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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매일 한가한 아침.....

뮤직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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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기술하게 될 이야기에는 실재적인 연대 혹은 이름이 부정확한 경우가 있을 겁니다. 말씀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논문이 아닌 잡담이라 제가 미리 찾아서 대조하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한다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음향 전문 사이트에서 이런 글이 어울리지 않지만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들 역사에 대한 과장이나 왜곡이 아주 심합니다. 종종 프랑스를 유럽의 짱캐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중국 사람들처럼 구라를 잘 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들이 전 세계를 통해 가장 구라를 쳤고 가장 잘 먹힌 사건은 프랑스 혁명이지만 오늘의 잡담은 그것은 아닙니다. 프혁은 구라도 심했기에 그에 관한 이야기도 길기에 천천히 풀어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2차대전 후 변절자 처분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제가 프랑스에 와서 버릇처럼 헌책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해서 많은 책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쟈크 세발리에라는 철학자를 알게 되고 당시 쓰던 논문에 글을 인용했는데 지도 교수님 반응이 영 아니었어요.
그래서 동료에게 물으니 그 사람의 나치 협력을 이야기하더군요. 당장 그 사람을 인용에서 빼고 한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한참 뒤에 공부를 마치고서 그 사람의 이력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그동안 그 사람의 저서는 한 10권 정도 읽었습니다.
엄청나게 영양가가 있었으니깐요. 제가 개인 사생활(파렴치범 정도가 아니면...)에는 워낙 관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탓도 있습니다.
자크의 아버지는 일차대전 당시 페탱 장군을 모신 보좌 장군이었습니다.
자크는 대학에서 탄탄대로의 길에 있던 학자였고요. 그러다 1900년에 종교와 교육을 분리하는 법을 정부에서 발표하고 이 법은 현대 프랑스를 세속화시키는 본격적인 도상으로 나가게 합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연대와 비슷하지요.) 많은 불만 세력이 있었지만, 교회의 힘이 약해져 어쩔수 없었지요.
1차대전이 끝나고 2차대전이 오면서 프랑스는 나치와 협력해서 프랑스를 구하자는 1차대전 영웅 페탱을 중심으로 비시 정권을 수립합니다.
일정한 영토를 독일이 프랑스 변절 정권에 양보를 하고 소위 자유 프랑스(나치 점령하에)와 비시 프랑스를 나누는 협정을 맺게 됩니다.
비시 정권이 서면서 쟈크는 교육부에서 일을 하게 되고 차관급 업무를 맡습니다. 당시 처음으로 이들이 한 교육정책은 모든 학교의 교실에 다시 십자가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철학적으로도 당시 실존철학이 난무하면서 동시에 가톨릭 철학은 프랑스의 뿌리를 장악하면서 지금까지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비시 정권은 나약한 종교를 등에 업고 그 힘에 의존한 아주 유약한 집단이었지요.
자크는 전쟁 마지막까지 교육부에 이어 가족부 장관직을 맡으며 멸사봉공을 합니다.
2차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는 나치 협력자를 처벌한다면서 독일군 애인이라는 명목으로 이쁜 프랑스 여자들을 삭발시켜 신문에 보도하고 특히 기레기 기자들을 엄청나게 잡아서 사형을 시킵니다.
하지만 정치가나 지식인들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합니다.
페탱(자살)이나 일부 빼박들을 제외하고는 나중에 모두 사면이 됩니다.
한국 진보들은 이것도 잘못 알고 있지요. 자기가 직접 사료를 봐야지 남의 잡담(제 잡담도 포함)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자크처럼 비시에서 큰 역할을 한 그도 45년에 기소되어 46년에 20년 강제노역을 받지만 다음 해에 풀려나고 그 다음해에는 사면까지 받습니다.
이 정도 급의 사람이 그런 처벌을 받았으면 다른 사람들은 더 쉬웠겠지요.
직접 동포를 살해한 놈이나 그런 범죄자들을 단죄한 것은 당연하지요. 그러지 않았던 사람들은 다 풀려났습니다.
자크의 아들은 승승장구하여 그레노블 대학 총장까지 되었습니다.
저는 프랑스를 마치 좌파의 메카로 말하는 부류에 아주 치명적인 경고를 하고 싶습니다.
프랑스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미사여구로 바꾸어 구라치며 사는 나랍니다.
우리가 부러워할 나라는 아니고 정신적으로 배울 것이 없는 나라입니다.
아직 부러운 것이 남아 있지만 그들의 속사정도 알면서 그들을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여기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중학교부터 시작하는 역사 교과서를 보면 정말 무서운 나라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곡이 어마어마합니다.
프랑스는 사회주의와 가톨릭 주의가 묘하게 결합한 나라입니다.
이전에 마크롱과 르뻰 대통령 선거는 이 둘의 충돌입니다.
아직도 프랑스는 이 두 이데올로기의 지배 아래에 있다는 것입니다. 
  
 

책.jpg그가 남긴 역작 중 일부.. 프랑스 철학 혹은 역사 공부에 필독서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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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박지훈님 포함 5명이 추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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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그나마 프랑스는 잡아 넣기라도 했지요. 
 우리는 변절자, 부역자들을 색출하려는 시도 중에 미군정에 의해 복권된 일본 순사 출신들이 주축이 된 경찰들에 의해 반민특위가 해산 됐지요. 그리고 해방 전 일제의 앞잡이로 독립 투사들을 잡아들였던 그 경찰들에 의해 해방 후에도 독립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빨갱이라는 명목으로 잡혀가 고문 당했던 역사가 있지요. 그것을 계기로 상당수의 독립운동 인사들이 월북을 하게 되고 대한 민국의 정통성에 큰 흠집이 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우리가 프랑스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도 부러워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합니다.

14:45
23.04.26.
profile image 2등
잘읽었습니다. 세상 일이 단순하지 않으니 역사의 여러 측면을 잘 이해해서 배울만한 것과 과장된 것을 잘 판단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요새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쏟아지는 너무 많은 정보들의 옥석을 가려서 나의 주관을 세우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6:43
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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