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고 싶은 앰프 (3)
바쿤 7511KR입니다.
이것도 꽤나 오래된 앰프입니다. 아마 한국에 소개된 첫 번째 바쿤앰프일겁니다. 형번 뒤에 붙은 „KR“은 한국 특별사양을 말하지요. 뭐가 다른지는 잘 모릅니다. 아마 외관 도장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앰프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소출력 앰프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8옴 10와트에 불과한 출력이지만 질척이거나 질질 끌리는 기색 없이 소리의 가닥가닥이 풍성하면서도 절도있게 표현됩니다. 비슷한 출력의 EL34 싱글 진공관 앰프와 비교하면 음의 순도가 더 높고 구동력도 더 뛰어납니다. 출력이 작으니 험 때문에 고생할 일도 없고 발열도 거의 없는 편이어서 운용상의 스트레스도 덜합니다. 앰프를 꼭 하나만 써야 한다면 역시 100와트 언저리의 전압구동TR앰프를 택하겠지만, 두 번째 앰프를 찾는다면 진공관보다 이 앰프를 먼저 고려할거 같습니다.
스피커 앰프로 썼기 때문에 아쉽게도 헤드폰 앰프로서는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HD650과 매칭이 좋다는 평이 있습니다. 아마 출력임피던스가 아주 높은 전류구동 앰프일겁니다. 본래 헤드폰앰프로서 설계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품질이 떨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참, 스피커 출력단으로 AKG K1000도 아주 잘 울려줍니다. 스피커 출력도 (당연히) 전류구동일거라 생각해왔는데, 임피던스 주파수 응답이 저음 피크 원패턴인 헤드폰과 달리, 임피던스 주파수응답이 중구난방인 스피커를 전류구동한다면 스피커 매칭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집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피커 출력은 출력임피던스가 낮은 일반적인 전압구동방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K1000처럼 헤드폰 단자와 스피커 단자 모두에 연결할 수 있는 이어스피커로 들어보면 두 출력단의 소리가 꽤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K1000을 스피커 단자가 아니라 변환 케이블을 써서 헤드폰 단자에도 물려볼걸… 고걸 못해봤네요ㅜㅜ
댓글 5
댓글 쓰기바쿤계열 헤드폰 앰프를 써보고 싶기는 하네요.
흥미로운 메이커이더군요.
진공관의 에어리하고 꽉 차고 유려한 느낌은 이미 100만원대 전후로 구현이 가능하지만 반도체로는 거의 초하이엔드까지 가야 하니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있는 반면, 희뿌연 착색감이 기본이고 비싸먹은 전구 열충격 정도는 감안해서 사용해야 하는 점이 좀 불편하니까요.
바쿤 같은 앰프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동가격대 진공관 이상의 매력에 사용 편의성까지 감안할 경우 압살이 가능하니... 아예 힙댁 사이즈로 나온다면 저는 눈 뒤집힐 것 같아요.
제 경우 전원이 별로여도 그냥 그러려니 듣는 편이라 영향을 덜 받지만, 아무래도 가성비는 떨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