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바라 vs. HD800S 비청 리뷰

  하이파이맨 서스바라와 젠하이저 HD800S 는 평판형과 다이나믹 드라이버형이라는 크나큰 구조적 차이점이 있지만 공통적인 특색이 존재합니다. 우선, 두 제품 모두 공간감이 넓은 편이고 보컬이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요보다는 클래식 감상에 강점이 있다고들 하지요. 그리고 두 제품 모두 고음에서 쏜다는 리뷰어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포지션이 은근 겹치는 서스바라를 선택한 것이 잘못되었나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두 제품을 동일 앰프에 연결하여 비교청음한 결과, 결론적으로는 그런 걱정 필요 없이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HD800S 는 뛰어난 공간감과 청명한 느낌의 고역대 표현이 특색이지만 서스바라는 그에 비해 공간감은 조금 좁고 전체적으로 꽉찬 소리를 들려줍니다. 서스바라가 저음이 강조된 헤드폰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지만 HD800S 보다는 저음표현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도리어 상대적으로는 플랫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완성도 있는 톤밸런스가 이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가격이나 구조에서 기인하는 성능은 서스바라가 우세한 듯 보이지만 진심으로 비청해보니 HD800S 도 상당히 훌륭한 제품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HD800S가 넓어진 공간감 만큼이나 전반적인 표현력은 상대적으로 흐릿하다는 인상을 받긴 하지만 특유의 청명한 느낌이 제품의 특색으로 다가오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오랫동안 착용해서 듣고 싶은 음색은 서스바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제품을 들었을 때에는 '이게 600만원 짜리 헤드폰 맞아? 뭔가 특별한 게 없는데? 돈버렸나?' 라며 기기선택에 실패한 본인을 자책하려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반 나절 동안 서스바라를 계속 착용하고 음악을 듣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서스바라는 중독성이 강한 헤드폰인 것 같습니다.(물론 이건 신형이라 구형버전은 소리가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두 제품 모두 자신들만의 특색이 있어 헤드폰 수를 줄이기 위해 HD800S 를 처분하려던 생각은 당분간 접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