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 IE900 vs IE600 초간단 청음기
저번 주 어느 날 하루 일과를 끝내자마자 대학로 청음숍으로 가서 젠하이저의 플래그십 이어폰인 IE900과, 갓 출시된 IE600을 직접 청음했었습니다.
IE600은 IE900보다 한 단계 아래인 이어폰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출시된 지는 얼마 안 되었기에 과연 IE900과 달리 어떤 소리를 낼지 궁금했었죠.
사실, 집에 있던 ER4SR을 레퍼런스용으로 가져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들긴 했지만 이미 늦은 거 어떡하겠습니까... 그냥 레퍼런스 없이 바로 IE900부터 청음했습니다.
서론은 이쯤 하고 제 감상평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참고로 본문에는 순전히 제가 느낀 바만 가감없이 적어놓았으며, 실제 그래프와는 다를 수 있사오니 반박 시 여러분 말씀이 옳은 걸로 하겠습니다.
극저음은 처음부터 바로 느꼈을 정도로 몹시 묵직했습니다.
100~200Hz 부근의 저음역대도 양이 과다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비트감을 원하는 사람에겐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또한, 저음이 강조돼서 그런지 저음에 의한 마스킹의 영향으로 음상이 뒤로 빠진 듯 들렸습니다.
다만 잔향은 예상과는 달리 오래 남는 편은 아니었어요.
저음 이외에 처음부터 단번에 느꼈던 소리가 또 있었는데, 바로 드럼 소리였습니다.
청음을 시작하자마자 힘차게 내리치는 드럼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죠.
'어디서 야구장 막대풍선을 미친 듯이 내리치는 거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현악, 전자기타 소리는 꽤 허전했습니다. 몹시 아쉬웠어요.
연주자가 베이스와 드럼 눈치를 너무 본 나머지 그냥 힘 쫙 빼고 연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어요.
치찰음은 강조되긴 했지만 살짝만 강조된 느낌이었습니다.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어요.
저는 이어폰, 헤드폰을 청음하면서 초고음 테스트용으로 콘서트 음원 파일을 재생하곤 하는데, IE900의 경우에는 초고음이 썩 많은 건 아니었습니다.
저음이 강조돼서 그런 걸지도요?
허나 확실한 건, IE900의 토널밸런스는 플랫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해상도는 디렘프로 SL, DL과 같거나 좀 더 아래였던 것 같습니다.
IE900을 먼저 청음하고 IE600을 청음해보니 체감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훨씬 더 플랫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과한 비트감은 없어진 대신, 100Hz 이하의 저음이 은은하게 느껴지더군요.
또한 900에선 안 들렸던 현악과 전자기타는 본연의 소리를 되찾았으며, 음상이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치찰음은 IE900과 마찬가지로 크게 신경쓰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드럼 소리가 강조되면 소리가 탁해지는 감이 있어서 해당 음역대가 부각되는 걸 꺼려하는 편인데,
IE600를 청음하고 나서 이 정도 양으로 드럼 소리가 나는 게 가장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IE900에 비해 토널밸런스가 플랫해서 그런지 콘서트 음원을 재생했을 때 초고음 체감이 훨씬 더 잘 됐습니다.
체감 해상도는 에티모틱 ER3XR과 비슷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ER4SR까지 갖고 와서 청음을 해보고 싶군요. 이상으로 초간단 청음기를 마칩니다.
댓글 27
댓글 쓰기음.... 600은 플랫하고 900은 저음 강조로 들리셨다고 보면 될까요?
어서 제 900도 와봐야 저도 뭔가 느껴볼텐데 흐...
지금까지 본 900,600 리뷰중에 가장 공감되고 정확한 리뷴거같네요 ie300시절부터 자꾸 플랫하다 슴슴하다 레퍼런스하다 하는 전혀 공감 안되는 리뷰들이 많았어서 ㅋㅋㅋ
궁금하네요.
어차피 젠하이저는 디자인이 싫어서 듣는게 끝이지만요ㅋㅋ
저팁은 L도 제 귀에 작아요
아즈라 크리스탈이 팁이 궁합이 좋으니 대자팁 세트로 준비해놓을께요ㅋㅋ
솔직하고 좋은 감상평이 잘 와닿네요!
나중에 ie600은 한번 청음하러 가봐야겠습니다 일단 측정치나 청음리뷰 보면 900보다는 600이 제 취향에도 잘 맞을거 같아 보여요
제가 들어보며 느낀 것과 얼추 비슷하네요.
차음이 제대로 안되서 밖으로 소리 다 새요ㅋㅋ
전 900에 그래서 아즈라 크리스탈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