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 헤드폰 '스탁스 람다 프로 클래식(1992년)' 후기...
이번에도 해외로부터 수상한 택배가 도착하였습니다. 지난번보다 부피와 무게 모두 적게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일전에 이베이 독일에서 낙찰 받은 헤드폰으로 추정됩니다.
역시나 그 정체는 바로...스탁스의 골동품 헤드폰인 'SR-LAMBDA PRO CLASSIC(람다 프로 클래식, 1992년)' 이었습니다. 지난번 골동품 앰프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제품 역시 태어난 지 30년이 넘은 할아버지급 제품입니다.
이 헤드폰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탄생배경이 조금 독특하고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비주류 모델이었다고 볼 수 있죠. 스탁스를 대표하는 네모난 모양의 헤드폰 라인업인 'SR-LAMBDA(람다)' 모델이 출시된 이후 몇 년 지나 580V전압으로 구동되는 프로모델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바로 1982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이 람다 프로 클래식은 그 람다 프로 모델의 탄생 10주기를 기념하여 출시된 제품입니다. 10주년 기념모델이면 뭔가 대단한 구성품이 들어있거나 특별한 기능이 적용되는 것을 기대하시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상은 헤드밴드와 케이블 등등 일부 부품을 좀 더 저가형으로 바꾼 원가절감형 모델이었던 것입니다.
세월에 의한 열화 때문인지 헤드밴드 피복이 군데군데 부서져 있고, 흔히 말하는 '김가루' 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떨어집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원 사용자가 관리를 제대로 안해서인지 헤드폰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일단 군데 군데 닦아준 후 청음을 해야만 했씁니다.
이어패드의 상태는 생각보다 양호했지만 내부에 있는 이어가이드 매쉬 곳곳에는 세월에 의해 바스라진 스펀지 폼재가 더덕더덕 붙어 있었습니다. 이것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헤드폰 착용 시 귓바퀴에 오래된 스펀지 조각들이 묻어나오겠지요. 물티슈로 닦고 양면 테이프로 정리해보니 생각보다 사태는 심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헤드폰은 보통 구입하기 꺼려집니다. 타인의 피부가 접촉했던 것도 찜찜한 요소지만 군데군데 내구열화로 부서지거나 떨어져 나가 버리는 부품 조각들이 그다지 몸에 좋지는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여튼, 간단한 클리닝 작업 완료 후 청음을 해보도록 하였습니다. 사용된 시스템은 지난번에 구입한 SRM-1 MK2 PRO(앰프) 와 JDS LABS(DAC) 조합입니다.
태어난 지 30년이 넘은 낡은 스탁스 헤드폰의 소리는 어떨까요?
생각보다 우수했습니다. '이게 30년 전에 나온 헤드폰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전반적인 음색은 흔히 말하는 구 람다의 스타일과 비슷했습니다. 정전형 특유의 하늘하늘한 음색과 보통 수준의 공간감, 그리고 청명하지만 가벼운 음색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스탁스 제품 대비 베이스가 좀 더 강조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음이 울리며 귀를 자극하는 타격감 역시 평판형 대비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지만 일반적인 정전형 제품보다는 강조된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심심하다고 알려진 구 시대 람다 모델에 비해서는 좀 더 재미있는 소리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람다계열이 아닌 오메가 계열이라고 볼 수 있는 SR-X9000 과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아무래도 30여 년이라는 기술력 격차와 엄청난 가격차이를 생각하면 두 제품의 수준이 같을리는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SR-X9000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듣기에는 SR-X9000 의 공간감이 더 넓고 보컬의 음상이 더 뚜렷하며 보다 자연스러운 음색인 것 같습니다. X9000과 비교해 본다면 람다 프로 클래식의 소리는 보컬이 좀 더 붕 떠있고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죠. 또한 람다 프로 클래식의 경우 오래 듣다 보면 귀가 상당히 '시리다(쏜다는 느낌 대비 한층 더 고통스러운)' 라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요, 이는 아마 8~10KHz 부근의 초고음 대역이 강조되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정을 해봅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청음하기에는 다소 피곤한 면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왠만하면 헤드폰 갯수를 늘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스탁스 정전형 헤드폰의 매력에 빠지면서 스스로의 약속을 져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죠.
댓글 12
댓글 쓰기최노인님의 재력에
진심으로 대단히 굉장히 놀랍습니다.
저는 올라가면 밑은 쳐다도 안 볼 생각입니다. ㅎㅎㅎㅎ
He-1 은 또 뭔가요.
올라가면 또 위가 있나요. ㅋㅋㅋ
설국 빌딩인가요!!!!
올라가면 또 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ㅠㅜㅜ
오르페우스가 he1이군요.
유튜브에서 소리 들었습니다.
한국 가면 들을 수 있나요???
예전 제품이라도 정전형 고유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