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산 투어 - 청음샵 편.

번개도 번개였지만 사실 오랜만에 부산에 가는 거라 청음샵도 좀 들를 생각이었습니다.
번개 시간이 오후였던 터라 빨리 가면 청음샵 찍고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아침에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서 시외버스 타고 부산으로 넘어왔습니다.
청음샵이 있는 부산대역에 도착하니 정확히 10시여서 거의 오픈런 수준으로 도착했더군요..;;
그래도 첫 손님까지는 아니었고 사장님은 다른 손님 응대중이셔서 슬쩍 들어가서 청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타이밍이 매번 묘하게 엇갈려서 사장님은 이번에 처음 뵈었습니다..;;)

[청음 환경: Note 10+ & iBasso DC-Elite]

1. 64 Audio Volür (m12 APEX, FAudio Instrument tip L)

(이번엔 전체 APEX 모듈을 전부 테스트해 볼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만 m12만 청음하였습니다)

이번 청음샵 제1목표인 Volür 부터 바로 청음하였습니다.
처음에는 U12t 생각해서 기본 이어팁(사진의 스핀핏 말고)부터 테스트했는데 소리가 엉망이 되더군요..;;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이어팁들을 테스트해 보니 결론이 하나 나왔습니다.
Volür는 이어팁을 낮게 가져가면 고음역대 공진이 세게 걸려서 도저히 못 쓰겠더군요..
그래서 가지고 있는 이어팁 중 가장 높은 FAudio Instrument 이어팁으로 테스트해 보니
그제서야 제대로 된 밸런스와 이미지가 잡혔습니다.
이러니 측정치 사이트들의 무식한 고음 피크가 이해가 가더군요.
(보통 측정치 사이트들이 이어팁을 그냥 넓은 직경 이어팁만 테스트하니)

제대로 귀에 맞춰놓고 들어보니 확실히 현 64오디오 제품 중 가장 중도의 느낌이었습니다.
U6t나 U12t는 정석적인 밸런스 위주였고, Nio나 U18 라인업들은 개성이 강한 편이었는데
얘는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잘 맞췄고 그 상태로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느낌이었습니다.
기타 현의 떨림 하나도 안 놓치고 들려주고 저음의 질감도 정말 잘 표현해 주더군요.
워낙에 전 대역 해상도가 높아서 오래 듣기에는 살짝 피곤한 게 아쉬웠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라도 현재 64 Audio 중 하나를 꼽으라면 Volür를 꼽아도 될 느낌이었습니다.
<리뷰 중 저음역대 사선 이미지 문제가 있었는데 제 테스트 곡이 저음역대가 많은 게 잘 없어서
이 부분은 정확하게 확인은 못 했습니다..;;>

2. QoA Aviation (Oriveti 이어팁 흰색 L사이즈)

여태껏 들어 본 QoA 중에서는 그래도 밸런스가 잘 잡힌 느낌이었습니다.
저음역대는 드럼 킥보다는 스네어가 인상이 깊게 나오는데 이건 이어팁 영향도 있을 듯합니다.
전체적으로 살짝 밝은 느낌이었고 기타 현의 표현이나 보컬 표현이 괜찮더군요.
다만 저음역대 쪽에 굴린 1DD의 저음역대 해상도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고 살짝 퍼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QoA 제품이 마음에 드는 게 잘 없었는데 얘는 괜찮게 들었습니다.

3. SIMGOT EA2000 (4.4mm 플러그, EA500 이어팁 L사이즈)

이전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좀 긴가민가해서 그냥 들어봤습니다.
플러그가 교체형인데 이게 좀 구형 느낌이라 고정이 잘 됐는지도 좀 애매하고
플러그 나사 안쪽 마감이나 플러그 쪽 나사도 뭔가 엉성한 느낌이었습니다.
확실히 저음역대가 깊게 내려가는 부분은 특징적이었는데 고음역대가 영 정돈된 소리가 아니더군요.
<이건 심갓 고질병에 가깝긴 하지만>
그리고 깊게 떨어지는 저음역대에 비해 중/고음역대가 좀 따로 노는 느낌이 컸습니다.
(얘를 들어보니 EA1000은 과연 어떻게 다듬었을지가 궁금하긴 한데 리뷰만 봐서는 제 취향이 아닐 듯해서 넘겼습니다..;;)

4. Final VR2000 for Gaming

VR3000 대비하면 저음역대가 좀 더 양감이 많고 고음역대도 양이 좀 더 늘어난 대신 자극도 살짝 늘었습니다.
음악을 들어봤을 때에는 다른 것보다 심벌즈 소리가 쨍하게 잘 들리더군요.
VR3000이 음악 감상이나 다른 곳에도 굴리기 좋은 포지션이었다면
VR2000은 좀 더 게임 쪽에 잘 맞게 특화시켰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게임이나 다른 바이노럴 녹음 음원을 들고 간 게 없어서 이 부분은 바로 확인을 못 했습니다.
<그렇다고 구매해서 확인해 볼까 하기에는 VR3000이 버티고 있으니..>

5. 수월우 Starfield Ⅱ (베이스 포트 없음)

(이어팁 뭘로 들었는지 살짝 기억이 안 나는데 어차피 중요한 문제는 아닐 듯합니다..)

유닛 생긴 건 괜찮은 편인데 좌우 비대칭이 좀 극에 달해서 그런지 STELLARiS보다는 별로였습니다.
베이스 포트가 뚫려 있어서 그런지 저음역대의 존재감이 적고 고음역대가 밝게,
중음역대가 그 다음으로 치고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충 예전에 STELLARiS를 그냥 기본 이어팁으로 들었을 때의 느낌에 가깝더군요.
아무래도 베이스 포트가 있는 게 좀 더 나았을 듯한데 그 소리를 못 들어봐서 좀 애매했습니다.
(일단 베이스 포트 없는 옵션은 요즘 보급형 윗 라인업에서 정신 못 차리는 수월우 느낌에 가깝습니다..)

6. HiFiMAN SVANAR Wireless

유선은 대충 들어볼 만한 건 다 건드려 봤다 싶어서 멍하니 돌아다니다가 무선 쪽을 보니 이게 있더군요.
일단 콩나물형이라 귀에 맞을지 안 맞을지부터 테스트했는데 다행히 잘 맞았습니다.
확실히 안쪽을 커스텀 느낌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일반 콩나물형과는 다르게 잘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이어팁이 기본팁이 아니라 스핀핏으로 꽂혀 있었는데 이 영향이 있었을 수도..)
LDAC 켜고 HiFi 모드로 들어봤는데 확실히 유선 이어폰에 근접한 해상도는 괜찮았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하이파이맨과 잘 안 맞는 부분이 고음역대의 자극인데 얘도 그 결을 그대로 가지고 있더군요..;;
그리고 ANC 모드나 주변음 듣기 모드에서는 일단 출력부터 확 떨어지다 보니
이건 실외에서 쓸 TWS가 아니라 실내에서 쓸 무선 이어폰에 맞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가격이 너무 높아서 구매 욕구도 잘 안 생긴다는 점이 문제이지만..)

번외. 1MORE S50

이건 그냥 착용만 확인해 봤는데 이게 제대로 착용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엉성했습니다.
사진으로는 좀 안 나타나는 편인데, 이게 안쪽 가이드 부분이 귀에 제대로 안 걸려 있는 데다가
저 위치가 제 이도 입구에 한참 멀게 떨어진 부분이라 가이드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도 입구가 이주 가까이에 있는 데다가 안쪽으로 한 단 더 들어가는 형태라..)
이래서는 소리 듣는 게 딱히 의미가 없겠다 싶어서 그냥 착용만 하고 내려놓았습니다.

이렇게 대충 들어보고 착용하고 다 정리하고 나서 유료 퇴장할 이어팁들을 둘러 보다가
사장님과 대화할 시간이 생겨서 몇 마디 나눴습니다.
그러던 중 이어팁을 권유받아서 테스트해 봤는데 생각보다 스프링과의 조합이 괜찮아서
사이즈 2개를 구매 후 그 자리에서 테스트하지 않은 사이즈를 개봉해서 확인해 봤습니다.
일단 청음샵에서 들었을 때에는 더 큰 사이즈가 좀 더 맞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나중에 다시 각잡고 확인해 봐야겠더군요.
무슨 이어팁인지는 차후 후기에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힌트는 1쌍에 15,000원짜리 이어팁입니다..)

이렇게 구매한 이어팁까지 확인하고 유료 퇴장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점심 먹으려고 식당에 들렀는데 뭔 1시간을 기다려도 대기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동 시간 고려해서 그냥 취소하고 번개 장소 근처 KFC에서 점심을 해결하였습니다.
(KFC는 역시 징거더블다운맥스입니다)
점심 먹고 나니 딱 번개 약속 시간 10분 전이어서 그대로 번개 장소까지 이동했습니다.
나머지는 번개 후기 쪽에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청음한 것 중에서는 Volür가 확실히 괜찮았는데 원체 가격대가 높은 데다가
이거랑 비슷한 가격대로 런칭 할인을 내놓은 외국 리뷰 끝판왕 Elysian Acoustic Labs Annihilator가 있다 보니
관심도 측면에서는 좀 밀리게 되는 형국으로 갈 듯합니다.
(물론 어나이얼레이터를 직접 들어보지 못해서 뭐라 말은 못 하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U12t AS가 먼저이다 보니 일단 그쪽부터 해결을 하고 다음 계획을 짜든가 해야겠습니다..;;
<일단 택배는 보냈는데 과연 수리 진행이 얼마나 걸릴지, 유상으로 걸리면 얼마나 될지를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