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끝나지 않는 이야기
어제 새벽같이 서해안으로 가서 좌대 낚시를 하고 왔더니 파김치가 되어서 이제야 정신이 좀 듭니다.
나름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꽃피어서 마냥 쾌적하게 즐기기만 한 건 아니었네요.
그래도 부모님과 배부르게 한 상 회 차려먹고 남은 걸로 가을에 차례상에 올릴 것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몇가지 실패로부터 교훈이 남았는데, 과연 그에 대한 만회를 할 일이 있을런지는 모르겠네요.
실패 1. 좌대에서 마킹된 수심을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마킹된 수심에 맞춰서 세팅을 했는데 가장 귀중한 입어 직후 2시간 가량을 쌩으로 허비했어요.
좌대 사장님은 나몰라라 하는데... 그래도 이상함을 느껴서 찌 깊이를 바꿔가며 해본 뒤 몇마리 잡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부터 빡침 게이지 만땅입니다만... 아버지가 그 날의 장원을 하셨기 때문에 그 점 만으로 만족입니다.
실패 2. 조류가 없더라도 0.5호 봉돌은 너무 가볍다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는 제 낚창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조류가 거의 없을 때는 0.5호 추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다른 세팅을 준비해가지 않았는데, 이게 가장 큰 패착이었습니다. 폴링 액션이 자연스러운 걸 최우선 순위로 잡았는데, 생각해보면 입어식 좌대에서 자연스러운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미끼가 침강하는 동안 그물코를 넘나들 수 있는 사이즈의 짜치들이 미끼를 다 뜯어가버려서 그걸 버틸 수 있는 미끼(절인 오징어, 꼴뚜기 등)의 사용이 강제되니 조황의 개선이 힘들었습니다. 망할...
실패 3. 막대찌보다는 소세지 찌
막대찌는 입질 감지에는 장점이 있지만, 몸통이 잠긴 뒤의 여유부력이 거의 0에 가까워서 추 부하 증가가 불가능하더라구요. 어차피 입어식 좌대는 고기들을 며칠 굶겨서 투입하는지라 입질이 굉장히 터프해 민감한 입질 감지 따위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자잘한 실패들이 있지만,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들 이후로는 고기를 뽑아내기 시작해서 적어도 아버지는 재밌게 낚시하신 모양이더라구요. 오랜만에 낚시를 하셔서인지 피버모드(!)에 들어가신 거 같은데, 가을에는 꼭 선상이나 자연식 좌대로 가자고 설욕전을 희망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다시 추계 낚시 여행 플랜을 세워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