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820 청음후기

어제 청음용 m9 들어왔나 보러 셰에 갔다가 눈에 띄길래 그냥 잔말 않고 820만 들어봤습니다
두괄식으로, 좋은 헤드폰이었습니다
드라이버 바로 등쪽에 가운데가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 유리판으로 막혀있고, 기존 800에서 철판으로 둘러놓은 부위는 패턴이 찍혀있는 시커먼 플라스틱으로 덮여있네요
공격적으로 생겨먹은 응답그래프나 하이테크스러움을 뽐내는 디자인과는 달리, 소리는 의외로 엄청 평이했습니다
이만한 가격대의 헤드폰은 십중팔구 성능이 굉장하기 마련이고, 그 성능이 있는 그대로든 과장되어서든 느껴지게 마련이지요
한시간도 안 되게 들어본거라 다음에 더 들어보면서 생각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만, 820은 아주 평이하고 시큰둥하게 성능이 드러나는 타입이라고 일단 판단해봅니다
특이한 버릇과 요상한 음색 등 듣는 사람의 주의력을 홀리는 그런게 충분히 적어요
측정마이크로 측정을 해보니 미드베이스에 골짜기가 이상하게 파여있고 중역이 약간 덜 나오고 10000Hz언저리께에 꽤 완화되긴 했지만 피크가 나온다지요
제 귀를 이용한 갬성측정에서는 그런거 없었습니다
단지, 무뚝뚝하고 적극적이지 않고 채도가 낮은 듯 하다는 면에서 800과 역시나 아주 비슷하면서, 치찰음이 아주 적정한 수준까지 억제되어 있어요
800과는 전혀 다르고, 기본적으로 유토피아나 t1보다도 까끌거리지 않습니다
다만 몇몇 곡 몇몇 아티스트 몇몇 편곡에서 얼라? 싶게 느닷없이 쉭쉭대긴 하더군요
터럭님처럼 굉장히 까다롭게 판정하는 분에게는 역시 탈락할 듯
그리고 기본 체질이 800과 같은 배에서 나온 동생 내지는 쌍둥이 수준으로 닮긴 했으나, 그 와중에 800의 남다른 개성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무책임하다 싶을 정도로 넓은 공간감이 경쟁사 최고급 레퍼런스 개방형 수준까지 가까워졌습니다
근데 딱 뭐라곤 못 하겠는데 800은 너무 허하다는 감상 뿐이었지만 820의 공간감과 정위감은 미미하게 어색하다? 뒤틀렸다? 위화감 느껴진다? 싶은 기분이 들긴 들었습니다
꾸준히 더 놀러가서 들어보든가 하면 될 일입니다만, 하여간 공간감은 묘했구요
그래서 종합적으로, 뜬금스럽지만 800에다 650소스를 끼얹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600 아니고 650 입니다 ㄷㄷㄷ
나루호도 젠하이저! 썩어도 준치라고 똥망872의 제조사 akg와 천지차이의 기술력과 노련함을 이렇게 증명해냅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 하나
분명히 후면 밀폐형인데, 인클로저 뒤에 손을 가까이 대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손바닥에 바람이 닿는게 느껴집니다
댐핑이 거의 안 되고 통이 같이 떨도록 만든 모양이에요
스피커중에 가끔 나무판 얇은거 쓰고 격벽이나 보강판이나 흡음재 거의 안 써서 몽땅 같이 울리도록 만든게 나오는데, 그 비슷한 튜닝을 해본 모양입니다
그리고 쓰고 음악 안 듣는 동안 여느 밀폐형에 비해 밖에 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렸구요
누음도 밀폐형 치고 별로 안 좋을 것 같네요

끝으로 아쉬운 점 하나
집에서 쓰고 있는 600도 그렇고, 전에 들어본 800과 800s도 마찬가지인데, 머리에 쓰고 듣다보면 헤드폰이 슬금슬금 뒷쪽으로 미끌어집니다
제가 820처럼 드라이버가 약간 틀어진 헤드폰은 드라이버와 귓바퀴의 z축끼리 일치해서 서로 마주보도록, 그리고 600처럼 각도가 틀어지지 않고 정측면에서 가운데로 쏘는 헤드폰도 나름 비슷하게 귓바퀴보다 약간 앞쪽에서부터 소리가 나오도록 전방으로 밀어서 쓰거든요
다른 헤드폰들은 머리카락이 눌리든 정수리가 아프든 틈이 벌어져 소리가 새든간에 하여튼 그 위치는 유지가 되는데, 꼭 젠하이저 것들은 이게 뒤로 움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