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 장난감... HD25('23) vs Y50

HD25를 살 땐, 분명 SRH840A 및 HD569와 비교해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SRH840A는 밀어두고 HD569를 공구 때 들이긴 했는데...

그 사이로 배터리가 다 되어 무선이 안 되는 Y50이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아... 이게 무슨 장난인가요.

극저음을 위한 밀폐형 헤드폰을 찾다가,

토널밸런스 취향 때문에 HD25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얘는 극저음이 적습니다.

더구나 20여년 전에 들었던 밀폐형 그라도의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마일드합니다.

오히려 HD26 프로가 옛날 HD25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극저음은 Y50이 아주 차고 넘칠 정도로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마음에 드는 저음 장난감입니다.

HD25는 극저음 재생에서 Y50에 비해 확실히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Y50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극저음 + 초고역 재생력만큼이나 중역대의 빵빵함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인 건지,

중역대 재생이 상대적으로 빈약함을 느낍니다.

물론, '상대적'일 뿐이지 결코 중역대 재생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정말로.

잘 나와요.

다만 속이 꽉 찬 상태로 밀도감 있고 투명감 있는 그런 소리는 아니라는 것일 뿐.

거기에 V900이 끼어들었는데...

제 기준으로 올라운더로는 얘가 취향 저격에 가장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어컵 뒤쪽 공간에서 200~400Hz 대역이 잘 해소되지 못하고 좀 웅웅거립니다.

그리고 그 대역에 발목 붙잡힌 듯, 그 아래 대역으로는 시원스레 밀고 내려가지 못합니다.

대체로 MDR-E868에 ED268의 장단점이 공존하는 것의 헤드폰 버전 느낌입니다.

결국 어느 생각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걸 싸그리 한 대로 퉁치자면 어떤 헤드폰이 가장 좋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증수표인 HD800S도 제 취향엔 안 맞고, HD660S2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생각 끝에 떠오른게, 딱 하나네요.

메제 엠피리언.

그건 정말로 거슬리거나 아쉬운 구석 없이 아주 말끔한 느낌으로 즐겁게 들었었습니다.

심지어 스탁스보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 저는 그렇다고 메제 엠피리언 하나만 있으면 만족하겠냐 한다면

거기엔 답을 못할 듯 합니다.

워낙 비싼 물건이니 그것 하나만 갖고 있어도 부담스러울 것이고,

이것저것 다양한 사운드를 돌아가며 즐기지 못한다는게 더 불만스러울 것이라는 걸. 

그래서, 각기 단점들을 안고 있는 지금의 헤드폰들을 돌려가며 듣는게 더 즐겁습니다.

오디오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한다는 측면에서는

말 그대로 종결기 하나만 놓고 음악만 듣는게 가장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음악 뿐만 아니라 오디오 자체의 개성도 즐기는 취향이더군요.

그래서 결점을 안고 있는 기기라 해도 그 자체를 즐기며 음악을 듣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러니, 저는 꽤나 사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제 오디오 얘기를 믿으시면 안 됩니다. ㅋㅋㅋ 진심으로 대단히 막귀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게는 오디오 종결이라는 건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진 것 하나도 없던 중학생 시절에도 소형 붐박스를 최대한 좋은 소리로 듣고 싶어서

하드보드지 + 한지로 케이싱을 해서 썼었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결국 그럴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막귀 사짜 오디오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