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620S 받아서 한두시간 써봤습니다 (에어팟맥스와 비교)

참고로 전 거의 막귀이므로 그냥 대충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음향기기에 입문한지는 15년도 넘게 지났는데, 시코를 하다가 ER4 만능론이라는 잘못된 이론에 심취해서 ER4와 HD600을 제외한 다른 이어폰/헤드폰들은 잘못된 소리를 내는 제품으로 여기고, 그래프상으로 DF타겟 플랫이 아닌 기기는 써보려고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게 잘못된 지식이라는걸 아주 한참 지나서 셰에라자드에서 다양한 기기들을 청음하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아무튼..

왜 에어팟맥스냐면, 제가 이걸 산 이유 자체가 실내에서 에어팟맥스를 대체하기 위해서 샀기 때문입니다

전 소음문제 등등 때문에 스피커를 쓰지 않기 때문에, HD560S를 스피커 대용으로 몇년째 쓰고 있습니다. 근데 이건 오픈형이기 때문에 예컨대 게임을 하면서 팬이 세게 돌아간다던가 하면, 팬소음에 묻혀서 작은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립니다. 이로 인해 게임이나 영화 기타등등을 즐길땐 예전에 공간음향용으로 구매해놨던 에어팟맥스를 썼는데

문제는 에어팟맥스가 구조적인 문제때문에 착용감이 매우 안좋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다른걸 사고 싶었는데 마침 젠하이저에서 신제품이 나왔다고 하고 가격도 프로모션으로 꽤 저렴하길래 구매했습니다

최근에 젠하이저 MTW4를 샀는데, 이게 소리가 예상외로 너무나도 맘에 들어서 젠하이저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한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구요

암튼, 착용감부터 비교하자면 무조건 더 좋은건 아니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무게는 스펙상으로 60g쯤 차이나는 걸로 아는데, 실제로 손에 들어보거나 머리에 착용했을 때는 그리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특유의 착용 위치 문제 때문에 에어팟맥스가 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에어팟맥스는 이어컵이 헤드밴드에서 그냥 1자로 떨어집니다. 다른 헤드폰들은 귓바퀴의 각도에 맞게 사선으로 내려오는 것에 비해 인체공학적이지 못한 설계이고, 이로 인해 헤드밴드의 착용 위치가 정수리에서 약간 뒤쪽으로 이동합니다

(정수리 앞쪽으로 쓰면 귓바퀴가 눌리거나, 귓바퀴 아랫쪽 이어컵이 들뜨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무게중심이 묘하게 뒤쪽으로 이동해서 쓰고 있으면 목에 뻐근함이 더 느껴집니다. HD620S는 정상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목이 아프지 않습니다.

HD560S랑 비교하면 560S가 확실히 더 가벼운게 느껴지는데, 이것도 뭐 천지개벽할 정도로 큰 차이까지는 아닙니다.

글구 에어팟맥스는 헤드밴드 연결부위가 맨 위쪽이기 때문에 그쪽에 장력이 쏠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써 보면 관자놀이쪽은 이어패드가 완전히 눌려서 납작해져 있고, 반대로 턱쪽은 거의 눌리지 않습니다. 제가 옆짱구라서 더 크게 느껴지는 거 같은데, 이로 인해 오래 쓰면 두통까지 생깁니다.

620S는 당연히 정상적인 구조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양 옆에서 누르는 장력이 꽤 강하게 느껴져서 약간 답답함이 있네요

대신 에어팟맥스는 이어패드가 패브릭 소재이고 헤드밴드가 메쉬 소재로 되어 있어서 땀이 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620s는 가죽이다 보니 쓰고 있으면 열기가 꽤 느껴집니다

소리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은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느낌입니다.

에어팟맥스는 일반적인 헤드폰/이어폰들처럼 소리가 귀 양옆에서 분리돼서 들어오는 느낌으로 들리는데, 620S는 이러한 느낌이 거의 없거나 희박합니다. 소리가 이마쪽, 즉 귀보다 앞쪽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좌우 유닛에서 양쪽 귀를 향해 각각 따로따로 소리가 나는게 아니라, 마치 스피커처럼 양쪽 소리가 모아져서 머리로 한번에 전달되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는 HD560S도 어느 정도 비슷한데, 제 귀에는 HD560S보다도 그 정도가 더 큰 것처럼 들립니다. (플라시보일 수도 있고, 에어팟맥스랑 번갈아가면서 들어서 더 크게 느껴지는 걸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근에 MTW4를 들으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음상이 마치 손에 잡힐 듯처럼 아주 또렷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보컬의 위치, 그 뒤의 악기(소리) 하나하나의 위치와 느낌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아주 또렷하게 들렸는데, 이는 에어팟맥스에선 들을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HD620S는 MTW4보다도 그 느낌이 더 또렷합니다.

그래서 서로 번갈아가면서 들어보면, 에어팟맥스는 소리의 위치가 살짝 두루뭉술하거나 혹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뭉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반대로 620s는 소리의 위치와 질감이 상당히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에어팟맥스랑 서로 번갈아가면서 들으면 제일 크게 느껴지는게 보컬의 자연스러움입니다.

에어팟맥스가 확실히 보컬이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MTW4보다도 좀 더 인위적인 듯한 소리로 들리고, 620S는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620S>560S>MTW4>에어팟맥스 순으로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에어팟맥스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것 중 하나가, 저음~극저음이 뭔가 이질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2년 반 전에 처음 샀을땐 극저역에서 뭔가 인위적으로 덧댄 듯한, 혹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근데 오늘 자세히 들어보니까 그 느낌이 없어졌거나 거의 사라진 거 같더군요. 펌업하면서 소리가 바뀐건지 오래 쓰면서 이어패드가 변형돼서 그런건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고음의 경우는 에어팟맥스도 꽤 괜찮게 느껴졌는데, 여기에선 HD560S가 다른 두 헤드폰들보다 더 뛰어난 거 같습니다. 하이헷 등의 고음파트 악기 소리가 뻗어나가다가 자연스럽게 사그라드는 느낌이 HD560S가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두 헤드폰들은 공통적으로 음의 끝 부분에서 살짝 먹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신 HD560S는 극저음이 없다시피합니다. 소리가 울리는 느낌이 거의/전혀 들리지 않아서, 낮은 저음역대가 싹 빠진 아주 담백한 소리가 납니다. 이로 인해 베이스를 튕기면 현이 튕겨지는 소리는 다 들리는데, 다른 기기들은 그 뒤에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560s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하여간 결론적으로 착용감과 소리면에서는 확실히 만족스럽고 에어팟맥스를 대체할 수 있겠다고 느껴졌네요.

일단 소리는 그러하고, 빌드퀄리티를 보면 아무래도 HD560S를 써왔다보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그동안 써온 HD560S의 헤드밴드 상태입니다. 대충 책상 위에서 막 굴려서 그런것도 있긴 한데, 애초에 재질 자체가 기스와 벗겨짐이 굉장히 잘 일어나는 재질입니다.

처음 받았을 때부터 다소간의 기스가 존재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온통 기스 천지가 되었습니다. 또한 지금 사진으로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데 코팅인지뭔지 하여튼 겉표면이 뭔가 벗겨진것처럼,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 같은 것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거, HD620S도 똑같은 재질인 것 같습니다.

사진에 보시다시피, 오늘 막 수령한 제품인데 제품을 열자마자 저렇게 기스가 있었습니다. 제가 일부러 긁은 게 아니라 딱 파우치를 열자마자 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HD560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이 제품도 오래 쓰면 위 사진처럼 더러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데 뭐 헤드밴드 겉부분이야 그닥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소리만 잘 나면 되니까..

문제는 헤드밴드 안쪽 쿠션부분도 문제입니다.

이게 헤드밴드랑 쿠션이랑 접착제 같은걸로 붙어 있더군요.

560S는 직물 소재인데 저런 식으로 만들어놔서 세척도 못합니다. 헤드폰 자체를 들고 가서 유닛에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하면서 살살 닦아야 합니다. 근데 이건뭐 620S는 가죽소재로 변경되었으니 넘어간다치는데

시간이 지나면 저런 식으로 접착제가 떨어져 나갑니다. 글구 잘 보시면 바깥에 붙어있던 부분도 따로 갈라져 나오는걸 볼 수 있습니다

620S도 똑같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제가 처음 받았던 560S와는 달리 저런 식으로 헤드밴드 바깥 쪽으로 살짝 튀어나와 있더군요. 이로 인해 손가락으로 쓸어보면 걸립니다. 왠지 좀 더 빨리 떨어질 것처럼 생겼습니다.

560S의 경우 저런 식으로 맛이 가고 있길래 혹시 교체가 가능한지 찾아봤는데 못 찾겠더군요. 교체가 가능한데 제가 못 찾은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AS를 맡겨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보증기간이 지나면 유상일 거 같고 애초에 해 줄지도 모르겠네요

하여간 그래서 오래 쓰려면 좀 조심히 써야 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