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음향 관련 의문점? 생각 정리글.
최근 줄어든 제 글의 작성 빈도와 종종 작성한 댓글에서 눈치챈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최근 음향에 잠시 현타가 왔던지라... 한동안 음감도 즐기지 않고 별 생각 없이 지내다 오랜만에 음감을 좀 하다 보니 잊고 있던 의문과 생각이 떠오르는지라 글을 작성해 봅니다. 얼마 전 있던 플래그십 모임에서도 짧게 생각을 말해본 주제인데, 한번 사이트에서도 공유해보고 싶었던지라...
무슨 결론을 꼭 내야하고 누가 맞다 이런 글은 아니고 그냥 생각 정리차... 개인적 기록 느낌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의문점은, 인간의 귀는 얼마나 신뢰 가능한지, 또 객관적 수치인 주파수 응답 측정치를 어디까지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저는 사실 입문 초기부터 측정치 만을 통한 소리 예측에 꽤 회의적이었습니다. (물론 측정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측정치 그 자체 만을 가지고는 소리를 예측하는 데이터로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 입니다.) 물론 저 본인도 측정치를 참고하고, 그를 활용하여 기기가 저에게 적합할지 예상해보기는 합니다만, 최근 청음의 횟수도 늘고, 기기를 접해본 경험이 늘다보니 측정치 자체만은 의미가 없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그 생각들을 몇개 나열해 보겠습니다.
1/ 측정치 자체는 객관적 지표일지 몰라도, 기기 자체에서 나오는 소리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인간의 귀라는 기관은 전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 입니다. 이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수차례 모임도 참가해보고, 서로 청음 후 의견도 공유해보며 느낀 점은 인간의 귀는 상상 이상으로 모두 다르다는 것 이더군요. 이도의 형상, 사람의 뇌 속 HRTF, 청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아무리 같은 기기여도 듣는 소리 자체는 천지차이인데, 이런 상황에서 본인 자신의 귀는 어떤 대역을 얼마나, 어떻게 듣는지에 대한 기본적 인지가 없는 상태에서 측정치만을 사용한 예상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당연히 모든 분들이 측정치만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으신다는 걸 알지만, 구글링을 통해 접하는 생각보다 다수의 사람들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측정치를 맹신하는 경향이 꽤 있다는 것을 보고 문득 든 생각입니다.
2/ 측정치 상 나오지 못하는 토널 외적의 성능. 이 부분은 음향에 관심을 꽤 가지기 이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어제 밤 @Magnesium 님의 글에서 제가 품었던 의문도 다수 해결되어서...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애초에 이쪽은 저는 잘 모르기도 해서 ㅎㅎ 단지, 입문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꽤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느꼈다 정도만 하겠습니다.
3/ 다양한 측정치 사이에서 최대한 실제 청감상 토널과 비슷하게 예측하는 방법? 다양한 측정치 DB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다들 각각 다른 기준과 조건에서 측정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그나마 실 청감상 느낌과 비슷한 소리를 추측하는 방법은 본인이 보유한 기기 중 해당 DB에 측정치가 있다면, 그 기기를 타겟으로 삼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가설의 실효성이 있는지? 고수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만일 제가 A라는 기기를 보유하였고, A기기와 제가 궁금한 B기기의 동일한 조건에서의 측정치가 있다면 제가 가진 A라는 기기의 소리와 측정치를 일치시켜 기준점, 타겟으로 삼은 후 B기기와 A기기의 해당 측정치의 차이만큼을 Eq로 조절하여 듣는다면 과연 이렇게 만들어낸 소리는 실제 두 기기 사이의 토널 차이를 유의미한 수준까지는 재현할 수 있는가? 입니다.
뭐 이렇게 쓰고 보니 별로 영양가는 없는... 이미 다 논의된 내용들 같지만 어제 Magnesium님의 글과 그 글에서의 활발한 토론을 보고 오늘 아침 오랜만에 음감을 즐기며 든 생각들을 한번 간단히.. 써봤습니다.. 사실 1번과 2번은 이미 마음 속 결론이 있는 것 같고, 3번정도가 실제 질문이겠네요..
댓글 36
댓글 쓰기측정치 맹신은 골귀가 만든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내용에 있다시피
측정=객관적, 청자=주관적 <-여기서 가장 큰 차이가 있죠!
그 차이를 얼마나 잘 해석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1편과 2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3번은 예전에 아큐디오가 있었는데 제가 경험하기로는 토널 밸런스는 비슷하다 생각할만큼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디테일이나 스테이징은 차이가...
네린사마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900 더 좋게 쓰고 있습니다.
물론 제 귀 한정 ㅋㅋㅋㅋ
측정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음식의 보편적인 맛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음식에 짠게 많이 들어가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게 다른거처럼 결국은 뭐 내가 직접 찍어먹고 들어봐야 아는거죠
거기다가 천차만별 다 다른 귀 모양으로 인한 소리 변화까지 생각하면 완벽하게 기계로 어떤 소리가 들릴치 측정하는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대충 어떤 성향이다~ 정도만 알고 들어봐야 아는거 같아요
현재 측정치가 정말 ‘객관적’인가요? 여기서 객관적이다는 말은 20~30년후에 측정기기가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결과물인가요?
그리고 이건 좀 다른얘기인데.. 해외 유튭 리뷰(특히 헤*폰쇼 유튭)를 많이 보는 제가 언제나 궁금했던건데..
하만 타겟, 디퓨즈 필드, 인이어 타겟 같은 걸 기준으로 이것에서 많이 벗어난 측정치가 나오면 중립적이지 않다라던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헤드폰을 리뷰 하는게 맞는건가요?
그리고 사진쟁이 님께서 말씀하신것 처럼 사람마다 뇌랑 귀가 다 다른데.. ‘중립적’인 소리다라고 느끼는게 사람마다 다른데 어떻게 FR의 범위를 정해놓고 이것에 벗어나면 중립적이지 않다라고 할 수있을까요?
따로 궁금하면 질문 게시판에 적었어야 했는데.. 사진쟁이 님의 글을 보다가 생각나서 댓글에 남기게 됐네요.. 죄송해요ㅠ
사진 쟁이님께서 질문하신 것중에 3번 같은 경우는 저는 제가 가장 많이 사용했고 그래서 그 특성을 잘 아는 hd650을 기준으로 fr 그래프를 보면서 직접 들어보지 못한 다른 헤드폰의 fr과 비교해서 대충 이럴것이다 예상해보는 편이에요.
결국엔 저도 그냥 제 귀에 좋으면 좋은거라 생각하면서 음향 장비 모으고 있습니다 ㅎㅎ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지만 이또한 재미라고 생각하고 이 취미를 이어가고 있어요! ㅎ
커플러와 타겟에 대한 부분은 이미 정리된 바가 있습니다.
https://www.0db.co.kr/REVIEW_USER/1238696
'중립(Neutral)'이라 하면 적어도 이어게인의 3kHz 피크가 나타나야 겠지요.
그러한 이유로 웨스톤이나 IE900을 표현력이 좋다고 하지 중립이라 할 수는 없죠.
같은 이어폰에서 발생하는 1dB 편차는 동일 모델로 봐야할까요, 아니면 다른 모델로 봐야할까요.
이어팁을 바꿔서 발생하는 FR 변화는요? 착용 때마다 달라지는 FR 차이는..?
저는 그 역치가 관건이라 봅니다.
하만 연구에 따르면 EQ를 통해 특정 제품을 모사할 경우, 두 제품을 비슷하게 느끼는 응답자 수가 증가하였습니다.
FR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라리 예측지수라 보시면 편합니다.
예컨데 2k에 1dB 강조가 있을 때 생기는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러한 수준에 도달한 분들은 극소수라 봅니다. 저 또한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FR 해석에는 하만의 How to listen 연습이 필수적입니다.
참고로 하만은 훈련된 청취자를 레벨 8로 설정합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절대적이죠. 휴먼 에러를 완전 배제하고 같은 수준의 결괏값을 제공하니까요.
그것을 인간에게 적용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측정치 자체는 죄가 없습니다.
FR과 청감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해당 경우는 정착용 여부부터 살펴봐야죠)
FR과 실청음 사이의 미묘한 괴리 극복은 꾸준한 지름과 청음밖에 답이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다르다고 믿고 있습니다.
서로 다 다르다 그런데 그 안에는 어떤 방향은 있을 것이다 라고 보고 그런 다양한 분포를 연구하는 학문이 통계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데 그 다른 것들의 모임을 대표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 중에 흔히 쓰이는 게 평균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평균과 딱맞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예를 들면 이어폰을 만들었다고 하고 그것이 재생하는 주파수 특성을 여러 사람들의 평균으로 제작된 센서로 측정했다면 어느 누구도 정확히 그 측정된 결과와 똑같이 들을 가능성은 아주 적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혹은 아주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사람들이 들은 결과를 모아 본다면 센서의 결과에 얼추 비슷할 가능성은 아주 크게됩니다.
어느 한개인에 맞추는 것보다 많이 팔아야 하는 회사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리뷰어는 가장 많은 사람에게 최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 맞을 수있는 평균기준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 됩니다.
비슷한 이야기로 '평균의 함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도 같은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여러 표본을 가지고 기본 모델을 만들게 되면 그 모델이 딱 맞는 개체는 없겠지만 아주 많은 개체를 적용해 볼 때는 그나마 통계적 의미를 가지게 되거든요. 이런 논리가 가설 검증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야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청각를 연구한 모델을 이용하는 것은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지만, 구입을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나만을 위한 것이라 다수의 평균으로 만들어진 모델에 내가 정확히 맞을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시각과 달리 청각은 시간상의 변화라 측정이나 비교가 아주 애매해 집니다. 특별히 훈련을 하지 않는 한 그 감도도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구요. 그런 상황에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회사의 마케팅전략과 자기도 잘 모르겠는 애매한 상황에서는 인간의 인지는 아주 많은 바이어스와 환상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역시 마이파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안그래도 플래그십 모임에서 이 주제로 짧게 말을 꺼내며 한 말도 평균의 함정입니다. 저도 그래서 결국 객관적 지표보다는 그냥 본인 귀나 믿자는 마인드가 되더군요.. 어차피 이쪽으로 업을 하고자 하는것도 아니니..
업으로 하자면 당연히 하만타겟같은 모델을 연구하고 이용해야하구요.
저도 온갓 생각이 많았다가 최근엔 그냥 제 귀에 좋게 들리는게 좋은거지란 심정으로 청음해보고 살만하다 싶으면 산다 주의로 바뀌었지요.. 측정치는 그냥 고음형, 웜틸트형 구분하는 정도로만 참고한다 정도로만...
공감합니다.
예전에 외국에서 어떤 학생에게 ㅅ.ㅈ 발음을 알려줬는데, 구분을 정확히 못하더군요.
그 언어에 ㅆ.ㅉ 은 있지만 영어를 어느정도 하는 학생은 구분했거든요.
주변 환경에서 잘 듣지 못한 발음이나 발음기호와 매치가 없는 소리는 ,
마치 수많은 시각정보가 축소되어 처리되듯, 뇌에서 뉴런에 의해 걸러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나오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고음부 찰랑거림이 왜 강조되었는지 나름 이런 이유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보다 즐거운 음악 감상 외에 기계처럼 귀로 측정하는건 소비자보다 생산자와 엔지니어 영역같아요.
제 나름의 이론은 보다 정확한 소리를 들으려면 수많은 다양한 언어와 자연소리를 귀로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는것입니다.
혹은 뇌에서 초당 청각 정보 처리를 늘리도록 눈을 감는 방법도 있겠죠.
저렴한 오픈형 헤드폰 3년째 쓰는데, 계절별로 혹은 덥고 습한 나라에서 소리가 다른 개인적 체험이 있어서,
물론 기기를 바꿔가며 듣는 수집과 재미도 있겠지만,
지표보다는 음악 취향과 선호하는 왜곡이 맞아야 음감이 즐거운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먼 미래의 음감 취미는 두뇌가 에너지 효율을 위해 거르고 축소하는 처리속도를 더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이 더해질지도 모르죠.
측정치가 비슷한데도 상당히 다른소리를 내는 기기가 많지만 전체적인 결은 어느정도 비슷한 경우가 많더군요
측정치 는 참고용이고 실제 직접 경험 하고 체험 해야 그게 내 것 이 됩니다.
귀 형태가 다르고 듣는 주파수가 다르니 ㅎㅎ
저처럼 음아기들은 그냥 좋으면 좋은걸로 ㅌ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