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고 겸 개봉기] IE 400 PRO CL 드디어 입수했습니다.
드디어 어제 한동안 손에 넣고 싶었던 IE 400 PRO(이하 400프로)를 득했습니다. 호루겔님이 알려주신 장터에서 판매자분과 잠시 대화를 나눈 끝에 소폭의 네고에 성공, 지난 6월 영수증이 있는 국내 정품 미개봉 신품을 정확히 40에 업어왔네요. 예전에 있었다던 할인행사가나, 가뭄에 콩 나듯 출몰한다는 중고물품 가격에 비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지만 돈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이거야말로 제 또 하나의 인생 이어폰이기 때문이죠. 인생 이어폰을 손에 넣었는데 마냥 덤터기를 쓴 것도 아니고 정가대비 한참 싼 가격에 미개봉 신품을 건졌으니 오히려 감사한 일이겠죠. 것도 갖고 싶던 클리어 색상으로 말예요!
이미 400프로의 리뷰를 쓴 바 있으나 스모키 블랙 색상이었고, 외관과 구성품, 마감 등에 대해 비교적 간단히 작성했던 것도 있거니와 뭣보다 이 녀석은 제것이기에 일종의 기념도 삼을 겸 개봉기를 작성해봅니다.
판매자분께서 사은품으로 같이 왔다며 조금은 수상한(?) 젠하이저 이어폰 케이스를 동봉해 주셨는데요. 퀄리티는 마냥 젠하이저의 그것 같지 않지만 사실 젠하이저가 제품 마감이니 하는 것들이 또 썩 좋냐면 그렇진 않아서... 어찌됐든 로고가 근사하게 박혀 있고 크기도 제법 큼지막한 것이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네요.
앞서 말한 젠하이저 퀄리티가 그저 그렇다는 것이... 이런 데서 나타납니다. 분명 미개봉 신품인데도 불구하고 유닛이 썩 깔끔하지 않습니다. 클리어 유닛은 새것답게 반짝이는 맛 따위 없고 누가 3년 쓰던 중고라고 해도 믿을 수준의 표면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젠하이저 로고도 깔끔정교한 인쇄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나마 하우징 내부에 인쇄되어 있어 지워질 염려는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놀랍게도 이게 번들 케이스를 들어낸 순간 보이는 풍경입니다. 라지 실리콘 팁은 제자리를 이탈해 있고 폼팁들은 케이스에 눌린 자국이 선명합니다. 충격적인 건 젠하 IE 시리즈 동봉 폼팁이 오너분들은 아시겠지만 원형 복구력이 미칠듯이 떨어지는 제품입니다. 한번 제대로 눌리면 평생 그 모양 그대로 남아있어요. 아마 이 폼팁들도 멀쩡한 상태로 돌아올 것 같진 않네요.
근데 더 놀라운 사실이 뭔지 아십니까?
젠하의 경우 이게 폼팁에만 그런게 아니라 실리콘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리콘팁도 일정기간이상 눌리면 그대로 굳어버려요. 오디오파일 경력이 어느덧 이십년을 바라보는 저지만 이만한 기업에서 이만한 퀄리티의 팁을 내놓는 것도... 소니 등 비슷한 네임밸류의 타사 기본팁들을 생각하면 참 많이 그렇네요.
iPhone 15 Pro에서 퍽 좋아진 접사 모드를 이용해 유닛과 기본 장착 중팁을 최대한 가까이 찍어보았습니다. 7mm TrueResponse 드라이버가 사운드 튜브 따위의 거추장스럽고 왜곡을 일으키는 장치 없이 이도로 곧장 직접음을 쏘아주는 구조입니다. 이로써 착용감과 음질적인 이점 모두를 획득했습니다. SE846같이 내부 조형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흐뭇한 외형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것도 뭐 이거대로 예뻐 보입니다. 적어도 제게는요. ^^;
커넥터에서 이어진 빨간색과 검정색의 내부 배선이 드라이버의 양옆에 있는 전극에 닿아있습니다. 팁의 경우 외부에 가로놓인 열십자의 가드(?)안으로는 얇은 스폰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접사로 찍어보면 젠하이저 로고가 얼마나 저해상도로 인쇄되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꽤나 문제가 있다고 알려진 보어입니다. 대단히 단단해 보이지도 않는 플라스틱이 저만한 타공을 사이사이에 둔 상태로 보어를 이루고 있습니다. 내구성이 좋으면 더 이상한 구조입니다. 400프로가 착용감은 좋지만 특유의 각도로 인해 들어갈 때 다소 힘을 줘야 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때마다 조금은 긴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케이블은 IE PRO 시리즈만을 위한 규격으로 알고 있는데 잠깐 그래도 어디선가 맞는 규격의 밸런스드 케이블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포기로 기울었습니다. 뭣보다 이대로도 소리가 더 바랄 나위 없이 좋아요.
마지막은 박스아트와의 1:1 비교입니다. 박스아트가 실제 외형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투명한 박스아트의 유닛 모습과 달리 400프로는 플라스틱의 재질적 불투명감 정도를 제외하면 완전 투명을 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반대의 IE 400 PRO 레터링이 그대로 투영될 정도로요. 또 실제 로고의 저해상도 정도가 비교되네요. 체결 정도가 박스아트의 그것만큼 밀착감있지도 않고요.
이로써 IE 400 PRO CL의 지름신고 겸 개봉기를 마칩니다. 청음기를 포함한 보다 자세한 리뷰는 아래의 이전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www.0db.co.kr/REVIEW_USER/4225766?_filter=search&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400
영디비 유저 여러분께서는 본인에게 누구보다 잘 맞는, '인생 이어폰'을 찾으셨나요? 찾으셨다면 그때의 기쁨이 얼마나 크셨나요? 또 찾지 못했다면, 찾았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클 것 같으신가요?
길다면 길 지난 오디오파일 경력에 인생 이어폰도 여럿이 있었지만 그 최전선에 있는 IE 400 PRO. 앞선 인생 이어폰들과 달리 인지도가 퍽 낮기에, 기악곡과 저음에서 강점을 보인다며 이 이어폰의 존재를 알려주신 @SunRise님 과 선뜻 대여청음을 보내주심으로써 완전히 이녀석에 빠져들게 만드신 @호루겔님 이 없었더라면 평생 닿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IE 400 PRO.
이 이어폰이 제게 오기까지 없어서는 안 되었을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댓글 20
댓글 쓰기축하드립니다
그 장터는 어딥니까 저는 매물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ㅋ
키큰사람님도 곧 들이게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나중에 봐서 ivipQ제 커케 한번 보내드려보겠습니다.
옵션에는 없는데 제작자하고 채팅으로 협의해서 +1만 더 내고 펜타콘으로 제작한 것이 있습니다.
베이스는 7N 일본산(제작자측 추장) 구리선재 쓴 ivipQ-214입니다.
저처럼 침대파이용으로 듣다가 잠드는 용도로 대충 굴린다면 큰 차이는 못느낄겁니다.
노즐의 이물질 가드 부분 내구도는 사실 저처럼 상시 끼고 사는 용도 아니면 그냥저냥할겁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마르고 닳도록 쓰다보니 플라스틱이 삭을(?) 정도로 굴려서 그런거 아닌가 싶은데..
제가 의뢰했던 사설 수리하시는 분은 철제로 바꿔주셨는데 소리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팁의 경우 IE와 IE pro 팁은 자세히 보면 여러 면이 다릅니다.
갓부분 고무 두께는 pro 쪽이 미세하게라도 더 두텁고 소리나오는쪽 크기도 보시면 pro가 약간 작습니다.
그래서 IE와 IE pro 팁이 호환이 되긴 하는데 바꿔서 써보시면 소리가 달라지는걸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노즐 사이즈는 표준에 가까워서 다른 팁들도 웬만하면 다 맞긴 한데
쓰다보면 그냥 번들팁으로 도로 돌아오는 신기함도 경험하시게 될겁니다.
그리고 번들 케이블 그거 제일 약한 부분은 가이드 쪽입니다.
저도 1호기 케이블 한동안 ivipQ 커케 주문제작해서 썼던게 가이드 크랙나서 덜렁덜렁...
여유되시면 일본쪽(Buyee 야후쇼핑이나 라쿠텐에 젠하이저 전문샵에서 팝니다)에서
케이블 여분 하나 확보해두세요. 국내 프로쪽 자재는 파는데도 없고 전화문의 밖에 없는데 기대가 안됩니다.
팁의 경우 모양은 다른데, 재질이 같은 것 같습니다... ㅠㅠ
해외구매의 경우 지난번 HP-1 이후로 관심이 생겼지만 아직 엄두는 못내고 있네요. 490프로 밸런스 케이블도 구해야 하고 살게 많은 상황인데요. 400프로부터 좀 즐감한 뒤 용기를 가져봐야겠습니다...! 늘 감사드려요. ^^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만 듣던 스피커 사운드를 모바일 환경으로 비교적 그럴싸하게 가져올 수 있는 몇 안되는 이어폰 같습니다.
예전에 15에 팔았는데 시세 많이 올랐네요.
cd780도 그렇고 너무 일찍 팔면 손해를 보네요ㅋㅋ
(혹시 지금 파는 것도 나중엔..?)
서두의 케이스는 저도 갖고있었습니다. 초기 구매 사은품이었나 그럴 거예요.
이어팁은 단언컨데 pro의 이어팁이 좋습니다. 그래서 ie300 런칭 때 써보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실리콘 두께가 다른 것으로 기억하고 소리의 직결감 또한 pro팁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컨슈머 시리즈에 pro팁 장착하면 매칭이 애매해서 순정으로 원복했습니다.
분기점이라던가 플러그의 형태는 pro의 완성도가 탁월하게 좋죠.
ie900조차 플러그의 날카로움, 무거운 분기점은 실사용하기에 껄끄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pro 라인업이라 파손 걱정으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롭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 케이스가 정품이 맞군요! 어찌보면 젠하답습니다. ㅎㅎ
컨슈머 시리즈에 프로팁이 또 별로였다니... 저는 가끔보면 선라이즈님만큼 귀가 좋지 못해서 다행이다란 생각도 듭니다 ㅎㅎ
분기점과 플러그 형태는 따로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아마 무대 위라는 환경을 고려한 설계가 아닐까 합니다. 컨슈머 제품이야 얌전히 앉아서 듣게 마련이니까요.
내구성은... 정말 좋은 거면 좋겠네요! 사실 좋든 나쁘든 혼자 삭아 버리는 댐퍼 같은 일부 부품들 제외하고는 소유한 모든 전자제품을 하도 소중하게 다뤄서 망가뜨릴 걱정은 안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