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잡숴보실래요? (오디오와 만년필의 공통점)
오디오 외에 제가 가진 소소한(?) 취미. 그것은 바로 만년필万年筆입니당. 이 글에선 만년필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와, 제가 느낀 오디오와의 공통점에 대해 적어보려 해요.
‘내장된, 혹은 교체 가능한 잉크통으로부터 잉크를 공급받아, 모세관 현상을 원리로 글씨를 쓰는 필기도구’지요오.
유래는 이래저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잉크를 안정적으로 배출해내는 현대적인 만년필은 1884년 미국의 보험외판원 루이스 워터맨이 직접 만들어냈어요. 종래의 잉크펜 때문에 중요한 계약을 망쳐서 상심이 크셨다나봐요.
아무튼 워터맨 아저씨께서 현대적인 만년필을 만들어 내신 후, 한동안 세계인의 주류 필기구로 승승장구 했었지요. 하지만 50년대 본격적으로 볼펜이 경쟁력 있는 상용화를 이뤄낸 뒤로 급격하게 그 자리를 잃게 되어요. 사실 만년필은 손이 많이 가는 어리광쟁이 필기구거든요.
만년필엔 이렇게 생긴 ‘피드’라는 부품이 있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잉크통에서 잉크를 받아서 닙(펜촉)으로 일정량만 꾸준히 옮겨주는 부품입니다.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뭐 끼고 말라붙기 좋게 생겼죠. 그래서 일정 시기마다 씻어줘야하고, 다른 잉크 쓰고 싶으면 또 씻어줘야 하고, 까먹고 며칠 안쓰면 또 말라서 안 나오고.... 그 외에도 비싸고, 종이 품질 영향 많이 받고, 필각 필압도 타고 이래저래 이슈가 너무너무 많아요오. 간편하고 잘 써지는 볼펜이 자리를 빼앗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만년필을 쓰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이 종이 자체를 위협하는 최첨단의 21세기, 대체 만년필같은 구식 필기구를 왜 쓰는 걸까요?
저는 이 질문을 받았을때 오디오파일분들이 생각났어요. 이러니저러니해도 이 양반들, 일반인분들이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게 맞거든요.
‘야, 요즘 세상에 에어팟/버즈 정도면 못하는게 없고 기능도 많은데 무슨 주렁주렁 유선이어폰이야~’
뭐 그래도 오디오는 어쨌든 전기 먹는 친구들이니까 기술적으로 어쩌저쩌하다 설명할 수는 있겠지요. 만년필도 마찬가지로 ‘오래 쓰면 만년필 잉크가 볼펜 리필보다 싸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느니, ‘필압을 안줘도 필기가 가능하여서 장기간 필기에 유리’하다느니 이런 식의 이성적인 답변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야에서 가장 큰 공통점을 뽑자면, 무엇보다 ‘개인의 경험에서 나오는 만족과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멋진 종이를 아름다운 펜촉이 부드럽게 스쳐지나가면 흘러나오는 잉크가 종이를 부드럽게 적셔 글씨가 써지는 그 형용할 수 없이 즐거운 필기감.
-다양한 잉크가 종이와 어우러져 나오는 볼펜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다채롭고 놀라운 색경험.
-만년필 바디 자체가 주는 그것만의 멋과 감성.
이 경험들이 결국 똑같이 글씨 쓸 수 있는 볼펜보다 귀찮아도, 남들이 가끔씩 신기하게 쳐다보아도, 제가 손에서 만년필을 놓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ㅎㅎ
마치 똑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리시버와 세팅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오디오 경험처럼 말이에요.
만년필도 취향 따라서 얼마든지 수없이 많은 제품과 조합과 세팅이 가능하거든요. 나의 인생 세팅을 찾아서 떠나는 과정, 그 과정 자체의 즐거움 역시 큰 행복이구요.
차이파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요즘 오디오처럼, 만년필 역시 몽블랑, 파카, 펠리칸같은 정통의 유럽 강호와 일본3사라 불리는 세일러, 파이롯트, 플래티넘들을 외에도 입문용으로 맛볼 재밌는 중국 브랜드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답니다. 심지어는 다이소에서도 만년필이 다양다종하게 생겨나고 있어요!
혹시 영디비에도 만년필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들, 혹은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계실까요?
만년필.. 잡숴보실래요?
피드 설명 사진출처: 나무위키.
어떤 질문이나 댓글도 환영입니다!
댓글 24
댓글 쓰기펜촉마다 필기감이 다릅니다!
dac마다 소리가 다릅니다!
키캡의 재질마다 타건감이 다릅니다!
공통점이...ㅎㅎ
키보드의 경우엔 스위치에 비교해야할거 같구요오ㅎㅎ
둘 다 물리적으로 재질이랑 형태가 다른 경우라서요
정말 다양하게 골고루 사용하시는군요ㅎㅎ 근데 왠지 거의 다 시거형인듯한..
저는 워터맨 만년필 좋아합니다. 무겁지 않았던 미국 시절 제품.
일부 인기품목 제외하면 해외서 공수하기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