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청음기. (MDR-E888, KEF M100, LG 오픈형)

이전 해체기 글에서 언급했던 대로 택배 박스에는 상당히 많은 물품이 있었습니다. 
우선 장기대여에서 귀환한 이어폰/헤드폰/꼬다리가 들어 있었고, 
그 외에 들어 있던 게 제목의 세 물건입니다. 
각 모델 별로 특징적인 소리들이 있어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늘 그렇지만 막귀에 표현력 젬병, 몹쓸 귀를 보유하고 있어서 참고될 감상기는 아닙니다.. orz) 
(이번엔 특히 오픈형이 많아서 몹쓸 귀 영향을 더 크게 받았습니다..) 
[청음 환경: E30 + atom amp] 
  
1. SONY MDR-E888LP 

 
소니 오픈형 이어폰 플래그십으로 고전 중의 고전인 MDR-E888LP 입니다. 
이걸 마지막에 들어본 게 거의 20년 전이니 정말 오랜만에 듣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그때 들었을 때에는 보라색 매미 케이스 시절이었는데..) 
몸값은 (예전 기준으로) 비싸면서 소리 좋고 진동판 내구성이 정말 약하기로 소문난 녀석입니다.. orz 
그래도 매물이 나오는 걸 보면 역시 관리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E888을 들었을 때에는 거의 막 이어폰들 접하기 시작하던 시절이어서 
인상이 아주 뚜렷한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에 좀 더 자세히 들어보게 됐습니다. 
마침 같이 돌아온 E931과 나란히 비교했는데, 개인 취향으로 따지면 아래 순서대로입니다. 
 
E931 도넛솜 > E888 온솜 > E888 도넛솜 
(도넛솜 아닌 솜을 뭐라 적을지 애매해서 대충 적었습니다..) 
 
여기서 따진 부분은 얼마나 성능이 좋으냐가 아니고 얼마나 전대역이 편하게 들리느냐입니다.  
(단적으로 드라이버 해상력이나 표현력만 놓고 보면 E888이 확실히 좋습니다.)
이 부분에서 E931은 유난히 강점을 보이는데, 베이스가 잘 나오는 편이면서도 울림은 적은 편이고 
중역이나 고역에서도 모난 부분이 없는 편이라 자극이 적은 소리입니다. 
그래서 작정하고 장시간 듣는 용도로 굴리기에 정말 좋은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반면 E888은 도넛솜으로 들었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목소리 치찰음이 꽤 잘 들립니다. 
ㅅ/ㅈ/ㅊ 발음이 나올 때마다 꽤 뚜렷하게 그 소리가 잡혀 버리더군요. 
심벌즈의 소리도 찰랑거림이 잘 느껴지는 건 좋은데 약간 쇳소리가 느껴집니다. 
이 부분은 볼륨을 줄여도 작게 들려서 좀 줄어들긴 해도 계속 남아 있어서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확실히 경감시키려면 도넛솜보다는 그냥 구멍 안 뚫린 이어솜을 쓰는 게 더 낫더군요. 
아예 안 들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약하게 들리기 때문에 거슬리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온솜은 밸런스가 약간 저역이 올라가는 느낌으로 돌아갑니다. 
양도 좀 올라가긴 한데 더 큰 변화로 약간 둥둥대는 울림을 가지는 저음으로 표현됩니다. 
이것 때문에 드럼 울림이 살짝 무게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보컬도 원래 색채보다는 살짝 어두워지는 부분도 있더군요. 
이러다 보니 개인적 선호도로는 E931 도넛솜에 비해서 밀리게 됐습니다. 
그래도 성능은 여전히 E888이 우위에 있는 부분이고, 이 성능은 요즘 들어도 충분히 괜찮다고 봅니다. 
(양품의 중고 물품 구하는 게 어려워서 문제이지..)
  
<다만 이번 평가에서는 제 귀에 E931 쪽이 더 잘 맞는 영향이 꽤 큽니다. 
제 귀에 잘 맞는 오픈형이 최근에 들었던 무선 오픈형 하나 빼면 엄청 드문 편인데 
E931은 이 몹쓸 귀에 상당히 잘 맞는 정말 드문 오픈형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아마도? 좀 짧아질 겁니다..)
2. KEF M100 

 
그냥 봤을 때에는 언더이어에 쥐약인 귀에 잘 맞을까 걱정했는데 안쪽 면이 귀에 잘 맞게 만들었고 
노즐 각도도 살짝 꺾여 있는 덕에 의외로 불편한 부분 없이 잘 착용됐습니다. 
다만 저렇게 안쪽 유닛 부분이 따로 있다 보니 밖에서 보면 살짝 튀어나오게 보일 수 있습니다. 
  

 
착용하면 대충 이런 식으로 크게 불편한 부분 없이 착용이 잘 됩니다.  
  
성향은 다른 글들 보니 웜틸트라고 하던데 제 귀에는 그보다 살짝 저역이 좀 더 올라온 형태로 들립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저역 울림이 상당히 좋은데, 특히 관악기와 상성이 좋습니다. 
보통 관악기의 통울림은 가격이 좀 올라가서 설계가 잘 된 이어폰일 때에 좋은 편인데 
얘는 가격에 비해서 그 울림통 크기를 잘 표현해 줍니다. 
(참고로 네이버 기준 6만원, 할인하는 곳에서는 3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확실히 어쿠스틱 챔버 설계의 영향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출력이 좀 낮은 편에 낮은 볼륨에서는 중역이 꽤 갑갑하게 들리는 편이라 
중역 기준으로 볼륨을 꽤 올려서 들어야 깔끔하게 들리더군요. 
atom amp gain 안 넣은 상태 기준 거의 끝까지 올려도 청음할 때 듣는 큰 볼륨까지는 안 올라갑니다..;;
<스펙상 감도가 97±4dB에 임피던스 50±15%Ω 이라 이어폰 치고는 꽤나 낮은 편이긴 합니다.> 
리모컨이 달린 걸 보면 포터블 디바이스를 전제로 했을 듯한데 
필요 볼륨이 꽤 높은 게 어째 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 점이 좀 아쉽지만 그럼에도 꽤 저렴한 가격에서 독특한 음색을 가진 좋은 이어폰으로 봅니다. 
다만 기본팁 형태가 앞부분이 더 넓은 형태이다 보니 착용감은 좀 아쉽더군요.. orz
  
3. LG 오픈형 이어폰 

LG가 오픈형 이어폰을 냈었나 모르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벌크 번들 제품은 종종 만들었더군요..;; 
이번에 온 건 그 중 한 제품이었는데 정보 찾으려고 뒤져보니 파는 곳은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https://www.lotteon.com/p/product/LO1518311274 
다만 벌크 제품답게 스펙 정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orz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면 귀에 정말 잘 맞아야 괜찮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물건입니다. 
(안 그런 오픈형이 없긴 하지만 얜 좀 심합니다..) 
일단 솜을 씌우는 건 도넛솜이어도 별로였는데 음상이 미묘하게 틀어집니다. 
그리고 솜을 안 씌운 상태에서도 귀에 얼마나 잘 밀착되느냐에 따라서 들리는 소리가 꽤 차이가 납니다. 
만약 귀 안쪽에 굴곡이 꽤 큰 편이시라면 얘는 제 소리를 듣기가 꽤 어려울 겁니다. 
귀에서 살짝 뜨게 되면 동굴에서 소리나는 것마냥 묘하게 울려서 깔끔하게 표현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 때문에 위에서 적었듯이 솜이 정말 안 맞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이 부분은 오픈형 이어폰을 많이 안 다뤄 본 티가 꽤 났습니다. 
  
다만 드라이버 자체는 가격을 생각하면 꽤 소리를 잘 내 주는 편입니다. 
(위에 링크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저렴한 가격입니다..) 
귀에 딱 붙여서 제 소리 나는 걸 들어보면 가격 대비 상당히 깔끔하고 시원한 소리가 잘 나옵니다. 
KBEAR의 스텔라와 비교해서도 고역이 모난 부분이 없이 생각보다 잘 나옵니다. 
물론 저역은 부족한 편이고 나오는 범위도 좁은 편이지만 저 가격보다 성능은 더 좋은 편으로 생각됩니다. 
이게 벌크 제품이라 유닛 설계가 없다시피 한 게 정말 아쉬운 부분이더군요. 
그냥 가격 좀 더 올리고 유닛을 일반 오픈형 이어폰에 더 가깝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런 걸 기대하는 게 잘못된 것이긴 하곘지만..) 
  
  
항상 그렇지만 말주변이 없다 보니 이번에도 내용이 왕창 길어져 버렸습니다..;;
매번 영양가는 별로 없고 길이만 길게 작성하는 것 같아 올릴까 말까 고민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청음기 중에 안 올린 것도 꽤 있습니다..) 
다만 방구석 청음기는 대부분 대여나 구매한 제품이다 보니 최대한 글을 쓰는 쪽으로 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듣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