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에서 앰프를 바꾸려고 합니다.
최근에 출시된 topping의 a90이 측정치부터해서 소리도 아주 괜찮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있습니다. 하지만 청음 가능한곳이 없는 것 같아 구매가 망설여집니다.
현재 쓰고있는 o2앰프는 자작앰프인데 설계자의 블로그에서 전문을 읽고 만든만큼 성능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믿고 쓰고있는데요 훌륭한 제품이라고는 하나 10년이나 된 제품이고 그동안 기술적인 발전도 있었을것이기 때문에 a90이 측정치로서는 최강의 헤드폰 앰프라고 한다면 기대가 되는게 사실입니다.
o2앰프에 앰피리언을 물려 쓰고있는데요 가끔씩 조금 허전하다고 느끼는건 그냥 심리적인 걸까요? 뭔가 앰피리언의 평판형 드라이버의 성능이 100% 나온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것 말이죠. 기술적으로는 o2앰프또한, Nwavguy가 말했듯, k1000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헤드폰을 구동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고 transparence또한 훌륭하니 굳이 앰프를 바꿀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구요. 하지만 제가 보고 배운것들이 청감에 있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도 듭니다.
a90을 구매한다면 과연 청감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차이가 더 나은것일지 궁금합니다. 이성적으로 조언해주실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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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쓰기멀티탭에 플러그 많이 꽂은 것과 똑같습니다.
앰프쪽 회로가 손상되거나, 보호회로가 작동하여 차단되거나, 혹은 출력측 전압강하가 일어납니다.
헤드폰의 진동판은 앰프에서 보내주는 전압에 일치하여 움직이므로 앰프에서 전압강하가 일어난다면 소리가(파형이) 찌그러집니다. (=클리핑)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 미묘한 음질 차이에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볼륨 위치는 여유가 있는데 볼륨을 높여도 음량이 커지지 않고 찌그러짐만 커지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판형은 Current gain 시그널을 받습니다. 이유가 뭐냐면 코일의 지기장을 이용해서 드라이버를 움직이는 다이내믹 헤드폰과는 달리 오로지 전류의 흐름으로 전자기장을 스스로 만들어내서 다이어프램을 움직여야하기때문입니다. 대학교물리 시간에도 배웠듯이 전자기장형성에 제일중요한게 전류입니다. 그래서 평판형들은 주파수애 따른 임피던스 변화가 거의 없고 앰프 아웃풋 임피던스에도 다이나믹 헤드폰이랑 달리 영향을 받지않는 이유입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지금 쓰시는 O2로도 충분하고, 감성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엠피리언과 짝지어주기에) a90도 충분치 못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보통 O2도 아니고, 고급 부품으로 커스텀 자작하신 O2 쓰고 계신걸로 아는데... 인상깊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애착이 있으실텐데 측정치 잘 나오는 가성비 앰프로는 아쉬움이 달래지실거 같지 않네요. 벤치마크 HPA4 같은 이성 중시 테크트리 쪽으로 한방에 끝까지 가시거나, 아니면 프렐류드 진공관 헤드폰앰프 같은 전혀 다른 길을 시도해보시거나......하는게 어떨까요?
이쪽 동네에서는 요 제조사가 요즘 잘 나가는거 같습니다..
http://feliksaudio.pl
이런 앰프들은 측정치에 큰 의미를 두실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죽었다깨도 TR 못 따라갑니다.
다른 글(https://www.0db.co.kr/FREE/1408301)에 달려있는 답글에 제 생각을 적어놓았습니다.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른게 말씀하신 시계 같은 경우 무브먼트의 설계 수준도 큰 가치를 가지지만 그보다 존재 자체로 귀중품 취급을 받는 이유는 0.1그램의 금속조각조차도 하나하나가 시계에 있어야 할 부분으로 육중한 의미를 가진 '완전'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금이 질량에따라 가치가 정해지듯이 말이죠. 페라리에서 나사 하나가 빠졌다고 페라리가 아닌 것은 아니며 앰프의 저항이나 피복을 몇 mm 더 잘라내거나 하우징을 좀 바꿨다고 그 앰프가 다른 앰프가 되는 게 아닌 것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특히 오디오 세계는 철저하게 마니아들의 세계라 정말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몇몇 기종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고가의 물건이라도 해도 박스를 여는 순간 (제 중고거래 경험상) 그 가치가 15% 하락하고 한 번이라도 사용하는 순간 30% 하락합니다. 투자의가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저도 a90에서 별 차이를 못 느껴 다시 내놓았는데 살 때는 60만 원을 줬지만 지금 40만 원에 올려놨는데도 아무도 연락이 없네요. 그러니 이 바닥에서 고가의 제품을 산다는 것은 정말로 평생 안고 가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가의 제품을 선 듯 구매하지 못하고 계속 가격의 합당성을 따지며 제 분야도 아닌 것을 공부하고 읽고 하는 이유는 정말 앰프라는 것이 수백만 원을 줘서 살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가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만약 10만 원을 들여서도 500만 원을 들였을 때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500만 원은 거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10만 원짜리보다 더 비싼 것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제조사들은 출력 단과 입력단을 여러 개 달아 덩치를 불리고 더 비싼 부품과 비싼 하우징, 디자인에 돈을 들여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겠지요. 기계식 시계의 경우는 오늘날 시계라는 기능은 오히려 액세서리 취급해도 될 정도인데 오디오 기기는 아무리 봐도 단순히 아파트 장식품으로 여기기 어렵습니다. 귀중품으로의 성격보다 그 자체의 기능으로서의 성격이 훨씬 강한 것이죠.
일단 a90과 o2와는 청감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고 단지 플라시보인지 실제 성능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o2가 더 제 취향인 것 같아 남기기로 했습니다. 단순 기판 가격만 보면 o2는 5만 원 남짓이죠... 그에 비해 10배 정도의 가격, 그리고 발전된 설계 방식을 탑재했다는 a90이 청감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면 사실 그 이상으로 더 나아가봐야 앰프에서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혹시(앰프에서 투자에 따른 긍정적인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한국 가면 청음 매장에 가서 더 고가의 제품들과 비교하며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청음 매장에서 허락한다면 말이죠...
경험하신 바가 맞습니다.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중고로 내놓으면 30~40% 깎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건 신품을 사셔서 그렇습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일수록 꼭 중고로 사셔야 합니다. 오디오 시장이 특이한게 첫 신품구매자가 60~70%의 가격으로 중고시장에 물건을 공급하고 나면, 그 후부터는 중고시장에서 수십번을 돌고 돌아도 가격이 거의 떨어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제가 10년 전에 200만원 주고 중고 크렐 400xi 앰프를 샀었습니다. 이 앰프의 출시정가는 400만원 이상, 현금박치기하면 300만원대 중후반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걸 신품으로 처음 사서 민트급 중고로 내놓으신 분은 100만원 넘는 손해를 피하지 못하셨을겁니다. 저는 이 앰프를 1년 정도 쓰다가 다시 팔았었는데 그때 정확히 얼마를 받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지금 가격을 검색해보니 아직도 120~130만원인 것 같습니다. 이 앰프가 만약 평균 저처럼 1년씩 쓰고 바꿈질하는 10명의 주인들을 거쳐갔다면, 1인당 평균 7만5천원/년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나름 명품 앰프를 써본 셈이지요. 첫 한 두 사람이 큰 수업료를 지불한 것을 제외하면, 수백만원 명품 오디오가 에어팟 2년에 한번씩 바꾸는 것보다 쌉니다. 가치가 오르질 않으니 투자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오디오 애호가의 숙명상 바꿈질을 피할수 없다면 적어도 가치 저하가 느린 쪽으로 선택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기계식 시계 등 명품 비유에 대해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명품 새것은 웬만해서는 함부로 뜯거나 변형하면 안 되는 귀중품이지만, 오래된 명품은 장기이식을 해서라도 일단 살아남은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독일에서는 년식이 30년 넘은 보존이 잘 된 차량에 "H"가 붙은 특별 번호판을 부여해서 클래식카의 가치를 인정해 줍니다. 그래서 29년 된 낡은 차를 사다가 올수리하고 도색하고 광내서 H번호판 받고 고가에 재판매하는 취미? 업종?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차나 29년 됐다고 이런 변신을 하지 못합니다. 벤츠나 포르쉐 정도는 되어야 하고, 폭스바겐이라면 오리지널 비틀 정도의 상징성이 필요하지요. 희소성은 당연하고요.
기계식 시계도 수 십년 넘으면 오버홀하면서 윤활유도 새로 주입하고 마모된 부품도 교체해주어야 합니다. 시계장인의 공임으로 꽤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결국 애초에 시계 본판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야겠지요. 간단합니다. 고장났다고 버리기에는 너무 비싸게 느껴지게 만들면 됩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저래 말많은 스위스 명품 브랜드 골드문트의 경우, 앰프 섀시 결합 나사를 조이는 토크까지도 진동을 제어하는 당사의 특별한 기술이라고 (메커니컬 그라운딩이라나...믿거나 말거나)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들 말대로라면 사용자가 임의로 나사를 풀었다가 다시 조여주기만 해도 그 제품은 더 이상 골드문트가 아니게 됩니다. 말씀 그대로 존재 자체를 완전성을 가진 귀중픔으로 바라보기를 요구하고 있지요.
웨스턴일렉트릭이나 탄노이같은 1950~60년대로부터 이어오는 정체성과 역사를 가진 빈티지 앰프나 스피커는 또 반대의 경우입니다. 원 부품 남은게 몇 개 없을 정도로 부품 교체를 하면서 수명을 연장하거나 심지어는 스피커 유닛만 살아남아서 스피커 통을 새로 짜더라도, 웨스턴일렉트릭 대접을 받고 탄노이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60여년 전 원래의 소리를 들어보고 기억하는 사람도 없으니 적당한 신비화까지 됩니다.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