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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중고를 사서 쓴다는 것...

alpine-snow alpine-snow
333 5 8

효용성을 따진다면 새 것이 언제나 답입니다.

그러나, 새 것을 살 여력이 되지 않거나 새 것에서 찾기 어려운 가치를 헌 것에서 찾았다면

헌 것이 답이 되기도 합니다.


새 것을 살 때는 초도불량 외에는 딱히 신경쓸 일이 없습니다.

중고로 구입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은 물건이라면 그 또한 보증기간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러나 보증기간을 지난 물건을 구입한다면 새 것이든 중고든 수리 부담이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싼 맛에 오래된 중고를 사기도 하지만, 수리비에 데여보면 새 것을 찾게 됩니다.

이 때 잘 생각해야 하지요.

중고 값과 수리비의 합이 새 것을 사는 비용보다 적다면 중고를 사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응당 새 것을 사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물건이 새 것으로는 없다면?

혹은 직접 뜯어고치는 취미가 있다면?

그 때부터는 합리성에 대한 기대는 내려놔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 싸움입니다.

그리고 소멸된 가치를 복원하거나 더러는 재창조 하는 것도 순전히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제 경우 다 헐은 W100을 샀을 때부터가 그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국내 수입유통사에 얼마 남지 않은 드라이버의 페어매칭과 케이블 뽑기...

드래곤볼이었지요.

수리를 맡겼을 때의 완성도가 기대치만큼 되지 않아,

직접 마음에 드는 땜납으로 완벽하게 납땜하기 위해서 납땜 연습을 하기까지.

연습하는데만 9만원짜리 실텍 무연은납 작은 롤 절반을 날려버렸습니다.

일반적인 인두로는 잘 녹지도 않고 잘 붙지도 않는데,

드라이버 뒷면의 PCB 단자는 자칫 과열되면 패턴이 일어나고 코일도 타버립니다.

납이 녹아서 퍼져나가 패턴을 적시듯 녹아 퍼지며

코일과 선재에 쫙 퍼지는 타이밍 계산을 감각적으로 정확히 해내야 했습니다.

필요할 땐 전문가의 손 조차 마다한 채 홀로 서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느꼈지요.


헤드파이 쪽은 워낙 매니악해서일까요.

굳이 오래된 것을 살려서 쓰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열정적인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들이 매니악한 분야 뿐만 아니라 일상 분야로도 퍼져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니, 그러면 누가 새 걸 사요? 새 제품이 안 팔리면 누가 새 제품을 개발하나요?"


헌 것을 고치며 개선점에 대한 의견이 피드백 되며 새 제품에 반영이 되고,

그 점이 어필되어 새 제품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그다지 걱정은 안 합니다.

게다가 매니아들은 헌 것은 헌 것대로, 새 것은 새 것대로 사니까요.


중고차를 사면서 느낀 건데...

이 쪽은 헌 것을 타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부품이 잘 안 나온다는 건 아무 것도 아니예요.

없으면 만들어 타면 됩니다. 엔진 블록이 더 이상 없다면 다른 엔진 얹으면 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규제 범위가 넓다 보니 그게 마음대로 안 됩니다.

하다못해 이제는 동일 엔진 아니면 엔진 교체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결국 이도저도 안 되면 새 차를 사게 됩니다.

차 값이 일이백 밖에 안 나오고 수리비가 이삼백이 나오면 차를 포기해버립니다.

이삼백 들여서 얼마나 더 타겠냐, 차라리 새 차를 사는게 낫다는거죠.

혹시 모를 사고시 보험사에서는 차 값 일이백만 보상해줄 뿐 수리비는 무시하는 점도 크고.

차를 포기하다 보니 가공 수리 기술이 퇴보하고 모듈식 교체만으로 끝나버립니다.

오랜 물건의 가치가 없어지니 중고 값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기껏 수리해도 그 가치가 무시됩니다.

그러니 또 오래되면 포기해버리고... 악순환이죠.


저라면 다 무시하고 제대로 수리하는 곳에서 이삼백 들여 끝까지 수리해서 탄다는 쪽입니다.

어쨌거나 새 차에 비하면 투입되는 비용이 비교할 수 없이 엄청나게 절약되니까요.

어정쩡하게 고치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며 포기해버리면 그간 들인 돈은 날아가는 거죠.

제 경우, 차체 골격에 녹이 슬어서 포기해야 했지만, 중고차 고르는 노하우가 없어서 그랬던 거고.

더러는 천만짜리 중고차를 사서는 새 차 처럼 고장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가

고장나기 시작하면 되팔고 새 차를 사기도 합니다.

저도 5백 미만짜리 차를 사서는 몇 번을 그랬었지요. 실로 어마어마한 낭비였습니다.

이러면 새 차를 사서도 고장나기 시작하면 경험치가 없다보니 포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나 손에 직접 기름 묻히기 싫어하는 우리네 정서에는 기술자를 믿지 못하면

차를 고칠 방법이 없게 됩니다. 스스로 공부해서 고쳐볼 생각을 안 합니다.

"내가 왜 고치냐, 시켜야지. 가급적 '써비스'로 싸게싸게.(...)"

그러니 보증기간 지나면 팔고 또 사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요.

제가 근래 새 차 대신 녹 없는 '중고차'로 구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간 산전수전 겪어 직접 수리해본 경험치도 살리고, 새 경차보다 싼 값에 큰 차 타보자고... ㅋㅋㅋ

돈이 많았으면 새 차를 샀겠지만, 요즘 한국 여건에서 그건 건물 주인 아닌 한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되어도 수리해서 쓴다는게 보편화 되면 가공 기술이 발전하고

수리업자나 가공업자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분야에 돈이 돌기 시작합니다.

더러는 업자들을 못 믿을 경우 본인이 스스로 수리하며 물건 보는 눈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그런 사람들이 관련 업종에 종사하거나 아예 창업을 하게 되면 선순환이 일어나지요.

그 흐름이 한국은 끊겨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고는 중고죠. 쓰던 물건. 헌 것. 더러는 닳아빠진 것.

고쳐쓰는데 필요한 비용까지 미리 예상하고 고민하는게 옳고,

한 번 확신이 들었다면 사서 고민없이 수리해서 편하게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리하며 유지보수에 대한 경험을 쌓게 되고,

그렇게 새 것을 사게 되면 새 것때부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쓸 확률이 높아지더군요.


헤드파이 분야는 비록 생필품이 아닌 취미 분야이기는 하나,

비용이나 고장 확률 면에서 훨씬 안전한 물건입니다.

오래된 명기가 관심을 받아 재조명 되면, 새 물건이 옛 것에 있던 장점을 잃었을 경우

그에 대한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발생되면서 새 물건의 완성도를 점점 높여나갈 수 있을 겁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영디비 고수 분들의 옛 헤드폰 여정이 무척 생산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움직임들이 더더욱 활발해지고 이슈가 되어 제조사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관심이 오로지 W100 하나에 꽂혀 있어서 한계가 많네요. ㄱ-;;

뭔 헤드폰을 돌덩이처럼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어요.

사람 목이 용가리 통뼈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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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g3 kmg3님 포함 5명이 추천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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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카드값안주는체리

별 가치 없는 물건은 그걸 감수하기가 좀 그렇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다가 풀 오버홀 풀 세척으로 가는 거죠!! 끼얏호!! (퍽)

썩은내가 진동하던 K501을 그래도 잘 살려서 갖고 있습니다. ㅋ

23:47
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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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벤치프레스좋아함
그러고 보니 저도 근래에는 신품만 샀네요... ㅋ;;
00:57
23.08.28.
profile image 3등
지금까지 거의 다 중고로 구매해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09:13
23.08.2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오마이걸
살 때 상태 좋은 걸 사면 뒷손이 거의 안 가기도 하지요.
저도 HD650/25/569, DT990 Pro 정도 제외하면 전부 중고네요. ㄱ-;;;
20:14
23.08.28.
profile image

전 물건이 문제가 생기는걸 매우 시러라 합니다. 정확히는 불량으로 인한 시간소비를 매우 시러라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거의 신품만 구매합니다. 중고 잘 사면 문제가 없기도 하지만, 물건을 잘 골라야하고 판매자도 사기꾼인지 

확인해야되고 물건 받아서 점검도 신품보다 꼼꼼하게 해야되고,  이것저것 신경과 시간소비를 너무 해야되서 

중고는 그다지 선호를 안하게 되더군요. 

16:29
23.08.2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고만사자
공감합니다. 중고로 인한 시간 손실 리스크를 중요시 한다면 신품이 답일 수 밖에 없습니다.
20:15
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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