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적는 부산 음악회 후기
요즘 컨디션이 개판이라 그런지 잠드는 타이밍도 오락가락하는군요.. orz
그래서 바로 글 쓸 여력은 안 남아서 댓글만 남기고,
자고 일어나서 정신 돌아온 상태로 글 적어보겠습니다.
이전 @플랫러버님 후기에도 있었듯이 짐도 많고 해서 오후 2시 도착으로 일찍 출발했습니다.
도착하니 벌써 자리 세팅까지 다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스피커부터 바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하다 보니 매번 듣는 곡으로 좀 오래 테스트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우퍼 꺼진 걸 확인 안 한 상태로 듣다 보니 극저음역대의 밑둥이 좀 허전한 느낌이더군요.
(안 나오는 건 아닌데 양적으로 좀 애매했습니다)
그러다 이후 우퍼 다시 확인해서 제대로 작동시킨 후에 다시 들어보니
확실히 극저음역대를 받쳐 주면서 중심이 잡힌 소리가 나왔습니다.
스피커가 어쿠스틱 계열에 잘 맞는다고 하던데 음악회 시작 후 다른 분들과 함께 들어보니
실제 악기 표현력이 정말 뛰어나서 공연장 온 느낌이라는 게 체감됐습니다.
그래도 전자음악계나 일본 음악 쪽도 잘 소화하더군요.
스피커 디자인처럼 초점이 잘 맞고 성능이 좋아서 올라운더도 충분히 가능할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아주 정신없는 곡까지는 안 들어봐서 잘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25년 가량 데스크탑 스피커조차 사용 안 하다 보니
음상이 머리 주변 말고 저 앞에 맺히는 게 적응이 잘 안 되더군요..;;
그래도 계속 들어보니 넓은 공간을 그리는 능력은 역시 스피커가 체급으로 눌러버리는 게 체감됐습니다.
스피커가 생긴 것에 비해서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하던데
이 정도면 충분히 즐기고도 남을 듯한 느낌이겠더군요.
(물론 스피커라 공간 제약이 큰 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합니다..)
나중에 다른 분들 오셔서 우퍼 켠 상태로 베이스 강한 음원도 들어봤었는데
바닥부터 벽까지 흔들거리는 게 정말 파워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일반 거주 환경에서는 절대 못 할 경험이어서 꽤나 재미있더군요.
재생 환경이 소스 기기→M-Scaler→NAD M33→스피커로
말단 이외의 DAC 개입 없는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확실히 소스만 잘 맞으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인 게 강점이겠더군요.
다만 저는 유튜브에 있는 음원을 들을 때도 많아서 같이 재생해 봤는데
대략 0.5초 내외의 딜레이가 있어서 정말 음악 감상 전용에 최적화된 세팅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간의 문제가 가장 크고 반사음 처리에 공이 많이 들어야 하지만
(디락을 켜고 끈 걸 들어보니 디락 끈 상태는 고음역대 자극이 심해서 못 듣겠더군요..)
조건이 갖추어진 상태에서의 스피커는 음악 감상에서는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체감했습니다.
메인 스피커 감상 이후에는 각자 가져 온 기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대여 물품들 포함해서 기기 제공을 하는 쪽이라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기들이나 새로 들어 본 기기들이 좀 있었습니다.
MDR-CD780은 예전에 @SunRise님 번개 때 들어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예전 DF 느낌이 나는, 고음역대가 살짝 카랑카랑한 느낌의 소리였습니다.
굳이 취향에서 보면 불호 쪽이긴 한데 그래도 편하게 쓰기에는
요즘 헤드폰들보다 나은 구석이 있어 보였습니다.
OAE1의 모딩판인 OSR1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왜 프로토타입이 혹평이었는지가 체감이 됐습니다..;;
정말 고음역대의 피크들이 매우 날카롭게 찔러대더군요.. orz
이게 일반 방에서 들으면 그래도 아주 약간 덜 자극적이라고 하던데
청음한 공간은 실내치고는 확 트인 공간이라 그 자극성이 더 심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OAE1으로 들었을 때의 꽁하게 갑갑한 느낌보다는 차라리 이게
음상이 맺히는 기준에서는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모로 실사용은 못 할 물건이라 여기저기 연구용으로 돌려봐야겠습니다.
예전 소니 밀폐형의 계보에 있는 MDR-V900입니다.
일단 가장 놀란 건 요즘 헤드폰에서 못 보던 헤드밴드의 사이즈였습니다.
요즘 헤드폰들 마냥 다 뺐더니 제 머리 기준으로도 위에 주먹 하나는 남겠더군요..;;
헤드밴드 다시 조정하고 들어보니 예전 소니 '컨슈머' 밀폐형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약V자 느낌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굳이 따지면 저음역대 쪽이 부피감이 좀 있고 고음역대는 살짝 자극을 준 퍼진 V자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ST 말고) MDR-CD900이 좀 더 취향에 가까웠는데
역시 저음역대가 의도보다 부피가 좀 더 크게 들리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소니 밀폐형 실력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는 걸 예전 기기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ATH-W100도 예전에 대여청음했던 이후로 오랜만에 들어봤습니다.
'오테스러운' 고음역대의 피크들이 들려오긴 했지만 확실히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편이었습니다.
@alpine-snow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나무가 좀 눅눅한 환경에서 길들여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예전에 W100 들었을 때보다는 나무의 울림이 좀 더 특색 있게 나오더군요.
멀쩡한 제품 구하기 어렵다는 것과 무게 배분상 오래 쓰기 불편한 점 빼면 만족스러웠습니다.
GRACE m900은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요즘 가성비가 발달한 시장에서 비교하긴 애매해도
깔끔하게 소스를 잘 뽑아주는 느낌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AT-HA20 앰프는 앰프에서도 '오테'스러움이 나오는, 고음역대의 자극성이 잘 드러나더군요.
아마 Auteur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Auteur에서 오테 소리를 듣는 게 꽤 신선했습니다..;;
@호루겔님 찬조품, SunRise님 추천으로 들어 본 ASHIDAVOX EA-HF1+ 입니다.
21세기에 MDR-EX90과 유사한 물건을 보는 게 낯설었는데 소리는 이 날 들었던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즘 1DD에서 마음에 들 만한 걸 찾느라 이것저것 뒤지고 있었는데
성능 자체는 좀 뒤떨어지는 느낌이 있어도 15mm DD의 표현력이나
전체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소리가 시원하게 나오는 편이어서 '즐겁게' 듣기에 특화된 물건이었습니다.
기본 이어팁 L 사이즈가 없어서 스핀핏으로 들어본 게 좀 아쉽긴 한데
스핀핏 장착하고 들었을 때에도 만족도가 좋아서 하나 구매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정말 보기 드문 언더이어 하프커널 스타일이라 쉽게 꽂아 사용하기 적당한 물건이더군요.
(그나저나 1DD 상급 기종을 하나 구해야 하는데 영 마음에 드는 것을 못 찾고 있습니다.. orz)
기기 관련은 대충 이 정도로 정리가 될 듯하고,
그 외에도 요즘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며 즐겁게 시간 보냈습니다.
저녁은 간단하게 일식풍 메뉴가 주 메뉴인 술집에서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셨었는데
역시 알코올과 상극이었던 탓에 4모금 마시고 바로 열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중단했습니다.. orz
(여기서 더 마시면 바로 속이 뒤집어지는 단계로 넘어가다 보니..)
그래서 술은 거의 안 마시고 세상 굴러가는 얘기만 열심히 귀동냥했습니다..;;
<최근에는 영디비도 눈팅할 틈이 안 나다 보니 굴러가는 걸 더 모르겠더군요..>
이렇게 오후 2시부터 8시 정도까지 기기 청음과 이야기가 함께 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직접 들어보기 어려운 큰 스피커의 소리가 어떤지 제대로 체험했던 게 컸었고
여러 기기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한 것도 소득이 컸군요.
요즘은 1DD 장비들 이외에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태인데
간만에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어서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자리 마련해 주신 @플랫러버님 과 참석해 주신
@alpine-snow님 , @SunRise님 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댓글 18
댓글 쓰기(그 공간이 참 어려운 문제이지만.. orz)
덕분에 어제 즐거웠습니다.
모임에 참석할 수록 매번 배우는게 더 많아지는 것도 신기합니다. ㅋㅎ
auteur 헤드폰은 처음 들어보았는데,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DF 이후 하만 타겟 시대에 이르러 전 대역이 꽉 찬 완성도 있는 사운드가
오히려 듣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사운드를 요즘 시대에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대가 비싼 감이 있지만, 당시 비슷한 가격대이던 소니 R10과 비교해도
소니 특유의 느낌 제외, auteur 쪽이 압도적으로 우수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헤드폰 청음 역사상에서는 구형 오르페우스 이후의 충격이었습니다)
전 스피커 쪽이 젬병이라 어제 스피커로 나누시던 내용들이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아시다복스 잘 만든다니까요 ㅎㅎ
즐거웠습니다~! 다음 번개 때 뵈어요~
어제도 즐거웠고 다음 번개도 기대하겠습니다.
듣다보니 요즘 폰들이 놓치고 있는 점을 아주 명쾌하고 진중하게 짚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진지한 화두를 던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둘 다 정착용이 안 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랭킹 보면서 위에서부터 쳐내면서 후보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엠스케일러로 업스케일링한 LP소리를 들어볼 수 있겠군요... 한번 고민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