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멸망전? SR-Ω vs. SR-X9000 비청 리뷰
[그래프 출처]
2021년, 스탁스는 최신 기술이 집약된 밀러-3 라는 고정전극과 초고성능 박막 플라스틱 필름으로 제조된 다이어프램이 채용된 SR-X9000이라는 플래그십 헤드폰을 출시하였습니다. 이 제품을 홍보할 때 주로 'SR-Ω(오메가)의 리메이크' 라는 표현을 강조하였는데요, 그 특유의 외관도 흡사하지만 무엇보다 이는 오메가에서 추구했던 이상적인 소리의 구조를 재현하겠다는 시도가 강하게 담긴 제품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주제를 놓칠 수는 없죠. 스탁스가 추구하려는 이상적인 정전형 헤드폰의 철학이 담긴 두 제품을 좀 더 심도 있게 리뷰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인 리뷰인 주파수 대역별 세부적인 느낌 비교보다는 구 플래그십인 오메가와 신 플래그십인 X9000의 전반적인 느낌과 개인적인 궁금증 해결 위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 청음환경
- AMP/DAC : STAX SRM-D50
- 리시버 : STAX SR-Ω, STAX SR-X9000
- 소스 : PC(유튜브 뮤직, 애플 뮤직, 개인 소장 리핑 음악)
● 질문 1) 음색 또는 음질 측면에서 X9000은 오메가의 후손이 맞습니까? : 아니요.
FR 그래프 비교 결과를 분석해보면 저역 부터 중음역(4KHz) 까지의 형상이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주파수 대역은 1k~4kHz 대역이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는 두 기기가 서로 비슷한 부분이 공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으나...실제 청음한 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리의 '결' 과 전반적인 톤벨런스 자체가 꽤 다릅니다. 두 헤드폰 모두 스탁스가 추구(주장)하는 이상적인 소리에 대한 철학이 담긴 제품인데, 그런 논리라면 두 헤드폰의 전반적인 느낌은 비슷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오메가는 상당히 넓은 공간감과 모니터링 헤드폰처럼 플랫함에 가까운 음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X9000은 중간 고음 대역의 표현력이 좀 더 강조된(밀도감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정전형 특유의 고음역대의 표현력과 흔히 말하는 별가루 떨어지는 반짝거리는 느낌은 X9000이 우위로 느껴지는데요, 이는 6~7kHz, 10KH~에서 다중 피크를 이루는 FR특성 때문인 듯 합니다. 반면, 오메가는 9KHz의 고음에서 FR 피크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 청음 시에도 매우 밝은 고음처럼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FR에서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실제 청음상 가장 두드러졌던 차이는 저음의 다이나믹이었습니다. 오메가의 저음이 보다 펀치감이 있었고, 강도도 세게 느껴졌습니다.(평판형이나 다이나믹형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지만) 마치 X9000에서 저음 부근에 EQ를 걸어 놓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X9000의 다이나믹은 구 람다 시리즈나 009에 비해서는 훨씬 우세한 수준이긴 합니다.
일전에 X9000을 HD800S와 성향이 유사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오메가쪽이 이보다 더욱 HD800S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 질문 2) 보유자 측면에서 Ω vs. X9000 멸망전 결과는? : 멸망전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 승자.
오메가가 1993년에 개발되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스탁스 기술력의 정점은 오메가가 맞습니다. 이미 30여 년 전에 대구경 드라이버와 금속 메쉬로 저음표현과 불필요한 공진 제거, 그리고 높은 소리 투과율을 실현했으니까요. 여기에 외부 방사음을 정렬하는 가이드마저 오메가에 최초로 적용되었습니다.
한편, 상업적인 성공은 오메가2와 3로 불리는 SR-007과 SR-009이 거둔 만큼, 선라이즈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두 기기의 강점인 다이나믹과 극적인 고음 해상도를 모두 갖춘 X9000 은 보다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요구에 부응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CDP 초창기 시절인 1993년에 개발된 오메가가 지향하는 음질과 MP3부터 온갖 하이레조 음원들이 대세인 2020년 대에 개발된 X9000이 지향하는 음질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개인적인 취향 측면에서는? 오메가를 들여놓은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만큼 보다 냉철한 판단은 추후에 이루어지겠지만 공간감 넓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좀 더 선호하는 본인으로서는 오메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헤드폰 모두 전반적으로는 HD800S와 비슷한 스타일의 음색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X9000을 버릴 정도로 오메가의 압승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리어 애니음악이나 최신 가요에는 X9000이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 총평
청취자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두 헤드폰은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감 넓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원한다면 오메가를, 전체적으로 해상도 높은 고음역대를 추구한다면 X9000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유토피아와 같은 FUN하고 걸쭉한 소리를 좋아하는 유저가 오메가를 처음 듣는다면 뭔가 허하고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말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음향 갤러리나 커뮤니티 유저들이 헤드폰 하나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공감됩니다. 서로 다른 특색이 있고, 그 특색이 대체할 수 없는 매력으로 작용하니 말입니다.
댓글 26
댓글 쓰기다음 주에 HD800이 도착하는데 그놈에게 기대하면서 정을 푹 주도록 해야겠습니다.
언감생심 스탁스를 감히 게다가 오메가를 ㅎ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건... 모든 리뷰가 다 귀하지만 스탁스의 희귀성 상 특별히 더 귀하다 아니할 수 없는 리뷰군요. 최노인님만 쓸 수 있는 리뷰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최노인님에 따르면 30여년 전 오메가가 무려 X9000과 취향차로 갈릴 수 있군요. 거의 로스트 테크놀로지 느낌까지 날 정도입니다.
공간감과 자연스러운 소리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조미료 깨나 친, 자극적이고 인상적인 소리이되 해상도를 끌어올린 헤드폰들이 가격도 높고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헤드폰이 그 체급차만큼 이어폰보다 공간감과 자연스러움에서 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헤드폰들은 딱 커진 체적만큼만 그런 면에서 향상되거나 아니면 그보다 못한 향상을 보여서, 이게 그냥 커진 이어폰이 아니면 뭔가 싶은데도 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이유로 적절치 않아보일 정도로 가격이 확 뛰어버리기가 일쑤입니다. 어쩌면 X9000은 이런 트렌드를 스탁스가 좇은 결과물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글로써 X9000에 대한 호기심은 한참 죽어버리고 오메가가 훨씬 듣고 싶어졌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스탁스를 들어볼 수 있길!
솔직히 이어폰으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소리는 많이 찾을수 있으니까요.
한편으론 이해도 됩니다. 죽어가는 유선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제조업체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생각되기도 해서요...
그것은 부동산~~
아니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결에서 멸망이 있을 이유가.... ^^
자세한 비교 평가리뷰 감사드립니다.
최노인님만 쓰실 수 있는 엄청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진리의 둘다가 결론이네요. 부럽습니다.
그래서 더욱 오메가의 놀라운 점이 눈에 보입니다.
1. 컴포저와 같은 ㄱ자형 커넥터
-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컴포저를 사용해보니 저것이 커넥터의 이상향이라 생각했습니다.
2. 입체 제작 이어패드
- 오히려 X9000의 이어패드가 밋밋해 보일 정도로 정교한 형상입니다.
- 패드 wall 부분이 무너지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음장이 있는데, 오메가에서 이미 실현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정말이지 오메가는 죽기 전에 꼭 들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사진과 리뷰 감사드립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전문가의 향기가 물씬 나는 멋진 리뷰였습니다.
저는 공간감 넓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원하면서 해상도 높은 고음역대를 추구하지만 이런 슈퍼급은 만나기 힘들 것 같아서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잘 맞추며 살아야겠습니다.
계속 멋진 헤드폰에 대한 열정 잊지 마시고 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