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의자(로 끝나는) 이야기

제가 몸이 작고 허약합니다
어렸을 때에는 그냥 그랬는데 나이가 좀 되고 나니까 아프네요
일단 모든 일의 원흉이자 종특 증상으로 유연성평발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다리도 좀 휘어있고 서있을 때 몸이 앞으로 굽어서 라운드숄더랑 거북목이 따라왔어요
그리고 서른두살 때 요추디스크도 터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체형이나 자세가 건강하지 못 했지만 불편이 없었는데, 디스크 터진 때를 기점으로 여기저기가 약해지고 아픈게 체감이 되고 맨날 뒷목 쑤시고 진통제 먹어도 전혀 해결 안되는 편두통도 한두달에 한번씩 찾아오고 그러다 정말 가끔 담와서 목도 못 돌리고 결정적으로 뱃살이.......
어영부영 아닌 척 하면서 게으르게 살다가, 더 이상 밀리면 몸이 다 허물어지겠다는 생각을 작년쯤에 번뜩 하게 되어서 턱걸이를 시작했습니다
30만원정도 하는 가정용 턱걸이기구도 사서 잘 쓰고 있습니다
몸 앞쪽의 근육과 뒷쪽의 근육이 길항관계인데, 운동 안 하는 현대인은 보통 뒷쪽이 늘어나있고 약하다고 하더군요
라운드숄더랑 몸이 앞으로 구부정해지는 증상의 원인이 그거라고 해요
당기는 운동을 통해 능형근, 광배근, 전거근을 비롯한 등과 옆구리를 타이트하게 만들어주면, 앞쪽 근육들에 대항해서 어깨와 허리를 곧게 세울 수 있다 뭐 이렇습니다
근데 턱걸이가 허리를 펴려고 하는 운동인데, 근력이 약하기도 약하지만 몸이 앞으로 굽어있어서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지를 않아요..
몇번 올라가다가 힘 딸리면 어깨가 앞으로 말려서 하나마나하게 됩니다
이걸 또 보완해보겠다고 스파인코렉터를 사봤습니다
받아서 포장 풀고 누우니까 명치에서 뚜두두둑 소리가 나고 숨이 안 쉬어집니다
눈에 들어올 때마다 1분씩 2분씩 누워있다 보니 2주만에 척추가 좀 펴져서 이제 누워도 안 아프네요
턱걸이 자세가 확실히 좋아지고 횟수도 갑자기 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자 때문에 이게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것
의자가 보통 게이밍이랑 사무or학습용이죠
게이밍은 게이밍대로 문제가 있고 사무용도 나름대로 몸에 해로운 어떤 전형적인 구조가 있습니다
제가 키가 한 175정도만 됐으면 그게 별게 아닐 수도 있었을텐데, 그보다 작아서 손해를 많이 봅니다
일단 다 내려도 바닥에 발 뒤꿈치가 안정적으로 닿는게 거의 없어요
특히나, 멋지고 갖고싶은 비싼것들은 기준체형을 조금씩 더 크게 잡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또 웃긴게 백만원 이상에서부터 시작하는 수입의자들, 우리보다 한두단계 더 큰 백인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을 보면, 대충 비례해서 더 크게 만든것도 개중에 있지만 의외로 다 내리고 앉으니까 거짓말처럼 발바닥이 닿는 제품이 적지 않습니다
하여튼,
발이 뜨면 의자에 앉아있을 때 금방 지쳐서 몸이 앞으로 굽든지, 아예 좌면 위에 발 올리고 쭈그려 앉게 됩니다
발 닿는 문제를 해결해본다고 중심봉 짧은거 사서 갈아끼우니까, 발은 닿는데 이제 또 책상이 너무 높네요
여러분 모션데스크를 사야 합니다!!
그리고 등판과 목받침이 대개 성인남성 평균체형을 기준으로 무식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뒷목을 받쳐줘야 할게 뒷통수에 닿아서 목이 뜹니다
등판은 등판대로 너무 뒤로 누워있어서 마음 편하게 뒤로 기대지지가 않구요
몸을 뒤로 눌러서 완전히 기대면 이중턱 생기는 불편한 자세가 될 수밖에 없고, 키보드랑 마우스랑 펜 다루기도 불편해서 금방 자세를 바꾸게 돼요
등판은 곡선 주지 말고 조금 더 수직에 가깝도록 세워지고, 뒷목이 아니라 뒷통수에 닿을망정 목받침도 앞쪽으로 적어도 2~3cm라도 나와있고 좀 더 탄탄하게 머리 무게를 받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시디즈파트라리바트보다 양호했던 사오체 기준으로, 어깨가 경직되지 않을 정도까지만 충분히 몸을 기댔을 때 목받침과 뒷통수 내지는 뒷목 사이에 손바닥 하나가 딱 들어갔음)
좋은 의자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다들 몸 아픈 사람들이고 그런 100명중에 99명이 다들 저처럼 어느정도의 라운드숄더일텐데, 왜 의자 등판 형상을 매우 건강하고 자세가 바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나마 남자이고 약간 뭔가 하한선 비슷한 사이즈라서 가끔 제 몸 길이에 적당한 의자를 찾아낼 수도 있기는 한데, 여성분들은 저보다도 형편이 더 안좋지요
시디즈 체험관에서 그동안 앉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기대도 사실 없었던 몇 제품의 무감각한 설계를 확실히 깨닫고, 그 다음에 찾아간 사이즈오브 체험관에서 믿었던 니네마저 별건 없구나...하는 배신감을 느끼며, 조잘조잘 해봤습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