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이 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기는 했는데요.
얼마전에 또 이상한 일이 생겨서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과 감정을 소모했습니다.
미국의 대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직업 과학자입니다.
저희 학과에 오래 일하시던 학과장님이 퇴직하시고 새로운 분이 영입이 되셨습니다.
이쪽 분야에서는 한가닥하시던 분이고 인품이 좋은 분이셔서 다들 기대를 했고,
막상 오시니 정말 좋은 분이시더군요.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 세단계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요. 저는 그중 최상급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 학과장님도 오셨고 제가 한 일들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제 친구가 주선을 해서
제 타이틀을 바꾸자고 했고, 학과장님도 동의하셔서 학장에게 건의를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저희 학교가 좀 많이 보수적이라 생기는) 건의했던 타이틀말고 다른 걸로 하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이 타이틀은 보통 퇴직하기 얼마 남지 않은 분들에게 수여되는 것으로 제가 받으면 유래없는 경우가 되기는 합니다.
저희 학과에도 한분 밖에 안계시구요. 하여간 학장이 결정했으니까 승진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곳이 좀 많이 큰 공립학교라 프로세싱이 복잡하게 되있어서 이 타이틀만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가 있습니다.
물론 이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학장에게 공식적으로 제 승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보내는 기관입니다.
최종 결정권은 물론 학장에게 있구요.
학과장님은 좀 더 확실하게 하자고 전체교수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찬반투표를 했고 전원 찬성의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원래 이 투표는 필요없는 것인데, 학과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생각이셨구요.
그래서 좀 기다렸는데요. 글쎄 이 위원회에서 자신들은 제 승진에 반대한다는 편지를 학장에게 보내온 거였습니다.
다들 좀 많이 놀래서, 특히 학과장님께서 자기 학과장 경력 17년에 처음 보는 황당한 일이라고....
그래서 이 위원회가 도대체 뭔가 하고 보니 학교에서 근무하는 두사람, 하나는 석사 학위자이고 다른 한분은 사회학으로 학사를 한 과학과는 관련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더군요.
이미 학과전체에는 제의 타이틀 전환이 다 된것으로 이야기 되어 있어서 축하인사도 받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학과장입장도 애매해져서 소위 뚜껑이 열려버렸구요. 물론 학장이 그냥 무시해도 문제될 것은 없지만, 학장입장에서는 그래도 공식적으로 있는 위원회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건 리더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 위원회에 다시 확인하라고 회신을 하기는 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저의 모든 것을 갈아넣어 이루고 있는 성과인데, 참 제 인생을 아무나가 특히 비전문가가 나서서 평가를 하고 있다고 하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계신 이쪽 분야의 날고 긴다고 하는 분들이 전부 추천서를 써주었고, 전체교수회의에서도 전원 찬성, 또 졸업하고 밖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들도 모여서 추천서를 써줬는데 말입니다.
물론 학장이 나서서 다시 제대로 하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별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참 많이 씁쓸하더군요.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도 인생에 유여곡절이 많아 황당한 일들로 점철된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일이 우습게도 사람을 많이 다운시키네요. 원래 제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집사람한테는 그러지않아도 고혈압약도 먹고 있는데, 괜히 혈압 더올라게 할것같아서 말도 안했습니다.
인생 참 어지럽네요! 우울증약을 더 늘려야 되나......
댓글 30
댓글 쓰기유래가 없는 만큼, 수반되는 진통이 있는 것이군요.
이번 기회에 새 역사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말이 위안이 될 지 모르지만, 그래도 비전문가 위원회가 반대 했고, 그런 경우 이유가 있을 테고, 그 이유가 비전문적일 테니 잘 해결되지 않을까 하네요. 사례가 없는 경우는 순탄하지 않다고 해야 할 까요. 저도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나만 손해잖아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일이....
비전문가 지들이 뭐라도 된 것처럼.. 에휴
한 번 나대고 싶었나봅니다.
콱! 그냥~
Research Scientist 일을 하고 계신가봅니다. 멋져요!
committee도 가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이건 학과에서 찬성을 원하는 거라고 눈치를 챘을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다니 충분히 이야기가 나올만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연구하시는 데 지장 가시지 않게 잘 털고 일어나시길 빕니다ㅠ
이번일은 정말 황당하네요! 학과장님과 학장님도 당황스럽겠어요.
약간 차별~적인 느낌이 드실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또 곧 좋은 소식 들릴거라 생각해봅니다. :)
찬찬히 풀어나가보시면 종국에는 해결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잘 풀리실꺼에요 ^^
뭐... 사람 성향이겠지만 저라면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종 결정권이 없는 그룹에서 뭐라 한들...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면 이미 충분히 자격이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다 잘 풀릴 거라 믿습니다.
과학자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박사과정 하면서 교수님들 그리고 교직원들 사내정치(?)를 요즘 많이 봐서 남일 같지가 않군요. 특히 과연 나에 대한 판단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안 드는 사람들이 저럴 때 상처받은 기억이 왕왕 있네요 ㅠ 차라리 같은 분야 교수님들이나 박사 등이 뭐라하면 밉지라도 않지...
그래도 저는 저러다가도 더더욱 좋은 일로 반전되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