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만하면 됐다... CD780 하이 어겐!!!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아 궁금했던 V900까지면 됐을 것 같았는데...

CD780을 들였어도 V900은 항상 미지의 물음표였습니다.

V900은 잘 들인게 맞습니다.

그러나, 근본은 역시 필요한가 봅니다.

제 헤드파이 입문 시절의 추억이 가장 짙게 배어있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걸 깨닫게 해주는 고향과도 같은 헤드폰.

20년만에, 그 때 함께 했었던 그 녀석은 아니지만 같은 녀석과의 재회입니다.

다행히 상태가 매우 깨끗합니다.

첫 하이파이 헤드폰 입문을 CD580으로 시작했었고,

CD780에 대해 궁금해했을 때는 CD580과 똑같다는 얘기를 들었었습니다.

그러나 푼돈 모아 직접 신품 구매했던 CD780은 아예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같은 소니 물건에 비슷한 진동판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달랐습니다.

CD580은 문방구나 음반점표 헤드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CD780은 신품 상태의 오테 W100을 부러워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었습니다.

간만에 들어보니, 역시 아주 정확히 제가 기억하는 그 때의 그 소리입니다.

중립성 면에서는 단연 CD2000보다 돋보입니다. 해상력은 다소 아쉽지만.

그리고 의외로 HD650에 비해 가격 차이만큼 뒤처지는 소리도 아닙니다.

약간의 기억 오차는 있습니다.

ABS 배플의 플라스틱 울림이 컸던 기억이었는데,

지금 들어보니 단점이 되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경미한 수준입니다.

되려 DT990 프로의 하우징 플라스틱 울림이 이보다 더 심합니다.

스테이지 바깥이 흐려지는 건 여전하나, 못 들어줄 수준은 전혀 아닙니다.

젠하이저, 베이어, AKG 엔트리 모델들보다 못한 수준도 아닙니다.

이어패드 상태가 생각보다 양호해서, 껍데기만 세척하여 쓸까 봅니다.

폼은 양호한 듯.

사용 시간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충분히 길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야무지게 번인하면 저역 확장감이나 스테이지 넓이는 확실히 개선되었었습니다.

AVA500의 입지만 난감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듣기엔 둘이 똑같은 성격인데 얘가 제겐 더 매력적이거든요...;;

그놈의 츠노다 나오타카 사운드에 대한 애착 때문입니다.

따스하고 반짝이는 사운드에서 비롯된 디즈니 어린이동산스러운 느낌 때문에

상대적으로 메이저(?)한 시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용 헤드폰 같은 느낌이 있긴 합니다.

당시 젠하이저 사운드는 근엄했습니다.

HD600의 사운드도 지금보다는 좀 더 딱딱하고 엄숙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