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똥파워 휴대용 CDP 둘.

단순 출력 수치로만 보자면 더 좋은 녀석들도 많았읍니다만,

음질은 다소 떨어져도 파워는 참으로 기똥찼던 녀석들이 있었읍니다.

 

1. Kenwood DPC-X707

 

AA 배터리 4개의 6V를 잡아드시는 몸이었읍니다.

청감상 정보량 부족과 배터리 소진에 따른

출력 저하가 점진적으로 느껴지는게 단점이었으나,

헤드폰 앰프가 잘 없던 당시 HD600을 직결로 꼽고도

그럭저럭 들을만했던 몇 안 되던 녀석이었읍니다.

 

 

2. Casio PZ-2900

허접함의 극치입니다.

허접함이 극심하여, 알카라인 배터리 브랜드에 따라서도

중역대의 톤이 극적으로 달라질 정도였읍니다.

전원부 설계가 엉망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에너자이저 vs 알카바를 소니 CD580 꼽고 블테한 결과

본 꼴뚜기의 막귀로도 100% 구별이 가능했읍니다.

심지어 테스터 역할을 했던 동생의 얄궂은 장난으로

두 배터리를 하나씩 섞어 쓴 것조차 구별이 될 정도로.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본 꼴뚜기는 심각한 막귀입니다.

 

에너자이저는 그냥저냥 자주 쓰다보니 무난한 느낌,

알카바는 중역대가 좀 더 차가운 톤.

듀라셀은 좀 더 어두우면서 잔향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

 

지금 갖고 있는 SL-S400/600으로는 어림없읍니다.

무슨 배터리를 꼽아도 다 거기서 거기.

 

배터리 브랜드별 소리 차이가 괴담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라 봅니다.

전원부 설계가 제대로 되면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으나,

저놈의 허접하고 보급률 낮은 엉터리 CDP만큼은 개판으로 만들었는지

배터리 브랜드별로 다른 소릴 내는 묘기를 선보였었읍니다.

뭐, 모든 회로가 극히 단순화되는 스타일의 하이엔드 앰프들은

커플링 콘덴서마다 소리가 달라지기도 하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단지 직접 해보지도 않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당시로선 매우 괘씸했을 뿐.

나무위키까지 박제되어 조롱하는 걸 처음 봤을 땐 진심으로 대단히 괘씸했으나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읍니다. ㅎㅎㅎ

실험조건이 구체화되지도 않았고, 직접 해보자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저 직접 해보지 않은 이들의 고약한 말장난으로 봅니다.

본 꼴뚜기의 막귀로 구분될 것을 현 시점의 황금귀 분들께서

구별하지 못하실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휴대용 CDP들은 메카 및 DAC, 내장 앰프 구동까지 모두

한 계통의 배터리로 수행했었으므로 전원부가 허접하다는 전제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봅니다.

 

쥐샥시계처럼 생긴 주제에, 액정 디스플레이도 단순무식하여

트랙 넘버만 보여줄 뿐, 재생시간조차 안 보여줍니다.

게다가 음색적으로 세련됨이라는 것도 전혀 없어서

제가 파나소닉 SL-S400/600을 손에 넣은 뒤로는

마루타가 되어 굴려지다 쓰레기통에 버려졌었읍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니, 잘 갖고 있을 것을... 싶읍니다.

음색이 참 특이하여, 마치 카세트 플레이어 같은 느낌이었읍니다.

그리고 AA 배터리 두 개의 3V로 구동됨에도 HD600 직결 가능.

소니 CD780을 직결로 하드코어 번인이 가능할 정도는 되었읍니다.

 

 

위의 두 녀석의 공통점은, 메카가 이거였읍니다.

저가형 휴대용 CDP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소니 메카였읍니다.

대체로 이런 녀석들이 정보량이 부족한 소릴 들려주긴 했는데,

장점이라면 내구성이 진심으로 대단히 좋았읍니다.

대체로 제3국에서 볼만한 외형의 CDP에 많이 들어갔었읍니다.

대체로 켄우드, 카시오, 아이와, 티악(?!) 휴대용 CDP에 잘 들어갔었읍니다.

 

X707 빼곤 다들 잘 갖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정리해버렸었는데.

지금은 그게 후회되기도 합니다.

잘 갖고 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