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늦은 에어팟 프로 사용기.
안녕하세요, nalsse입니다.
아수라다님의 완전체 리뷰도 올라왔겠다, 그간 근 1달이나 미루고 미뤄뒀던 에어팟 프로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제품의 설명과 기능 등 다른 상세한 부분들은 다른분들의 리뷰에 아주 자세하게 나오고있어서 사운드에 대해서만 정리해봅니다.
먼저, 하만에서 조사한 스피커 응답특성 선호도 평균치를 보고 시작합니다.
맨 아래 긴 점선(trained listeners only) 응답특성을 주목해서 봅니다. 다음은 아수라다님께서 측정한 에어팟 프로의 df타겟 보상 응답특성입니다.
출처: https://www.0db.co.kr/REVIEW_USER/1265598
느낌이 팍 오시죠? 에어팟 프로는 요즘 유행하는 ow타겟이 아니라, 룸에서의 스피커의 응답특성을 모사하기 위해서 애플 나름대로 변형된 df타겟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만 스피커룸의 세팅을 꽤 참고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경향은 이번 에어팟 프로 뿐만이 아니라, 에어팟, 이어팟, 애플 인이어 같이 이전의 애플 이어폰에서도 유사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이게 에어팟
출처: https://macnews.tistory.com/5414
이게 애플 인이어입니다.
출처: https://clarityfidelity.blogspot.com/2014/12/apple-in-ear-me186-measurement.html
애플의 모든 이어폰 제품군이 출시시점의 연구결과에 따른 변형된 df타겟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이런 설계사상이 에어팟 프로에도 그대로 이어졌음이 맨 위의 측정치를 보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어폰의 경우 주 사용처가 소음많은 야외이고, 사용경험이 v자응답특성에 친숙한 사람들이 이어폰 유저에는 많기때문에 이런식의 사운드 세팅은 자칫 "밋밋하다" "듣는데 재미가 없다" 이런 종류의 평가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디테일이 부족하지도 않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아주 잘 잡혀있어서 스피커쪽을 많이 듣는 층에서는 선호도가 높고, 모나지 않은 밸런스인 만큼 대부분의 음원에서 적당한 밸런스로 음악을 재생해주는 실력기입니다. 가격만큼의 성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이런 이야기는, 에어팟 프로 제품이 귀에 아주 잘 맞아서 어댑티브 eq가 의도와 100프로 일치하게 동작할때가 전제가 됩니다. 제품이 귀에 100%맞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이를 보상하려고 동작하는 어댑티브 eq때문에 보통은 500hz대역이 좀 많게, 2khz대역은 좀 적게들리게 되서 조용한 실내에서는 좀 둔하고, 뭉친듯한 느낌이 나는 소리가 나옵니다. 야외에서는 소음이 많기때문에 이런부분을 감안해도 아주 좋은 음질을 들려주는 사실은 별론으로..
일단 측정치를 살펴봅니다.
먼저 실리콘 튜브에 에어팟 프로를 끼우고 측정한 결과입니다.
실시간으로 응답특성의 변화를 보면 anc가 동작하는 경우 passive 모드의 소리를 수음하여 점차 anc동작시 세팅된 주파수응답 밸런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댑티브eq가 동작하면서 500hz이하를 10db가량 눌러주면서 좌우 밸런스를 완벽에 가깝게 맞춰주는 방식입니다. 깊이 삽입하는경우 6khz에 뭉쳐진 피크가 분산되면서 좀 더 고른 응답특성을 보여주는게 확인됩니다.
모의귀에 집어넣어 측정하면,
500hz의 피크가 많이 줄어들지만 여전히 존재함을 볼 수 있습니다.
헤비메탈님께서 통기구를 막아서 인위적으로 어댑티브eq의 동작을 제어하신것을 보고 따라해 보았습니다. 가능하면 어댑티브eq의 동작을 일정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결과는,
실패하였습니다. 100프로 막는 상황이 아니면 어댑티브eq가 아주 강력하게 개입해서 응답특성을 일정하게 유지해버립니다.
남은 방법은 팁과 착용방법으로 제어를 시도해보는 것인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착용에따라 500hz~5khz 대역이 크게 변하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맨 위 스피커응답특성과 아주 유사한 사운드가 나오도록 세팅이 되어있지만, 약간의 유격이 발생하는경우에는 보통은 1khz, 2~4khz대역이 상당히(2~3db가량) 빠지게 됩니다. 이 착용상의 차이가 에어팟 프로의 사운드를 밋밋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더불어 뭉치는 사운드도 나게되는데, 100hz이하에서 5db가량 많이나오는 저음역과 500hz에서의 2db가량의 두툼한 피크가 한몫을 하고있습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들이 모여서 체감상 꽤 큰 사운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가능하면 물리적으로 이런 상황을 해결해보려고 이런짓 저런짓 많이 해봤는데, 사운드 제어가 강력하게 소프트웨어적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습니다. 팁 개조로 헐렁한 착용감정도만 개선이 가능했습니다.
실리콘팁을 기본팁 아래에 덧대보기도 했는데 결국 폼팁을 가공해서 덧대는게 제 귀에는 가장 유효했습니다. 사용된 폼팁은,
https://smartstore.naver.com/tomcherry/products/4869065753?NaPm=ct%3Dk8j379wx%7Cci%3Dcheckout%7Ctr%3Dppc%7Ctrx%3D%7Chk%3D31585a35cb43c67d2d304ef4d0ab3b7d88791c20
이 제품이고,
m자 기본팁 밑에 m자 폼팁에서 폼만 떼어내서 밀어넣어주면 위 사진처럼 하이브리드 폼팁의 형태가 됩니다. 이질감 없이 잘 착용이 됩니다. 폼팁만 넣으면 기둥부분이 약간 길이가 모자란데, 이부분은 남는 실리콘팁들 기둥부분을 적당히 잘라서 가공해주면 됩니다. 위 가공에 쓰인 팁은 isine용 오디지 실리콘 팁이 기둥을 희생해주었습니다.
사실 팁 개조 1픽은 위의 것이 아니라,
아즈라 "세드나 이어핏 라이트 숏" 실리콘팁과 위 폼팁 구조물을 활용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별다른 접착제 없이도 잘 고정이 됐지만, 저상태로는 케이스에 수납이 안됐습니다. 기둥을 좀 잘라냈더니 폼팁 구조물에서 이어팁이 빠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실리콘팁을 플라스틱 구조물에 접착제로 붙여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접착제로 실리콘팁과 플라스틱을 붙이는게 굉장히 난해한 일이라(잘 붙지 않고, 붙어도 결합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합니다) 포기하였습니다. 결국 기본팁을 기반으로 뒤쪽에 다른팁을 덧대는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위 폼팁을 활용한 개조물이 귀에 잘 맞았습니다. 귓속에 적당히 밀어넣는것도 가능했고 케이스에도 잘 들어갑니다.
착용감 문제는 이렇게 해결되었고, 사운드 부분은 eq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빨/파: 아수라다님의 에어팟 프로 raw 측정치
녹색: in-room flat
갈색: in-room flat타겟에 룸모드인 -1db/oct를 적용한 타겟(Warren TenBrook's Target)
저는 lg폰을 쓰고있으므로 lg폰의 시스템eq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설정치를 얻었습니다. (갈색타겟에 맞춘결과)
이정도 해주니까 실내에서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30만원짜리 이어폰에 eq를 걸어서 사용하는게 아이러니하긴 합니다만, 제 귀에는 이런 세팅이 더 귀에 맞고 그나마 에어팟 제품이 이런 소리에 가장 가까운 tws제품이어서 다른 방법이 없다는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참, 빼먹을뻔 했는데,
제 에어팟 프로의 동일세팅시 anc/pni설정간 주파수응답 차이입니다. 제것의 제조일자는 2020. 2월인데 passive모드에서도 어댑티브eq가 동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을 가지고있지 않아서 근처 마트에 있는 아이폰으로 패시브모드 설정을 하고 돌아왔는데, 미처 펌웨어 버전확인을 못했습니다. 제 제품이 이상해서 패시브 모드에서도 어댑티브eq가 동작하는건지, 펌웨어 수정으로 이렇게 동작하고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양자간의 청감상 차이는 주파수응답특성 측정치만 보면 2khz의 음압차이정도인데, 실제로 조용한 환경에서 들어보면 anc모드와 외부음향모드에서 소리의 입체감이 패시브모드보다 덜한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anc모드에서 가장 소리가 평면적으로 들렸는데, 아무래도 여러가지 디지털 보정이 들어가면서 다이나믹레인지가 제한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한 실내에서는 패시브모드로만 듣게 됩니다. 패시브모드 상태에서는 anc쓰지않은 타 tws제품들에비해 음질이 딸린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네요. 야외에서는 eq뺀 "기본"세팅도 듣기 좋은것 같고, 다이나믹 레인지의 감소도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말 야외사용에 한정해서 모든자원을 끌어다 쓴 제품인 것 같습니다.
총평: 매우 잘 만들어진 이어폰. 안드로이드에서도 견고하게 잘 작동하고있으며(LG G8기준), 귀에 100% 잘 맞는 경우를 전제로, 스피커의 밸런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운드. 귀에 잘 맞지 않는경우에는 좀 둔하고 뭉친느낌의 소리를 듣게되지만, 이 경우에도 소음많은 야외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않고 매우 잘 잡힌 밸런스를 들려줌. 어댑티브eq는 단점도 많지만, anc 보조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완벽한 좌우밸런스 보정을 해줌으로써 anc 성능향상(특히 멀미증상 방지)에 큰 기여를 하고있음. tws제품 1개만 써야한다면 에어팟 프로를 강력 추천합니다.
주의: 웜틸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어서 ow타겟과 같은 v자 사운드를 선호하시는 분들, 혹은 낮은 음량으로 음감하시는 분들에게는 잘 맞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볼륨을 올려야 소리가 살아나는 이어폰입니다.
이상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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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중간에 소개한 이어팁 1픽 가공 후기를 아래에 적어두었습니다. 참고하셔요.
https://www.0db.co.kr/REVIEW_USER/1277003
댓글 26
댓글 쓰기동글동글저음에 모나지않은소리랄까
잘보았3
익숙한 발란스형의 느낌으로는 외부수음모드가 익숙했고
그렇네요
확실히 말씀데로
아주 잘만들어진 이어폰인건 분명하죠
다만 지갑사정과 안드로이드의 한계가 좀 거슬려서 팔았지만요 ㅠ
그 이상은 좀 그래요..ㅋㅋ
잘 읽었습니다~!
g8은 작년말에 공짜폰으로 뿌리길래 주문했습니다. 덕분에 선약25%는 날라갔지만요. 매달2.8만 내다가 4만얼마 내니까 배가 좀 아프긴합니다. 사용하던 xz1c보다 성능이 더 좋아진지는 잘 모르겠는데 폰에서 송출하는 블투 신호상태가 훨씬 좋은건 알것 같습니다. 초저가 dap으로는 역시 LG폰만한게 없..
엑페는 네트웍 연결 안정성이 별로라서 잘 오셨습니다~!
+LG 기본으로 어큐디오 탑재될 뻔 했긴 합니다
제것이 불량일 가능성도 있긴한데, 불량이라기에는 양쪽 유닛의 특성이 편차가 거의 없어서 펌웨어에 변경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펌웨어 일부 수정으로 어댑티브eq가 패시브모드에서도 적용되는 상황이라면, 그간 패시브 모드에서의 좌우 밸런스 불량으로 리퍼되던 물량이 이 조치로 좌우밸런스 불량의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는게 됩니다. 애플 보면, 설계능력도 출중하고, 제조능력도 탁월하고, 잔머리도 대단합니다.
이런 측정 리뷰를 보면 직접 해보고 싶은 제품들이 몇 있는데 역시 장비구매비용 때문에 마음을 접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