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800 모딩 (JAR800SR) 청음한 소감
금요일에 청음 해보고 후기를 적는다는게 바빠서 지금 글을 쓰네요.
짧은 청음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제가 음린이고 표현력도 비루하기 때문에 감안해주세요.
일단 제가 느낀 소리의 질감은 서스바라와 HD800의 특징을 버무려놓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들어본 몇몇 고가 헤드폰의 느낌부터 적어볼게요
유토피아 : 은쟁반에 옥구슬. 매끈매끈한 질감
서스바라 : 앤틱 가구의 부드러우면서도 나무결이 느껴지는 실키한 질감
HD800S : 무쇠 절굿공이의 서늘함과 묵지이이이익함이 동시에 느껴짐
HD800 : 파란 여름날 체육시간 이후 교실로 돌아가면서 잡았던 반짝반짝 차가운 스텐 난간의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
JAR800SR : 청량한 HD800과 부드러운 서스바라를 섞은 느낌. 질감으로 표현하자면 헤어라인이 촘촘히 들어간 알루미늄 판
적고도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음의 질감은 저렇게 느껴졌습니다. 마냥 매끈하지도, 마냥 시원하지도, 마냥 부드럽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의 소리였어요. 서스바라의 소리가 따뜻한 웜톤이라면 JAR800S의 소리는 부드러움보단 역동성이 느껴지는 쿨톤의 서스바라 소리라고 표현해야겠네요.
그러면 이제 음색... 인데 고음, 중음, 저음을 나눠서 설명할 자신이 잘 없네요.
딱 들으면서 느낀건 모든 음이 빠지거나 묻히지 않고 자기 존재감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HD800의 고음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쏘지 않고, 질러줄 땐 쫘아아아악 시원하게 뽑아올렸습니다. 들으면서 "고음이 이정도로 표현되는데 왜 안쏘지??" 하는 생각을 했었네요.
보컬은 마치 스피커로 듣는 듣한 느낌이었고, 바로 한 발짝 앞에서 때려박는데 치찰음이 없는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저음은 진짜 놀라운게 둥둥 하는 소리가 정말 두웅 두웅 이렇게 마치 심장이 뛰듯이 울림의 결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HD800S처럼 양이 많아서 존재감에 눌려 뭉개진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적절한 양감에서 댐핑감을 올리면서 울림의 결을 세분화하면서 들려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잔향도 딱 메마르지 않은 정도로 맴돌다 빠져 줬고요.
HD800의 장점이라면 공간감이죠.
넓은 공간감을 그대로 가져가 줍니다. 그리고 악기의 위치가 진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JAR님께서 밴드음악을 들려줬는데, 드럼이 4m오른쪽 3m뒷쪽, 일렉이 3m오른쪽 2m뒷쪽, 보컬이 한발짝 앞... 이런식으로 거리까지 확실하게 그려지는 공간은 처음 느껴봤네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제까지 평가가 좋은 헤드폰을 들어보면서는 "!" 이런 느낌이었는데, JAR800SR을 들으면서는 "?!" 이런 느낌이었네요.
베이스가 된 HD800이나 HD800S의 소리를 알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게 왜 안쏴?" "이게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 이래서 "?!" 이었습니다. 무슨 튜닝을 하셨길래...
물론 이 헤드폰이 모두에게 최고의 헤드폰은 아닐겁니다. 저보다 많이 들으시고 귀가 더 트이신 분들께는 부족한 점도 들릴 수 있구요. 하지만 JAR800SR이 끝판왕 헤드폰 중에 하나라고는 확신합니다. 종결기급 헤드폰은 선택지가 별로 없잖아요? 거기에 하나의 길이 더 생기는 겁니다. 부디 청음회에 참여해보시고 많은 후기를 남겨주세요. 특별히 HD800 소유자시라면 정말 참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신 ) 저는 JAR800SR로 오픈형 헤드폰을 종결하겠습니다.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 집에 오면서 두근두근한 마음에 실실 웃은건 연애 첫날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댓글 10
댓글 쓰기거 참...궁금증만 더해지는군요
이것만은 확실하군요.
첫사랑 같은 그리고 마지막까지 같이할,
반려자 같은 그러한 헤드폰이다 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