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 잘 안 봤었는데... & 오테 프로5 이야기
아이유 콘서트 오프닝에서 사운드나 영상 면에서 조금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었네요.
퀄리티도 그렇지만, 살던 동네에서 있었던 공연이었다는 점이 반가운 마음입니다.
저 동네 정말 살기 좋은 동네였지요.
지금은 어떠려나...
이건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잘 정제된 클래식 공연장이 아닌 팝이나 락 공연장의 정제되지 않은 공간 내에서
엄청난 출력의 PA 장비를 동원하여 무식하게 때려대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덜 뭉치게 녹음하고 재생하는 것도 참으로 기술이다 싶습니다.
재생기기 측면에서도 이건 좀 많이 난해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의외로 분해능과 스피드가 극적으로 따라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요.
신나게 흔들어댄 소리가 적절히 해소될 틈도 없이 울리는 소리를 계속 흘려내야 하니...
제대로 재생하던 기기들의 사운드를 돌이켜보면 현재 제가 가진 기기들은 택도 없죠.
같은 헤드폰으로도 DAC, 앰프, 심지어 인터케이블은 물론 파워 케이블에 따라서도
되는 시스템은 되고 안 되는 시스템은 안 되고.
각잡고 때려박은 하이엔드 시스템도 돈만 때려부은 시스템은 오버파워로 난사해서
전혀 정리되지 않은 사운드를 퍼부어서 헤드폰으로는 듣도 못할 상태가 되기도 하고,
적정선에서 말 그대로 튜닝이란 걸 한 시스템은 뭔가 아쉬운 듯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사운드가 나오기도 하더군요.
스튜디오 음원에서 깡패이던 HD650이나 DT990 프로가
이렇게 막 때려대는 음원에서 오히려 아쉬움이 느껴지네요.
제 막귀로 느끼기에는 HD650은 위아래로 많이 놓치고, DT990 프로는 가용 대역 내에서
개방감에 비례하여 밖으로 방사해서 날려버리는 소리들이 많은 것 같달지요.
물론, 이게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싫지도 않고요.
한편, 이 쪽 방면은 오테 쪽이 강점을 잘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성능의 우위 때문이 아니라, 그냥 배경음을 잘 살리는 특성이 잘 맞아떨어지는 듯 합니다.
심지어 싸구려 저성능 무해상도 프로5에서조차도 의외의 면모를 재 발굴했는데...
오랜 세월동안 쌔빠지게 번인하고 심지어 모딩까지 해도 '끕'이 올라가지는 않았습니다.
고역은 완전 전멸에 멍청한 코맹맹이 중역대가 약점인 형편없는 물건입니다만...
PA 장비의 무식하게 때려대는 베이스의 에너지를 적당히 깔아눌러 묵직하게 퍼뜨리는 가운데
뜻밖에도 그 맹한 중역대라도 풍부하게 챙겨 전체의 조화를 어떻게든 살려내는 면모에서는
의외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하도 해상력이 없어서 그 대용품으로 CD900ST를 샀었던 거였는데, 헛스윙이었고...
하다못해 HFI-2000에 박아넣은 HFI-2200의 드라이버를 이식할까 싶었는데,
썬사부님께서 말리시더군요.
오늘 다시 들어보니 그 이유를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가만 되돌아보니 프로5에 대해서는 생각 외로 애착을 깊게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바깥으로 많이 돌았었습니다.
한 1년간 전 여친에게 가 있다가 헤어지던 날 되돌아왔었고...
그 이후 동생에게 줬는데 동생도 어디다 처박아놨는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동생 차의 트렁크에서 몇 년 동안이나 곰팡이의 먹이가 되어있던 것을 발견하고
다시 꺼내어 열심히 닦고 소독해서 쓰고 있는 건데, 그렇게 살려낸 보람이 있네요.
제가 가진 기기들 중 가장 손을 많이 댔고, 또 가장 험한 취급을 버텨온 녀석입니다.
안 이뻐해주면 안 될 녀석이네요.
댓글 6
댓글 쓰기제 취향상 보컬은 일오테, 이젠하이저, 삼소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이어는 최근 무척 사랑하게 되었지만, 보컬은 일장일단이... ㅋ;;
저가형인 프로5는 사실 오리지널 오테가 아니라 나카미치 물건이었으나,
오테가 발매하면서 손을 좀 댄 건지 역시나 보컬 듣기에 나쁘진 않습니다.
지금 ZARD 크루징 & 라이브 듣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리얼하진 않아도 리얼한 것 같은 느낌이... ㅋㅋㅋㅋㅋ
공연장 스피커는 그냥 반주만 나오죠ㅋㅋ
그러지 못한다면 최대한 듣기 좋게 다듬는 것도
나름의 최선이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ㅋ
설마 쌩 공연장 소리를 그대로 녹음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