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렘 가려다 파이오니아로 와버렸습니다
계기는 디렘 e3 발매소식이었는데 왜인지 디락1/e1000/파이오니아 SE-CH9T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질문도 올렸으니 후기도 간단하게 남겨봅니다.
1. 2년차 디락1을 재평가하게 됩니다. 말도 안되게 좋은 소리였어요.
최근 테비만 들어서 저음이 살짝 많게 느껴졌는데 이 정도는 있어야 밴드 음악이 신납니다.
오히려 웅장해서 좋아요. 다른 악기음이나 보컬을 잡아먹지도 않으니까요. 이름값 제대로 합니다.
그런데 소리를 위해 다른 모든 걸 버렸습니다. 뻣뻣하다 못해 딱딱한 케이블 탓에 오버이어가 아니면 쓸 수가 없습니다.
소스 기기랑 부딪히는건 기본이고 케이블끼리도 부딪히면서 달칵거리는데 욕을 간신히 참습니다.....귀에 꽂고 뺄 때의 이압은 말할 것도 없구요. 파이널팁을 끼워주니 훨씬 나은데 그래도 귀에 너무 밀어넣으면 뺄 때가 ㅠㅠ.......
2. e1000을 몰랐으면 디락도 그러려니 하고 썼을 겁니다.
부드러운 케이블, 이압 따위 없는 조그마한 유닛의 편안한 착용감, 단단한 이어팁이 만나니 오버이어로 돌리지 않아도 터치노이즈가 거의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빌드퀄리티 무엇?
그런데 소리까지 편하기만 합니다.
파이오니아가 작은 스테이지, 디락이 작은 스튜디오쯤 된다면 파이널은 코인노래방에 밴드를 구겨넣고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내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소리가 답답할만큼 좁게 나는데 그것도 소리가 너무 많으면 서로 부딪혀요. e4000부터 이 답답함이 풀리더라구요. 정말 이어팁이 본체입니다.
3. 파이오니아는 실수한 것 같습니다 ㅠㅠ
매장에서 청음했을 땐 놀랍도록 선명하고 플랫하고 풍성했습니다. 하위모델 SE-CH5T는 저음만 과다하고 중역 풍성함은 다 도망갔더라구요.
그런데 집에서 들어보니 CH9T도 저음이 엄청납니다. 고음 보컬 다 그럭저럭 잘 들리지만 처음 들었던 것처런 선명하지도 않구요. 왠지 헤드폰 듣는 듯한 느낌은 드는데 아직은 강렬한 저음의 존재감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착용감은 정말 좋네요. 오버이어 이어폰은 처음인데 두시간 넘게 끼고 있어도 있는 듯 없는 듯 귀에 달라붙습니다.
착용할 때도 이압 따위 전혀 없이 파이오니아 로고가 있는 평평한 부분을 귀에 마음껏 눌러주기만 하면 되구요. 제이버드 시절부터 찌직거리는 소리 자주 들었는데 깔끔해요. 케이블도 아주 부드럽습니다. 디락 때문에 트위스트 케이블 혐오할 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이렇게 다르네요.
결론은 이미 질러버렸으니 좀 더 들어봐야죠 ㅠㅠ
여자 보컬만 떼놓고 보면 꽤 예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역체감이 큰 분야니 더 오래 들어보겠습니다 ㅠㅠ
여러분도 충동구매엔 주의하시고 기존 디락 제품이 있다면 더 사랑해주세요...
댓글 10
댓글 쓰기충동구매는 무섭지요... 점점 안쓰는 제품들이 늘어나는..
SE-CH9T 가 SE-CH5T 보다 저음이 더 있는 제품인데요? 둘다 가지고 있지만 5T가 확실히 저음이 더 약합니다
그리고 9T도 나름 들을만 합니다 소리가 느무 편안해서 오래 들어도 편안합니다 음색이 그렇더군요
공간감도 나름 넓고 마스킹 현상이 저음이 많은것에 비해 없는 편이며 부드럽구요
청음샵에서 듣는 것과 내 방에서 허리띠 풀어놓고 듣는건 좀 다를 수 있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