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의 어느 날...
벌써 13년 전이군요.
2011년 7월 27일, 비가 엄청 쏟아붓던 아침이었습니다.
(참조 : 2011년 중부권 폭우 사태 - 나무위키 (namu.wiki))
용인 신갈에서 서울 양재로 출근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는 겁니다!!
길도 이상하리만치 심하게 막히더군요.
지각하겠는데?!
버스 앱을 켜보니.
(UI 봐라, 도대체 언제적 거냐...)
(뭐긴 뭐야, 아이폰 3GS지...)
같은 노선번호의 버스들끼리도 저렇게 띄엄띄엄 왕창 몰려있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더군요.
아니, 무슨 일이 생겼나...?
저 때만 해도 스마트폰 초창기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없었던가 비쌌던가,
게다가 느려터진 3G였습니다.
유튜브? 폰으로 가능한가요? 하다못해 단순 웹서핑조차도 속도가 시원찮던 시절.
그래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찾아볼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다 하던 때도 아니었고,
요즘처럼 대중교통에서 사람들이 죄다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일은 없었죠.
연이어 몰려오던 버스들 중 몇 대는 이미 초만원 상태라 그냥 지나가고,
바로 뒤에 줄지어 오던 버스들 중 자리가 있는 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가는데...
황당한 장면이... ㅋ
21세기의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었죠.
황당했습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지...
신발이랑 바지 안 젖는 건 이쯤에서 이미 포기.
...아. 안 되겠다.
잘못하면 맨홀에 빠져 익사하겠다 싶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회사에 전화하려던 참에, 매니저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더군요.
"출근하지 말고 돌아가."
폭우로 침수된 경우, 가장 위험한 것들 중 하나가 맨홀입니다.
흙탕물이라 맨홀이 안 보이는 건 1차적인 문제입니다.
물이 역류해서 맨홀 뚜껑이 열린 뒤라면 그 속은 물이 이미 꽉 차 있다는 얘기죠.
도로의 물이 그 안으로 쏟아들지 않기 때문에 맨홀 위치를 알 수가 없습니다.
멋모르고 지나가다가 뚜껑 열린 맨홀에 발을 딛는 순간 끝장입니다.
맨홀 안에 빠진 뒤 거기로 다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물에 휩쓸려 맨홀 위치를 벗어나면 에어포켓도 없는 하수로에 갇힙니다.
하여, 폭우로 도로가 잠겨 바닥이 안 보이면 절대로 걸어가면 안 됩니다.
보트를 타든지, 되돌아 가든지, 되돌아 갈 길도 막히면 119를 부르든지...
차량으로 이동 중이던 경우, 이러면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도로 아래의 토사가 유실되어 싱크홀이 생긴 경우
차와 함께 물 속으로 사라집니다.
얕은 곳이다 싶어 용감하게 지나가는 건 권장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굳이 하겠다면 말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물이 배기구 언저리까지 차오른 경우라면
일단 무조건 저단기어 + 고회전으로 지나가야 합니다.
어설프게 저회전으로 천천히 지나가다 물이 배기구로부터 엔진으로 유입되거나...
혹 흡기 파이프가 낮은 곳에 위치한 차량일 경우 엔진이 물을 먹을 확률이 높은데,
엔진 연소실에 일정 이상 물이 들어가면 그냥 박살난다고 보면 됩니다.
내연기관의 경우 공기를 압축해서 가동하는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출처 : 영문 위키)
그러나 물은 압축이 되지 않지요.
돌고 있는 엔진의 연소실에 압축이 되지 않는 물이 들어가면 거의 즉시 고철행입니다.
가만히 물이 빠질 때까지 혹은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차가 깊이 잠기기 시작한다면, 지붕 위의 현자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릅니다.
불과 11년만인 재작년에 또 침수가 발생되었었지요.
옛날 사진들 정리하다가, 저 때 사진을 발견해서 주절주절 해보았습니다.
폭우로 피해를 입으셨던 분들의 피해 회복이 되셨기를 바라고,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 8
댓글 쓰기지금 되돌아보니 디스토피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이었군요.
지금만치 편리하지는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고
사람 사는 냄새란게 남아있었어서 더더욱 그립네요.
비가 오면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오고,
아니면 안 오고... ㅠ.ㅠ
한국의 날씨는 익스트림급은 아닐지언정,
'ㅈㄹ'급에는 들어가는 듯 싶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문제
비가 안 와도 문제
그때 물난리 기억납니다. 죽을힘을 다해 양재동쪽 직장으로 출근했더니 돌아가라는 방송이..
저때 강남역 잠기기전날(일요일) 엄청난 폭염이었습니다
전날 근처서 스크린야구장 갔었죠
그리고 뒷날 호우로 강남, 분당, 부평구청(길주로) 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