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에반게리온을 재주행 하다보니...
학창시절에 볼 때는 표면적으로만 봤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전혀 몰랐거나 어렴풋이 느꼈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오네요.
이쯤 되니 안노 히데아키라는 인물이 새롭게 보입니다.
메카물로써 사람의 복잡한 내면과 세상의 부조리를 표현한 작품들은 많지만,
개인의 내면을 이렇게까지 집중적으로 깊고 치밀하게 묘사한 측면에서는
에바 시리즈가 좀 독보적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름돋도록 치밀한 디테일이 일품이네요.
솔직한 심정으로, 제 자신조차도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달지요.
'로봇 애니'로 어린이용으로 접근하기엔 난해함과 고어함이 문제다 싶었는데,
다시 보니 성인이 타겟이 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창 관심을 갖고 보던 시절의 저는 너무 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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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쓰기오늘 다시 보니 아스카에게서 딱밤이가 겹쳐져 보이네요.
만일 그게 진실이라면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근 십몇년간 아동심리학 관점에서 재조명된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하고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그저 망나니로만 인식되던 사도세자가 요즘엔 영조의 과도한 이상에 대한 욕심, 정서적 학대로 중증 우울과 조울증을 앓은 것으로 해석되는 것처럼
고아처럼 살아가던 사춘기 도입 시기의 이카리 신지에게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는
어떠한 사랑도도 사람다움도 없는 명령 뿐.
아버지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돌아오는 답은 "너는 필요없다"는 말.
이카리 신지가 우울증을 겪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카리 신지가 처음부터 우울증을 앓지는 않았다는 것 또한 작품에 나와있는데
작품 초반에만 조금 나왔던 러브코미디같은 전개는
아직은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이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싶어했던 심리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데프콘의 아스카는 잘못이 없으니까요.
사다모토가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