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입 (P-Type), 한국어 라임의 교과서
제가 가장 자주 듣고 좋아하는 힙합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해볼까 합니다.
우선 제가 가장 존경하는 힙합 아티스트이자 한국 힙합의 레전드 중 한 명인 피타입(P-Type)을 소개하려 합니다.
한국어 라임의 교과서, 라임의 정석, 라임의 선구자, 라임의 4대 천왕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는 피타입은 수식어에서 볼 수 있듯이 랩의 다양한 측면들 중, 라임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 중 한 명입니다. 한국어로는 다양한 라임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보란듯이 깼던 선구자들 중 한 명이며, 지금도 한국어 라임의 한계를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성균관대 철학과 출신답게 요즘 유행하는 스웨그 넘치는 가사보다는 철학적이고 시적인 가사가 많은 편입니다.
최근 쇼미더머니에 나와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탈락해 피타입을 잘 모르던 일반 대중들에게 조롱을 받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조금이나마 피타입의 진면목에 대해 소개를 해볼까 해서 글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각 앨범별로 한곡씩을 소개하고, 마지막엔 피타입이 라임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설명한 라임 노트를 올려드리겠습니다.
1집 - Heavy Bass
- 피타입(P-Type) - 돈키호테 (Feat. 휘성)
1집의 대표곡 돈키호테 입니다. 지금의 피타입이 있게 해준 명곡이고, 언더그라운드 성향이 강하고 하드코어했던 1집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비교적 일반 대중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2집 - The Vintage
- 피타입(P-Type) - 소나기 (Feat. Soulman)
개인적으로 2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 소나기입니다. 위 동영상은 원곡, 아래 동영상은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 무대로 원곡에 비해 조금 더 세련되게 편곡된 버전입니다. 1집이 묵직하고 하드코어한 성향이었다면, 2집은 어쿠스틱과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성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나기라는 곡은 황순원 작가의 소설 소나기를 모티브로 하여 작사를 한 곡으로 조용히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보면 머리 속에 소설이 펼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3집 - Rap
- 피타입(P-Type) - 다이하드 (Feat. Ali, MC Meta)
다이하드는 싱글 발매 후 3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3집은 힙합은 폭력적인 잡종문화라고 비판을 하며 힙합계를 떠났던 피타입이 다시금 돌아와 발표한 앨범입니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던 2집보다는 하드코어한 성향이 있던 1집에 조금 더 가까운 성향의 앨범이지만, 1집에서 느껴졌던 날것 그대로의 거침보다는 한결 정제되고 성숙한 느낌의 강렬함을 지니고 있는 앨범입니다.
4집 - Street Poetry
- 피타입(P-Type) - 광화문 (Feat. 태완)
광화문 역시 싱글 발매 이후 4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4집 앨범에서는 1집에서 느껴졌던 하드코어한 느낌이 다시금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집 발매 이후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피타입 본인이 10년간 보고 느껴온 것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규 앨범이 아닌 싱글 앨범에만 수록되어 있거나, 무료 공개곡, 피쳐링으로 참여한 곡 등에도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이 있지만, 이 글에서의 소개는 이정도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부디 일반 대중들도 피타입이라는 아티스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네이버에 기획 기사 형식으로 올라왔던 피타입의 라임 노트 첨부합니다. 읽어보시면 문장의 끝 부분에만 살짝, 그것도 같은 모음이나 자음만을 이용해 라임을 만드는 상당수 래퍼들의 초보적인 라임이 아닌, 진정한 라임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Intro. 한국형 라임의 선구자 피타입(P-Type)의 두드러진 각운 노트
안녕하세요, 피타입(P-Type)입니다. 이 글에선 한국어의 여러 특징 속에서 어떻게 랩 가사를 지을까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 신작 음반 [3집 Rap] 속에서 잘 지어졌다고 생각하는 구절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하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본 글을 통해 모든 래퍼가 따라야 할 준칙을 세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집착하고 물어뜯기 좋아하는 제가 씹어놓은 결과들을 함께 공유하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뭐 소위 말하는 "오픈 소스(open source)" 공개하는 정도의 느낌. 물론 취하고 말고의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Step 1. 명사를 활용한 Rhyming
추억들은 선 굵은 모노톤 [데생]
갖은 말썽들로 채웠지. [대 쎈] 척 살아봤지만
그딴 건 다 [헛수고] 세월엔 무너졌지.
밤을 세[워 쓰고] 아침이면 찢어발긴 가사가 [백장]
사라진 [배짱]
널 원해, 성급한 [단정] 짓더니 난 또 [떨어. 그러다] 너를 향해 어느덧 [걸어 들어가]
긴장감이 가득[한 방 안]
그대를 맞이하게 된 [밤 강한] 내 심장 소리의 [당당함]
이제부턴 나도 [감당 안]돼
새로 산 [닥터네] 새빨[갛던 헤]드폰으로 귀 [닫고 내] 신발을 [딱 보네]
"쟤 노랜 [다 뻔해]" 그런 생[각도 내] 다 써놨지 [각본에]
나도 귀 [닫고 내] 평화를 [가꿔 매]일같이 온[갖 고뇌] 날 들이[받곤 해]도
DJ[가 또 내] rap 조[각 꺼내] 그때 깨[닫곤 해] 난 내 길 [갔던 애]
Step 3. Rhyme은 모음만 맞추면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오히려 "자음/모음"의 구조보다는, "초성/중성/종성"의 구조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한국어는 음운론의 관점에서.. 그냥 아래 표를 참조하세요.^^
제가 주관적으로 만든, 음운론적 관점과는 부분적으로 매우 무관한, 랩 작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표임을 밝혀둡니다.
결[국은] 나의 친[구든] 아니든 동지 모두가 반정[부군]
추격자들 따위 난 관심 없다네. {극한의} 밤 애[틋한]
지난밤 그녀 감상에 (젖지 마) 뭐가 그리 복[잡해]?
아득할 땐 항상 목(적지만) 봐, 곧 도[착해].
발(길 익은) (길이든), 낯 선 느(낌이 든) (길이든) 끝은 [나리]
길이 들지 않아서 지(킬 이름) 난 (길 잃은) 들짐승 한 [마리]
저도 개인적으로 국내 힙합뮤지션중에서 피타입은 좋아하는 편인데요.
개인적으로 2집 같은 앨범을 한번 더 내주면 좋을 것 같네요.
요즘엔 피타입의 라임이나 래핑이 조금 올드하게 들릴수가 있어서
좋은 음악, 비트로 앨범을 내줬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