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인사 겸 자작 댐퍼 튜닝 후기를 올려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중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베이어 다이나믹 T1을 들인 후 몇년동안 헤드폰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되었었는데 최근에 미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Chi-Fi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다시 음감기기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네요.
특히 요즘은 이어폰 성능이 예전에 비해 굉장히 상향평준화된 거 같아요.
글을 길게 쓰고 싶지만 자야할 시간이 다가와서 간단하게 제가 좋아하는 음감기기와 제목에 쓴대로 튜닝한 과정을 짧게 남겨볼게요.
미국에 올 때 선물 받았던 AK100II와 가장 즐겨듣는 Fearless Audio Roland입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라인들이 정말 폐품에 가까운 것들이라 어쩔 수 없이 추가 지출을 해서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Ares Audio Okami라는 제품인데 기본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가장 저렴한 것으로 구입했어요.
확실히 저음이 많이 깔끔하게 댐핑이 되는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저는 본업이 Fluid mechanics Engineer인데 RANS/LES Solver 코딩도 하지만 이전에 실험 장비 설계 및 측정 경험도 꽤 있어요. 아날로그 측정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은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고했는데, 정말 답도 없이 구린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주워들은 지식인데 사실 Fearless Audio는 중국 기업이 아니고 태국 기업인 거 같아요. Chi-Fi가 아니라 Thai-Fi라고 불러야할까요...?
오늘 하게 된 튜닝의 계기는 운동할 때 블루투스 케이블에 물려서 쓸 MMCX인터페이스 이어폰이 마땅치 않아서였습니다. Sub 300대에서는 생각보다 좋은 이어폰들이 없더라구요... Shozy BG를 고려했었는데 Linsoul의 제품 정보를 보니 최근에는 2 Pin 커넥터로 바뀐 거 같아요...힝
아무튼 그래서 예전에 호기심에 사봤던 Fiio의 FA7(사진의 왼쪽)을 튜닝하기로 맘먹었어요. 몇년간 쓰고 있던 슈어의 SE425(오른쪽)는 정말 끔찍하게 정착용이 안 되더라고요.
FA7은 In-Ear Fidelity의 평에 따르면 'Boring'한 튜닝이라고 하면서 '이 이어폰은 끔찍하진 않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칭찬'이라고 평하는데, 저는 그 평이 틀렸다고 생각하요. 이 이어폰의 기본 상태는 끔찍합니다. 전 항상 그 사이트의 주인장이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관대한 사람 같아요. 피오에서 뇌물이라도 받은 게 아닌가 의심되네요.
Real-rime FFT를 해주는 핸드폰용 소음 측정 어플로 간이 측정해본 Fiio FA7의 대략적이 토널 밸런스입니다.
정상적으로 측정하려면 음압에 맞춰 캘리브레이션 후 화이트 노이즈 응답을 Ensemble Average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평소에 이런 측정은 이어폰의 유닛들의 생존상태 체크에만 쓰는지라 제대로 된 측정시스템이 제 주위에 없네요.
최초의 목표는 ~1kHz의 응답을 억제(Suppress)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작한 댐퍼를 저음용 BA에서 나오는 도관에 장착하는 시행착오를 몇번 한 다음에 다음 같은 응답이 나왔어요.
Sub-Bass는 살리면서 저음을 정리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청감상으로도 FA7 특유의 답답하고 지루한 느낌은 완벽하게 사라졌어요.
그런데.....저 16kHz 쯤의 피크가 너무 거슬립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른 재질의 댐퍼를 고음/초고음 유닛이 나오는 도관에 설치해서 다음 응답을 얻었습니다.
여기에서 저음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FFT 원리상 측정 Window가 Refresh 될때 딱 한번씩만 주기가 들어가다보니 저음쪽은 갑작스런 저주파 소음에 튄 다음에 돌아오는 게 좀 늦네요.
고음쪽의 피크는 완전히 제거되었는데...이번엔 너무 부드럽네요. 조금 신나는 토널을 원해서 쪼금 더 시행착오를 해 주었습니다.
이제 딱 좋네요!
순정상태에서는 어떤 음악이든 공중파 방송 종료시간 틀어주던 애국가마냥 지루하게 만들어버리던 이어폰이 이제 자장가 마저도 신나게 만들어주는 에너지폭탄으로 변신했습니다!
고음이 너무 자극이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고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적당히 페어매칭을 해준 뒤 튜닝을 마쳤습니다.
이번엔 이런 사이비 측정 방법을 썼지만 조만간 토널 정도는 제대로 잴 수 있는 측정 시스템을 한번 저렴하게 맞춰볼까 생각중입니다. TI 6008/6009는 너무 비싼데 유사한 기능의 제품은 12달러 정도까지도 있더군요. 친구 중 하나가 최근에 3D 프린터를 질러서 저도 크로스오버 3~4 채널 정도로 저만을 위한 이어폰을 하나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