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은 웃픈 경험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슈어의 SE530을 십년 넘게 평화롭게 사용해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줄도 몇번 끊어져서 고쳐왔고요.
그런데 작년 부터 귀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며칠 사용을 하지 않으니 심심하여 들고다닐만한 헤드폰을 찾게되고 B&W P5 를 사서 잠깐 썼는데,
만듦새도 매우 좋고(귀에 양가죽이라니! 파우치가 두툼하고 부드러운 누빔이라니!) 들고다닐만 했지만
소리가 저하고는 맞지 않아서 몇달 사용하다 팔고, 소문과 리뷰를 보고 젠하이저 모멘텀 오버이어를
들여 사용했지만 이것도 아닌듯하여 팔고(역시 들어보고 사야합니다.),
결국 젠하이저 HD-25에 도착하여 지금껏 잘 사용해왔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다시 이어폰도 사용하고요.
하지만 지름신은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술마시고 음반이나 책을 사는 버릇이 있어 교보문고에
갔다가 보스의 블루투스 노이즈캔슬링을 들어보니 '아, 이것이 현대를 사는 맛이구나' 를 느꼈습니다.
귀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고 주위가 조용해지는 찰나 음악이 스윽하고 등장하는데 참 신기했습니다.
그 회사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보스의 스피커 소리와 어떻게 이렇게 비슷합니까? 보통의 오디오 회사들은
크기와 가격에 따라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게 만들지 않습니까? 저는 예전에도 몇년간 보스의 스피커를 오디오에
연결해 사용했었고 현재도 일하는 곳에서 씨디가 들어가는 뮤직센터와 컴퓨터용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데,
소리의 특징이 똑같아요. 이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헤드폰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술이 저에게는 모순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음악만 들리니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분석적(?)으로 듣게 되니
보스의 특기인 공간을 감싸는 듯한 부드럽고 둥근 듯한 소리가 '이거 뻥치고 있잖아. 이거 안되겠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좀 웃긴 상황이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품의 성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실망을 안고 다른 대표 제품인 소니의 1000mx2 를 들었는데,
아, 영업 끝날때까지 듣고 싶었습니다. 전화기든 헤드폰이든 밧데리 나갈때까지 듣고 싶었습니다.
보스와 같이 인공미(?)는 있지만 소리가 재밌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거의 기울었습니다.
새로 나온 제품인 xm3의 판매가 곧 시작된다니 기다렸다가 저도 현대 기술의 사치를 누려볼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23
댓글 쓰기워낙 인기있던 브랜드가 소니인지라 뭐라도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
보스 정도면 이쁘게 뻥치는거죠 ㅎㅎ
맞습니다. 오디오 덕후들에게는 대부분 무시당하지만, 개인적으로 소리에 심각하지 않은 음악덕후들에게는 스스럼 없이 추천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캔이 그렇게 좋은데...
쉽지 않은 기술이 맞습니다.
일단 각 이어컵마다 외부 소음을 잡아내기위한 마이크가 존재하고, 요즘 나오는 좋은 노캔은 여기에 이어컵 내부 소음을 측정하기위한 별도의 마이크가 또 들어갑니다.
외부 소음을 측정해서 그 반대파장을 쏘아주어야하는데,
측정 > 연산 > 소리 내주는 사이 간에 미세한 텀 때문에 측정한 소리의 역파장을 그대로 쏘아주는건 불가능할겁니다. 이 말은, 규칙적인 소음은 이전에 났던 소리를 바탕으로 이후에 날 소리를 예상해서 상쇄시킬수 있지만, 불규칙한 소음이나 아주 잠깐 난 소리는 필연적으로 완전히 상쇄를 못시킵니다. 근데 그렇다고 이것들도 상쇄하겠다고 함부로 잘못 역파장의 소리를 쐈다가는 소음이 증폭됩니다. 이 사이에 벨런스를 잘 잡아야합니다.
근데 변수가 또 있어요. 재생되는 노랫소리입니다. 이건 상쇄시키면 안됩니다. 3가지 변수 사이에서 벨런스를 잘 잡아야하니 어려울수밖에요,
그러면서 음 튜닝은 음 튜닝대로 노캔이 쏘는 파장을 감안하면서 튜닝해야하다보니 일반 헤드폰보다 까다로울겁니다.
덤으로 요즘 노캔들은 무선으로 나오는데, 기본인 무선+노캔킨 상태의 음튜닝에다가 무선 뿐만 아니라 유선 모드로도 되게 해달라고 하는데, 이것도 해주고, 노캔 끄고 노래듣는것도 해달라는데, 그것도 음 튜닝해주고, 하는 김에 유선이면서 노캔 끈것까지 튜닝해주면 과장 좀 보태서 헤드폰 4개어치의 음 튜닝이 필요합니다.
대충 싸게 만드는거야 마이크도 두쌍도 아니고 한쌍, 소음 증폭도 크게 커버 못하고, 음 튜닝도 잘 못하거나 여러모드가 없게 만들게 하면 되겠지만
1000x나 보스 qc35랑 경쟁할만한 물건은 싸게 내놓을라면 삼성이나 애플처럼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지 않으면 힘들겁니다. 1000x나 qc35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비교해볼만한 애들로는 요즘 똥값된 삼성 레벨 오버나 B&W px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쉽고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한층 복잡한 기술의 결과를 고마운 마음으로 사용해야 하겠군요. ㅎㅎㅎㅎ 말씀하신 제품들도 들어 봐야겠습니다.
레벨오버는 그러고보니 참 오랜만...
단종되서 트파나 포낙처럼 중고물품이나 드문 신품의 가격이 오히려 올라가는 물건이 있는 반면
가격이 바닥을 치는 물건이 있는데 레벨 오버는 중고가가 정말 말도 안되게 낮아졌어요,
10만원미만으로 가격이 형성되있을겁니다.
px는 한국가는 잘 모르지만 원래 qc35등과 북미 발매가는 동급인가 그럴겁니다.
저도 써봤는데, 음질은 qc35나 1000x랑 비견될만합니다. b&w 답지 않게
약간 심심한 감은 있지만 기본기에서 뒤쳐진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문제는 착용감이 qc35만 못하고, 노캔 성능도 위의 둘보다는 좀 처지는 편....
제 기분으론 노캔 성능은 얼추 저 둘의 80퍼 정도 라는 느낌입니다.
다만 마이크 구멍이 이어컵 위로 나있는 덕분에 바람소리를 마이크가 캐치해서
노캔기능이 오히려 소음을 증폭시키는 문제같은건 위의 둘 이상으로 적고,
디자인의 고급스러움이나 usb c 단자를 쓴다는 점등은 좋아요.
말씀을 듣고 삼성의 레벨 오버와 b&w px 정보를 조금 찾아보았는데, 레벨 오버는 너무 한게 아닌가 싶은 정도의 미래지향적인 만듦새로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w제품은 상대적으로 잘 만들어진 생김새이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개인적으로 유선 제품인 p5-s2 의 소리에 저는 기름지다는 느낌을 받아 부담스러워서 결국 방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만 결국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겠지요?
p7 유선 보유자였고, p7 무선은 지금 보유자입니다만, p7을 단종시키고(b&w 공식 홈페이지에서 p7이 지워졌습니다) 그 대체 버젼으로 나온게 px 인데, p7과도 전혀 소리가 다릅니다.
제가 p7 스러운, flat보단 fun 취향의 소리를 기대하고 샀는데 아니라서 반품하고 qc35로 올정도로 달라요
xm3 저도 기대됩니다
오.. 얼마 전에도 측정 리뷰가 되었던데, 여태 SE530을 쓰고 계시는군요.
https://clarityfidelity.blogspot.com/2018/08/shure-se530-iem.html
음향 댐퍼별 차이와 저항을 더했을 경우의 음색 변화가 다채롭더군요.
단선이 부담되시면 선호도에 따라 MMCX나 2핀 단자로 바꾸어 해방되는 방법도 궁리해 보시죠. 약 5만원 정도인 걸로 눈팅했습니다. (좌표)
역시 소니가 갑인가요?
'뻥치고 있잖아'라니 감상이 재밌네요 ㅋㅋㅋㅋ
1000XM2의 경우 중음역대 피크가 있어서 소리가 재미있더라구요.
새로 나오는 제품 가격책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관세범위 내 (~$200)로 1000XM2 리퍼품이 종종 풀리니 그쪽을 노리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