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修棧道 暗度陳倉
유방이 항우의 방심을 유발하기 위해 날이 밝을 때는 잔도를 수리하고, 어두울 때 진창으로 은밀하게 진격했다는 고사가 명수잔도(明修棧道) 암도진창(暗度陳倉)입니다.
유비에게 제갈량이 익주에서 훗날을 도모하라는 조언을 할 때 써먹기도 하고, 제갈량 사전 4차 정벌까지, 그리고 이후 강유가 두자릿수가 넘는 횟수에 걸쳐 추진합니다만, 헌제에게 선위를 받고 허로 도읍을 정한 이후로는 약발도 떨어지고 시안과 뤄양이 사막화되면서 통일 왕조의 수도 자리를 넘겨주는데다 이후 중국이 분열될 때마다 익주에 거점을 둔 세력이 천하를 쟁취한 적은 없어서 망...
아무튼 이 고사가 갑자기 튀어나온 까닭은, 제가 지금부터 명수잔도 암도진창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제 자리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뒤에서는 내년 중순의 출애굽(...)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본가 갈 때마다 조금씩 짐을 챙겨서 빼려구요.
이제, 이번달 말이면 제 프로젝트들이 하나만 남고 다 끝나는 데다가 남은 하나도 work load는 매우 가벼워지고 보고서만 내년 봄까지 쓰면 됩니다.
아무튼 주변에서 한두분 빼곤 제가 아얘 탈출하는 줄은 모르시기 때문에 추후 계속 프로젝트 참여는 가능할 걸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던데, 임박한 때 공표를 하면 어떤 반응을 하실지 조금은 궁금하네요.
제가 주변 어린 친구들에게 술자리에서 간혹 하던 말이 있습니다.
"재의 귀인들아, 과연 너희들 중 누가 장작의 왕이 될까?"
이제 새로운 장작의 왕이 누가될지 물 건너편에서 팝콘 뜯으며 보게 될 날이 다가옵니다.
예이~
댓글 10
댓글 쓰기하지만 도비는 이제 자유예요!
선산에는 굽은 나무만 남아 있게 되는 것 같음요.
친척 어르신 중 학계에 계신 분이 계셔서, 남의 얘기 같지가 않습니다.
역량의 문제라기엔 현실에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두텁고 무거운 듯 합니다.
서서히 전진하여 꼭 빛을 보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맞으니까요.
그래도 어디서든 정진하겠습니다ㅎㅎ
마무리 잘 하시고 잘 탈출하셔서 새로운 곳에서 일도 다 잘되시길 바랍니다.
일단 다음에 살게 될 곳은 퇴근 길에 낚시도 할 수 있는 곳이라 기대가 너무 많이 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