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자리에서
모두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듣습니다.
가수와 연주자들은 자신이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할 때 객석에 있는 누구와도 다른 소리를 듣습니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클래식 애호가들은 콘서트홀의 긴 잔향과 온 몸을 둘러싸는 소리를 미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음원을 만드는 음악 엔지니어들은 트랙에 포함된 의도치 않은 문제점을 더욱 잘 찾기 위해 잔향이 적은 작업 환경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스테레오 시스템을 통해 재현되는 음원에 익숙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무대 위 연주자들의 위치와 악기를 다루는 손짓과 몸짓을 소리 정보만으로 더 잘 파악하는 것이 지상과제일 수 있습니다.
음악 제작자는 세상에 한 줌도 채 되지 않을 오디오 애호가들이 사용하는 하이엔드 스테레오 시스템보다는 더 많은 잠재적 고객들이 사용할 무선이어폰과 카오디오, 그리고 스마트폰의 스피커에서 신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더 간절히 바랄 수 있습니다.
착색이 없는 원음의 전달이라는 모토는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된 이래 제창되어 왔지만, 녹음과 재생은 여전히 공간의 몇몇 위치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캡처해 임의의 환경에서 가능한 그럴 듯하게 들리도록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주관과 의도가 필연적으로 개입됩니다. 그리고 그 의도들이 향하는 곳은 대개 청취자의 즐거움입니다.
언제나 고객이 옳습니다. 음악 혹은 오디오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고객 만족에 복무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조차 여전히 정답을 잘 모릅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간판을 걸고 이야기 한들 늘 완벽한 정답이 아니며, 실은 그들의 작업을 정당화하기 위한 입장 표명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감상의 전문가, 청취의 프로는 감상자, 청취자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취향에 당당해도 좋습니다.
어떤 기준이나 추이를 아는 것은 취향을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더 큰 즐거움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계속 변화합니다. 그리고 청취자들의 솔직한 취향에 기반한 건전한 피드백이 그 변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저는 자주 가는 공연장에 언제나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절대로 야외 공연은 춤추러나 가라 하는 정도를 원칙으로 합니다.
한 50석 규모의 재즈 공연장이 있는데 앞만 피하면 엄청난 소리를 들려주는 곳이 있어 참 좋아하지요.
되도록이면 공연은 자주 가야합니다.
실내(최대 100석)는 헤드폰보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