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간단한 실험을 하나 해봤습니다.(KZ의 BA는 과연 뻥듀서인가?) (추가)

  실험 주제는 과연 KZ 의 DD+BA 구성으로 들어가는 하이브리드 제품들의 BA들이 정말 음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뻥듀서 인가? 입니다. 
  
 먼저 본론을 꺼내기 전에, 저랑 비슷한 의심을 가진 중동쪽 유저가 이어폰을 일일이 뜯어서 BA 유닛에서 과연 소리가 나오는지 테스트한 유튜브 영상이 있는데, 해당 영상에서는 BA 유닛 모두에서 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그러나, 교실에서 몇사람이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한 사람들 목소리가 묻히는 원리와 동일하게, DD유닛이 음압 전반을 다 담당해 버리고, BA는 정말 소리만 살짝 나오는 수준이라면, BA는 사실상 뻥듀서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지요. 
    
  
 
  제가 얼마전에 이야기 했던 zs10pro와 zsn pro의 동일 제품 논란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이번엔 강도가 한층 올라가서, BA 유닛 자체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라는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실험에 앞서 그 이유들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첫째, 순순히 BA로만 구성된 제품과 DD+BA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제품이 중고역대용 30095 BA를  공유하면서도 중고역대 특성이 완전히 따로 논다는 것.  
   
  

 
 제품 스펙표를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KZ와 CCA의 거의 모든 제품에는 30095라는 중고역 담당 BA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같은 유닛을 사용해서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지는 제품들 특성상 중고역에 비슷한 성향이 나타나야 되는데, KZ와 CCA의 BA 제품들과 하이브리드 제품들을 비교해보면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둘째, 하이브리드 제품들에서 임피던스 특성이 1DD 유닛마냥 평탄하게 나온다는것.  
  
 BA 유닛이 회로에 주는 영향이 클 때, 임피던스 상으로 큰 왜곡이 나타나기 마련이며, 헤메님 블로그에 측정된 BA로만 구성된 CCA C16의 임피던스 그래프는 다음과 같습니다. 

 
  
 또 영디비에 측정치가 있는 5BA 이어폰인 AS10은 이렇고요. 
 

 들쭉 날쭉 난리죠? 
  
   

 
   그런데 영디비에서 측정된 zs10pro의 임피던스 그래프 보면 다수의 BA가 들어있는데도 불구하고, 1DD 제품마냥 거의 평탄하게 나타납니다.  
  
 이걸 바탕으로 봤을때, 하이브리드 유닛 제품들에서 BA 가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고 추측해 보았습니다.
   
 
 셋째, 공통으로 30095 BA를 사용하는 1DD+1BA 제품 간의 중고역대 차이가 극심함.  
  
 KZ에서 만드는 1DD+1BA 제품들은 다양합니다. ZST, ZSN, ZSR, ZSN pro, ZST pro, 기타등등... 
   
  

 근데 이 제품들이 공통점이 두가지 있는데, 1) 금형이 같다는 것과 2)위 사진에 보이는 위치에 30095 중고역 담당 BA 유닛이 들어간다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들끼리 중고역대를 비교해 보면 딥피크에서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고, 완전히 제각각으로 논다는 거죠. 분명, 동일한 위치에 고정된 BA 유닛이 존재하는데도 말이죠.  30095가 중고음역대를 담당해 준다면 적어도 두 제품 사이에 공통되는 중고역대 토너밸런스 형상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구입해서 들어본 제품 중에 ZSN과 ZSN pro 라는 두 제품이 있는데, 둘 모두 1DD+1BA이고 동일한 설계에 DD 유닛만 다르고 같은 위치에 30095 BA 유닛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ZSN은 ZSN pro에 비해 눈에 띄게 중고역이 빠지고, 중고역 형태도 다릅니다.
   
 
 위 세가지 이유로 KZ와 CCA의 하이브리드 제품들에 달리는 BA들이 멍텅구리 유닛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고요, 이렇게 직접 실험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번 실험의 희생양이 되어줄 ZSN의 무운을 빌어준 뒤 필터를 제껴줍니다. 열자마자 BA가 맞이해 주시네요... 여담이지만 저 필터 구멍이 의외로 큰데, 좀 쓰다보면 BA 쪽으로 귀지 흘러들어가기 딱좋게 설계해놨습니다. 
  
 

 
 BA의 구멍을 임시로 막아버릴 수 있도록, 포스트잇을 BA 구멍에 맞게 잘게 다른 다음에 붙여줍니다. 안으로 쏙 들어가거나,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달라 붙어 있습니다. 
  
 원리적인 면에서 설명드리자면, 중고역대는 이어폰 필터와 같이 얇은 막에도 큰 영향을 받고, 따라서 어지간한 이어폰 필터보다 두꺼운 종이로 막혀버리면 소리가 아예 안나오진 않더라도 중고역대에 극명한 토너 밸런스 변화를 일으킬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이걸 닫아주고, BA를 막지 않은 반대편 이어폰과 함께 양쪽을 귀에 꼽고 이 음악 저 음악, 스테레오로 모노로 돌려가면서 청음을 해봅니다... 
  
  
 결론은... 뻥듀서일 것이라는 의심이 거의 60% 정도 확신이 되었습니다.. 
  
 고역대 토너 밸런스 차이가 커진다면 음상이 무너져야 되는데 저걸 막은 뒤로도 음상이 가운데 잘만 계십니다. 치찰음 같이 고역대 밸런스에서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40%정도 확신을 못하는 것은 저 포스트잇 쪼가리가 제가 귀에 꼽아서 들을때도 덜렁거리지 않고 잘 붙어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음 끝나고 다시 확인해 봤을땐 잘 붙어있더라구요.
  
 실험 대상이 되었던 우리 ZSN은 오늘 실험에서는 무사히 복구 되었지만, 아무래도 BA 유닛으로 가는 선을 아예 끊어버리고 실험을 해보려고 계획중인데, 결국 희생될 거 같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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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실험 결과) 
 
 다른 분들 조언대로 아예 확실하게 꽉 막을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지우개가 보여서, 이걸로 지우갯 밥을 만든 뒤 돌돌 말아서 이걸로 BA를 아예 막아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청감상 차이는 있습니다. 뻥듀서는 결코 아닙니다. 확실히 막은쪽이 더 먹먹하게 느껴지네요...  
   
  
 한편, BA가 청감상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제 주장은 틀렸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한가지 있습니다. 
  
 먼저, KZ가 하이브리드 이어폰 광고할 때, 크로스오버를 넣었다고 언급한 점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기술 난이도 상 못할 거라고 예상하셨고, 청음 결과 예상대로 크로스 오버 회로를 넣어서 대역폭 분리를 했다는 것은 거짓말 입니다. BA가 빠졌을때 고역대 양감 감소가 있긴 했는데, 초고역은 거의 좌우가 동일했습니다.   
  
 즉, 크로스오버 회로가 있어서 고역은 BA가, 저역은 DD가 내는 것이 아닙니다. 저역대 부터 시작해서 초고역대 까지 DD가 풀레인지를 내주는 바탕위에 BA가 고역을 약간 벌충해줍니다.  그 크로스오버 회로 라고 주장 하던건 결국 유닛별로 들어가는 출력만 조절해주는 저항 떼기 붙여놓은 판 일거 같네요. 
 
 원한다면 BA를 막아서 고역대 과다를 줄이는 튜닝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사실 BA가 노즐부에 너무 가까이 튀어나와 있어서 족집게와 지우갯밥, 바늘 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실험에서 가정한 가설은 틀렸지만, 제가 예전에 zs10pro 와 zsn 비교 글에서 제시했던 "KZ 제품들은 별도의 대역폭 분리 없이, 듀서들이 중복되는 대역폭을 재생할 것이다." 라는 예상은 맞아떨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