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픽 이어폰 1호
선라이즈픽 시리즈들 중 특별히 취향에 어긋나는 건 아직 없었어서 사봤습니다.
마침 저도 십수년 전에 들어봐서 익숙한 물건이기도 하고.
발매 당시에는 저음 괴물의 V자형 밸런스에 보컬이 묻힌다는 인식들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입니다.
저도 샤프한 ER-4에 비해 둔탁하고 어벙벙하여 가격에 비하면 별로라고 느꼈었습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뚜렷한 메리트가 없다고 느꼈었던 거죠.
하급기인 수퍼파이 5 (2-BA)나 수퍼파이 3 (1-BA)도 그리 큰 차이가 없는데 가격이 훨씬 저렴하니
그 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십수년간 잊어버리고 살다가 이따금 생각날 때면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었고,
최근 선라이즈픽에 당첨되어 있는 걸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확 그냥... ㅎ
십수년만에 다시 들어보니, 소리는 분명 그 때 들었던 그 소리가 맞는데...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변한 건지, 저음 괴물? V자형 밸런스에 보컬이 묻힘???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네요.
적당히 마일드한 저역에 중역대는 뒤로 물러서 있으되 양감은 넉넉하게 잘 들려요.
넓게 탁 트인 듯 들리는 중역대 위로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고역...
V자형이 아니라 오히려 중역대 위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컬이 잘 들립니다.
이게 어딜 봐서 V자형이란 말이여...;;
200~400Hz 정도의 낮은 중역대가 많은 느낌이예요.
FR 그래프야 어쨌건 의외로 밸런스 좋고 스케일감이 있어서 ER-4S와는 색다른 만족감이... ㅎ
물론 플랫 느낌이냐면 그건 아니고요. 높은 저역~낮은 중역대는 많아요, 확실히.
얼추 200~400Hz 언저리가 많은 느낌.
그래도 V자형이라기엔 애매할 정도로 중역대가 많은 느낌.
디렘 마스터와 비교하면 해상력이나 다이나믹은 확실히 밀립니다만,
상대적으로 듣기 더 편안하고 내추럴? 라이브한 느낌이 있습니다.
극저역 잘 나오고 고역대가 탁 트인 그런 느낌은 그다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래가 허전하거나 위쪽이 답답하지는 않고 골격이 엉성한 소리도 아닌 느낌이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무난한 느낌입니다. 옹골찬 느낌은 아니되 빈틈이 있는 듯한 느낌도 아닌.
결론적으로, 잘 산 것 같습니다. 맘에 들어요.
앞주둥이랑 똥꼬 잘 빠지는 고질병은 뭐 감안하고 써야지요.
댓글 10
댓글 쓰기말씀하신대로 FR은 V자형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히려 중역대 위주의 물건 같아요.
중역대 음상도 상당히 큽니다.
저역은 많다고 하기엔 애매한게, 이 정도는 나와야...(...)
저역의 울림이 깔끔하지 않고 좀 웅웅거리는 건 흠이라고 보고요.
다만 라이브 공연장 느낌을 살리려는 쪽이라면 아주 딱입니다.
나이트위시 같은거 들으면 실내 공연장에서 버드와이저 병나발 몇 개 불고
뿅 간 상태에서 막 흔드는 기분이네요.
아마 이게 처음 발매되던 시기엔 아직 오픈형 이어폰이 대세였어서 그랬나 봅니다.
인이어 치곤 넓직한 공간감에 스케일이 크고 내추럴한 느낌이라 음악 듣는 맛이 있네요.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쿼드비트와는 격이 한참 다르게 느껴지네요.
쿼드비트가 쨍하고 시원한 느낌이긴 하지만 완성도 있다고 보긴 어려운 느낌이었고,
트리플파이 쪽이 훨씬 정돈되고 질 좋은 소리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플러스 알파로, BA 드라이버 치곤 스피드가 꽤 빠르네요.
달팽이처럼 느려터진 ER-4S에 비하면 광속이예요, 광속...
네트워크 셋팅도 정말 잘 된 듯, 대역간 연결감도 굉장히 좋아요.
지금은 신품이 레어급인 걸로 알고 있는데
궁금하긴 하더군요.
언제 모임에 참가해서 청음 요청을 한번
해보고픈 제품입니다. ㅎㅎㅎ
지금 봐도 참 예쁘네요.
최근 계속 들어보고 있는데, 보컬이 저음에 묻히는 것보다
보컬 위치 자체가 꽤 뒤쪽에서 맺히는 느낌이 크게 들더군요.
그래서 연주 부분이 보컬에 비해서 뚜렷해지는 인상이었습니다.
(V자가 FR의 V자가 아니라 음상 맺히는 게 V자라는 느낌..)
요즘에는 이런 형태는 듣기 힘든 스타일이라 꽤 재미있는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