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alpine-snow 입니다. 

일요일, 경주에 위치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목적은, 마실 겸 JBL 파라곤과 하츠필드를 직접 들어보러. -_-ㅋ 
이 두 스피커는 감수성이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부터 궁금했었습니다. 

중학생 시절에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의 '오디오'라는 책을 아버지께서 사주셨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 안 나지만, 아마 경복궁이나 국립박물관에 가족끼리 나들이 갔다가 
모두 자그마한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를 발견하곤 관심있게 보다가 각자 사고 싶은 걸 
하나씩 빼들었었는데, 그 때 저는 '오디오'가 눈에 띄어서 하나 뽑았던 기억입니다.
한국 오디오계의 원로이신 전창훈 선생님께서 쓰신 작은 포토북이었는데,
이 책으로 세계 오디오 명기들을 사진으로 접했었습니다. 
 

이 책에 나온 JBL 파라곤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어, 당시 학교 특별활동 종이공예 부서에서
하드보드지로 파라곤 비스무리한 물건을 만들었었습니다. 
전무후무한 소리나는 종이공예품을 만들어 아해들로부터 '에디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뭐, 간단했습니다. 
문구점에서 팔던 아톰라디오용 40mm짜리 스피커 유닛 두 알 박아넣어서 이어폰 줄을 달았고 
앰프도 없이 워크맨 헤드폰 단자 출력으로 소리가 나오게 만든 단순한 물건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촌놈들 많았다 싶은. -_-;; 
그리 치면 공대 가면 에디슨 할아버지들이 널렸게.
 
하여간, 마침 이 시기에 가장 감수성 충만하게 들었던 곡이 수록된 CD를 무려 23년여만에 
JBL 파라곤 오리지널로 들어보는 영광을 누리고 좋은 추억을 갖게 되었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해주신 선라이즈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일단, 파라곤이 있습디다. 그것도 오리지널로. ㄱ-;;;
 

 
...어...
요새 하이파이 기준으로 들으려 들면 단점은 분명합니다만, 소리 정말 눈물나게 좋았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소리? 노. 가슴을 후벼파는 소리였어요.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는.
에너지가 살아있어요. 특히 중역대의 묘사력으로는 충분히 현역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츠필드.
 

파라곤 대비 DT880적인 느낌.
지금 기준으로의 평가보다는 그 당시로서의 평가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고, 
출시 당시의 '꿈의 스피커'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의 하이엔드 스피커와 비교해도 우위라고 판단할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음악이 좀 더 음악답게 들리는 느낌은 분명했습니다.
기기 자체의 특성이 가미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던 생각이 조금 바뀌더군요. 
절대적인 답이라고만 주장하지 않는다면 욕먹을 일 따위 없고, 이건 이것대로 멋져요.
 
웨스턴 일렉트릭 12A+13A 혼 + 동사 트위터 추가 시스템. 
 

파라곤과 하츠필드만 후딱 들어보고 나머지는 구경만 하려 했는데, 
가이드 분의 권유에 따라 들어보게 되었죠. 
 
느낀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요.
...다 죽습니다. 졸라 좋아서. 
 
걸었던 음반은, 2003년도 아이어쇼의 하이엔드뮤직 부스에서 받았던. 
아마도 LP에서 떠낸 CD였고, LP의 스펙상 다이나믹레인지는 모르겠고 
소리 빵빵 잘 터지는 음원이었습니다. 
Celine Dion의 La Memoire D'abraham이었는데. 
오리지널 음반보다 소리가 더 좋은 묘한 CD라서 그런지. 
가이드 분께서 너무 마음에 들어 하시더군요. 
저는 가이드 분께서 들려주신 스피커가 좋아서 죽고, 가이드 분은 제가 가져간 음원이 좋아서 죽고. 
 
뭐 이것만 있는 건 아니예요. 
 

 
웨스턴 일렉트릭 미로포닉 시스템인데... 
솔직히 저는 얘는 별로. 
대역폭이 좁고 PA 시스템 느낌이 조금 있었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박물관 입구 근처의 시스템. 
이건 스피커는 좀 한가닥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소스가 앙망...인 느낌. -_-;;
 

 
그리고... 
이거 보곤 놀라 기절하는 줄. 
 

 
이거 보고 이 느낌이 들었음. 
 

 
...그건 그렇다 치고.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으니 사진은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만. 
오디오파일은 물론이요, 음악애호가는 물론 과거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든 분들께
매우 좋은 구경거리들로 넘치는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현 세대 어린이들부터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님들까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천받은 근처 맛집.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나왔던 적 있다고 하네요.
댓글과는 달리 본문에서는 광고라며 욕먹을까봐, 알아서 댓글 찾아보시라는 말씀 밖엔... ㅠ.ㅠ
일단 소박한 시골 밥상입니다만, 기막히게 훌륭한 향미를 느낄 수 있어서 감탄했습니다.
소박한, 혹은 생소한 향에 당황스러우신 분들도 계실 수 있고 좋아하실 분도 계실 듯 합니다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원재료와 장(醬), 향신료의 다채로움 속에 갖추어진 밸런스, 맛의 깊이가
먹어본 한식들 중 S급으로 둘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한창 젊으신 선라이즈님의 음악과 오디오, 식도락에 대한 깊은 센스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남자 아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