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2
- 별 것도 아닌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그야말로 잡담입니다. 마지막에 요약 이런 것도 없으니 장문이 부담되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슬쩍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억하실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 생일선물로 뭘 고를지 생각하던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는 어째서인지 애플워치에 사로잡혀서, 저에게 자꾸만 애플워치 이 모델 저 모델을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었드랬죠. 제가 다른건 몰라도 IT기기쪽에는 관심이 있어 보이니 나름 세심하게 골라본 거겠지요.
그러나 저는 애플워치에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는 사용중입니다)
아무튼, 제가 아내에게 최종적으로 말한 선물은...
좋게 표현하자면 서드파티, 안좋게 말하자면 중국발 짝퉁 아이패드 키보드였습니다. 쿠팡직구로 6만원도 안하더군요.
가격을 보더니 아내는 크게 실망하는 눈치입니다. 39번째, 41번째는 몰라도 40번째 생일에는 좋은 걸 사주고 싶었다면서...
저는 어릴적부터 작가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쓰레기수준의)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대학생, 군대, 제대 이후까지도 소설을 썼습니다. 물론 실제 작가가 되거나 출판의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쓰는 게 즐거웠을 뿐이죠. 그러다보니 어떤 작가님도 알게 되고, 그분이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도 하고, 이것저것 진짜 작가가 되는 꿈이 아주 잠깐 제 삶을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 과거 이야기일 뿐이지만요.
아무튼,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외로운 작업입니다. 와이프랑 저 둘 밖에 없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어느 한쪽이 철저히 홀로 몰두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 후에는 글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기타 치던 것도 접다시피 했고요. 그대신 아내랑 같이 무엇인가를 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영화도 보고, 잠깐이지만 플스도 해보고, 나들이도 가고, 맛집도 가고, 운전연습도 하고...
그런데 이따금씩,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저 밑에서 불쑥 올라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애써 넘겨왔지만 그게 마치 누적이라도 되는 듯이, 이제는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까지 욕망이 차올랐습니다. 고민끝에 다시 써보자는 결심을 내린 지가 사실 얼마 안 됩니다.
그게 제가 아내에게 키보드를 말한 이유입니다.
40만원짜리 애플 정품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생각에 서드파티로 골랐고, 서드파티이다보니 매직키보드형태는 못미덥고 물리적으로 뒤에 받침 형태가 있는 폴리오 형태가 낫지 않을까 싶었고, 아무래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구입단가는 더 많이 내려가버린 것이죠.
MBTI로 치자면 TJ 성향인 제가 생각하기엔 이보다 합리적인 결정은 없다고 봅니다만, 아내는 5만 얼마짜리(아마 알리로는 4만원대까지 가지 않을까 싶네요) 제품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선물이 도착하면 아내에게 말할 겁니다. 이게 있으면 나는 다시 욕망에 사로잡혀서 글을 쓸 수 있어, 그러니 이건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야, 라고 말이죠. 그리고 덧붙여, 진짜 선물은 이 물건이 아니라, 이 물건으로 내가 글을 쓸 수 있도록 내어주는 시간이라는 것도...
물론 아내라면 흔쾌히 그런 시간을 내어줄 겁니다.
얼마 전 구입한 헤드폰으로 서늘한 음악을 들으며 서늘한 글을 써내려갈 날들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댓글 14
댓글 쓰기써야 철이 든 거죠.
무라카미 하루키도 나중에 써서 성공했잖아요?
부럽사와요!
있는 사람은 모름요.
이번에 $52짜리 수동 단렌즈 생일선물이라는 명목으로 간신히
구했음요.
센티베어님의 글은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생신 축하드리고 소설 기대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생일 추카합니다.
즐겁게 사는 모습이 보입니다.
두분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