장터에 거의 올라온 적이 없었거든요.
실사용 보유했다가.. 짐정리 차원에서 당근에
헐값에 올리고 처분했었는데, 올리신 V900을 보니
Z700 생각나네요 ㅎ
20년 넘게 잘 사용했었고 제 헤드파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제품 수명도 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