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뇐네 T1 갱생의 기록 - 헤드밴드 수리
지난 근황: https://www.0db.co.kr/index.php?mid=FREE&page=3&document_srl=961668
"천연가죽" 믿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결국 속 쿠션은 다 삭아서 김가루가 되어 있던 상태였습니다.
1차 시도
밀봉된 쿠션을 열어서 세척한 후에 적당한 솜을 넣고 재조립합니다.
고무내피에 접착된 양가죽을 들어내자마자 시커멓고 끈덕진 가루가 우수수수수~
"내가 지금까지 이런걸 머리에 얹고 지냈단 말인가…"
…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가죽에 물은 상극이지만 물세척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세척 후 한참을 건조시킨 후 원상태 그대로 재조립해보았습니다.
결과: 실패
스폰지 가루를 모두 씻어내도 고무 내피 자체가 삭아서 검댕이 묻어나옵니다.
건조 후에도 가죽이 축축하고 끈적거립니다.
물세척 때문인지 고무 내피와 가죽이 수축해서 끄트머리가 슬라이더 바깥으로 빠져나옵니다.
결국 재사용 불가 판정을 내립니다.
2차 시도
베이어다이나믹 본사로부터 대체 부품을 공수해서 수리를 시도해봅니다.
이왕 해체한 김에 길이조절 슬라이더와 유닛 배플의 고무링 등 수명을 다한 다른 부품들도 함께 주문합니다.
기존 헤드밴드의 금속 코어는 그대로 씁니다.
주문한 부품
헤드밴드 쿠션 (for T90: No.910945 €15.80 // for DT880: No.979823 €8.20)
길이조절 슬라이더 세트 (No.907251 €32.80)
배플 고정용 고무링 (No.916676 2x €1.40) -- 사진 생략
요크/이어컵 연결부 (No.906646 2x €5.90) -- 사진 생략
결과: 또 실패…!
원래 슬라이더의 하우징은 금속부품인 반면 교체부품의 하우징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웬만하면 오리지널 하우징을 재사용하고 시리얼넘버도 보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도해도 헤드밴드가 슬라이더로부터 분리되지를 않습니다!! 본사에서 보내준 분해 매뉴얼을 참고해보았지만 제가 가진 극초기모델은 고정 방식이 다른 듯 합니다.
3차 시도
2차 시도에서 분리해내지 못한 금속 코어를 새것으로 다시 주문합니다.
또한 슬라이더 세트 (No.907251)에 따라온 내부 부품을 보아하니, 얼마 안 지나서 또 고정 기능을 상실할 것이 뻔해보입니다. 탄력이 있는 플라스틱 돌기가 금속요크에 있는 구멍에 걸려들어가게 만든 것인데, 슬라이더쪽 플라스틱 돌기가 금방 마모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DT1xx0, 아미론에 쓰이는 개선된 부품도 함께 주문합니다. 과연 호환이 될 것인지…?
주문한 부품
헤드밴드 금속코어 (No.917027 €7.50)
슬라이더 볼메커니즘 (No.916722 €7.70)
결과: 성공!!
헤드밴드 쿠션은 T90용 (No.910945)를 활용했습니다. 지퍼를 닫아주고 원래 T1에 있던 베이어다이나믹 로고 리본을 양면테이프로 붙여주면 꽤 그럴듯합니다. 다만 먼지를 엄청나게 흡입하는군요...
880용 가죽쿠션(No.979823)은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T90 쿠션에 비해서 짧습니다!
새로 주문한 슬라이더 세트 (No.907251)로부터는 겉에 하우징만을 활용하고 내부 부품은 신형 볼메커니즘(No.916722)을 사용했습니다. 조립방법이 좀 까다로웠지만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공유할만한 정보
만약 다른 T1 또는 T5p 사용자분들이 헤드밴드 쿠션을 교체하려고 하신다면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할만 합니다.
A) 순정 교체부품 (No.916137 €65)
인조가죽 쿠션, 헤드밴드 금속코어, 슬라이더 홀더가 따라옵니다. 기존 헤드밴드 쿠션과 코어를 슬라이더에서 분리하고 (이 때 기존 홀더가 파손됩니다) 새로운 코어, 쿠션, 홀더를 조립해서 기존 슬라이더의 하우징에 밀어넣습니다.
B) T90용 마이크로 벨루어 쿠션 (No.910945 €15.80)
오리지널 쿠션을 가위로 잘라내고 새 쿠션을 기존 코어 위, 슬라이더 하우징 안쪽에 그대로 씌워줍니다.
A를 선택하면 오리지널리티가 보존되지만, 인조가죽이 1~2년 사이에 수명을 다한다면 차라리 B를 선택해서 자주 교체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슬라이더를 함께 교체해야 할 경우,
만약 슬라이더와 헤드밴드 금속코어가 분해 매뉴얼대로 쉽게 분리되기만 한다면 비싼 슬라이더 세트 (No.907251 €32.80)는 구매할 필요 없습니다. 아마 오리지널 T1 4000번대 이후 모델부터는 매뉴얼대로 쉽게 분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 홀더는 일회용이므로 새 것으로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원래 헤드밴드 금속코어와 슬라이더 하우징을 재활용하고, 내부 메커니즘과 홀더만 새것으로 쓰시면 됩니다. 다행히 신형 볼메커니즘(No.916722 €7.70)을 주문하면 홀더도 따라옵니다. No.907251와 비교하면 하우징만 빠지고 메커니즘은 더 고급으로 오는데, 가격은 1/4도 안되게 저렴합니다.
이로써 제 T1은 12xx번대에서 무려 46xxx번대로 점프했습니다. 번호만 보면 2세대가 됐네요. 2016년에 이어컵 하우징을 교체해주었으니 케이블과 유닛을 제외한 모든 외관 부품들을 한번 이상은 갈아준 셈입니다. 한 3년쯤 후에는 이어컵과 케이블도 2세대 것으로 바꿔줄 생각입니다. 유닛이 안 고장나고 언제까지 가나 함 보지요.
추가:
똑같은 헤드폰의 6년 전 사진을 찾았습니다.
패드는 눌렸어도 헤드밴드는 빵빵했네요.
댓글 19
댓글 쓰기파트별로 구입가능한가보군요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제 경우처럼 심지어 순정 부품이 없어도 다른 부품을 쓸 수도 있고요.
그래도 만약 주머니도 열정만큼 두둑했다면 그냥 새거 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헤드폰을 살리는 열정에 박수를 드리겠습니다. !!
자가수리 하시려면 힘드셨을텐데 고생많으셨습니다.
개조도 해보고 수리도 해보니 이제는 "와 차라리 새로 만들수도 있겠다" 생각도 드네요.
순정 부품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공식 홈페이지에선 찾을 수가 없어서요
다행히 글로벌 페이지에도 있어요. 링크 드립니다.
https://global.beyerdynamic.com/service/spare-parts
덕분에 이제는 내맘대로 해도 될 것 같아요 ㅎㅎ
지금 머리에 쓰고 있는 T1은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해도 되겠네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1930년대에 만든 세계 최초의 다이나믹 헤드폰도 여태까지 정정하다고 합니다 ㅎㅎ
T1pro!!
그러고보니 T1 블랙에디션이 비슷한 위치일지도 모르겠네요.
와 대단하십니다 ㅎㅎ 베이어 빠로서 너무 좋은 정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헌데 저 t90밴드도 1년정도 지나면 표면에 보슬보슬한 질감을내는 것이 검정 가루가 되서 부서져 떨어집니다... 참 베이어다이나믹 제품들 소모품 내구도가 좀 아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