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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HP-1 간단 사용기 : 차라리 하나의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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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9 21

 

 

(잠깐! 리뷰를 읽으시기 전에,  위의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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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HA(야마하)의 HP-1은 야마하 오쏘다이나믹(Orthodynamic) 헤드폰의 맏형으로, 마리오 벨리니의

선구적인 디자인과 빼어난 사운드적 완성도로 헤드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기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YH-5000SE 또한 오쏘다이나믹 헤드폰으로 이 HP-1의 직계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쏘다이나믹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오쏘다이나믹 헤드폰은 오쏘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채용한 헤드폰이며, 오쏘다이나믹 드라이버란 평판자기형 드라이버의 한 종류로 원판 형태의 자석을 그대로 사용해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제작되는 많은 평판형 헤드폰이 보다 높은 구동 효율을 위해 막대형 자석을 배치하는, 'Fluxor Magnet' 방식을 채용한 것과는 차별되죠. 넓게 보면 평판형 헤드폰의 한 갈래이지만 오쏘다이나믹 헤드폰은 단지 평판형 헤드폰의 일종이라고만 보기에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유저에 따라 상당히 흥미로울 수 있는, 오쏘다이나믹 헤드폰 역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는 아래의 두 게시글을 확인해보시면 좋겠네요.

 

 

 

HP-1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8년 전인 1976년에 발매된 헤드폰입니다. 어느덧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갖게 된, 이 지금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 귀하디 귀한 헤드폰을 @SunRise님 덕분에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HP-1은 과연 헤드폰 역사에 남긴 그 이름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단지 오디오파일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기기 덕후인 제게 결코 잊지 못할 특별한 감동을 남겼는데요. 이에 기념비적이었다 할 사용기를 간단하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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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1은 그 상징성과 Rarity 때문만 아니라 5000SE 전까지는 사실상의 로스트 테크놀로지였다는 점 때문에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기기인데요.

 

적잖은 소구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HP-1에서도 제게 가장 강력하게 와닿았던 매력은 외관이었습니다.

태어나서 본 가장 끝내주게 멋진 헤드폰, 그것이 야마하의 HP-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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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1 전까지 제게 가장 멋진 헤드폰은 젠하이저의 HD800S였는데요. 이제 콩라인이 된 팔스가 Futuristic(미래적)한 디자인을 뽐냈다면 HP-1은

레트로하면서 메카니컬한 룩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였다는 마리오 벨리니의 아이코닉 디자인이 괜히 많은 이들을 사로잡은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마 많은 다른 분들에게보다 HP-1은 제게 더 강렬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왜냐면 저는 아주 오랜 사이버펑크의 팬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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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디비 여러분은 사이버펑크를 좋아하시나요? 제게 사이버펑크는 세상의 하고많은 장르 중에서도 영혼 깊숙이까지, 뼈저리게 사랑하는 최애 장르입니다. 그래서 인생영화가 사이버펑크의 미학을 정립했다고 일컬어지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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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한 HP-1은, 비록 사이버펑크 장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제껏 봐온 그 어떤 헤드폰보다 가장 잘 어울리는 기기로 제가 이 영화의 소품담당이거나, 감독이었다면 이 제품을 발견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캐스팅(?)했을 제품입니다. 그만큼 레트로하면서 차갑고 시크한, 기능주의적인 룩이 돋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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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갖고 있던 헤드폰 중 가장 출시 시기가 오래된 HD650(2003)과의 비교입니다. 650도 20년이 넘은 디자인(사실 더 됐죠 ㅎㅎ)이지만 HP-1은 그보다도 30년 좀 안되게 더 오래됐는데요. 제 개인적으로 HP-1이 더 구식 디자인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디자인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둘다 옛것이 풍기는 정취가 있지만, 650이 Classical하다면 HP-1은 Retro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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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의 세월을 견뎌낸 케이블과 6.3mm 단자입니다. 스플리터가 절연 테이프 같은 것으로 대체되어 있고 단자는 흔한 금도금조차 안 돼 있는 걸로 보이는데(혹은 긴 세월 동안 벗겨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헤드폰의 전체 디자인과 맞물려서 아름다움의 일각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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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e님 의 개인 소장품인 이 HP-1은 비록 헤드밴드의 플라스틱 부분이 군데군데 깨져 있기는 했지만 상태가 참 좋았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패드였는데 긴 시간이 지났지만 숨이 죽지 않았습니다. 얼핏 너무 납작해져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원래 부피가 저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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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유닛 속을 보시면 오쏘다이나믹 드라이버 특유의 타공이 송송 뚫린 외관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헤드폰의 연식이 연식이거니와, 이미 자그마한 파손이 군데군데 있는 이 보물 같은 헤드폰을 다른 헤드폰들처럼 수십 차례씩 바꿔서 착용해 가며 비청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교할만한 온이어 헤드폰이 제게는 없거니와, 착용법까지 너무 생소한 것도 있었고요. 하여 청음기는 간단하게만 작성합니다.

 

🔉 청음 후기

 

온이어 헤드폰이 낯설다 보니 착용감만 보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데 착용교정을 자꾸만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착용한 건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달까요. 사운드의 경우 출시 시기를 고려하면 놀랄 만한 톤 밸런스의 헤드폰이라는 생각입니다. 정위감과 스테이징, 분리도도 훌륭했거니와 중고음만 놓고 보면 최신 헤드폰과도 견줘볼 만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세월의 영향 때문이겠으나 저음 일부 대역에서 살짝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몇번 들어보니 이것이 당시의, 혹은 HP-1만의 극저음 처리법은 아니었을까란 의문이 들어요. 그 당시 오쏘다이나믹 방식의 장점이 남다른 저음 재생력이었다고 하거든요. 한편으로는 이녀석의 디자인이 워낙 멋지다 보니 오래된 소리결까지 분위기 있는 디스토션 정도로 느껴진 것도 있었고요.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제껏 사용해본 헤드폰 중 최고의 구동력을 필요로 했다는 점입니다. 클래식이 아닌 일반곡 기준으로도 THX 887에서 게인을 3단계로 조절한 뒤 노브를 10시까지는 돌려야 했어요. 옛날에 잠깐 갖고 있었던 HE6SE도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느낌이랄까요. 
들어본 곡들 중 HP-1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무엇보다 임윤찬의 Tristessee로 잔향이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최적점의 소리를 들려줬으며, 0분 55초의 크레셴도도 훌륭하게 재생해 냈습니다.

거센 세월의 풍파에도 불구 퇴색되지 않은 본연의 소리를 들려주면서, 감히 '시대를 초월한다'고 할만한 디자인으로 여전히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내는 헤드폰. 그것이 제게는 야마하의 HP-1이네요.

 

결론 : YAMAHA HP-1은 잘 보이는 곳에 멋지게 디스플레이해 놓고, 배경으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을 배치한 뒤 저 유명한 반젤리스(Vangelis)의 End Titles나 신스웨이브 음악을 틀어놓고 싶은, 하나의 오브제(Objet)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근사한 헤드폰

  

언젠가는 꼭 사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이 더할 나위 없이 멋지고도 귀한 제품을 선뜻 대여청음 보내 주신, @SunRise님 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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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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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걸
이게... 그냥 공돌이 갬성이라고 하고 말 헤드폰은 아닙니다. ㅠㅠ 리뷰내용이 다 날아가버린 상태로 복구 가능 여부 타진중입니다. 혹 복구되거든 다시 한 번 읽어주세요. ^^;
17:10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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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다시읽어보았습니다 상당히 오랜시간을 견뎌온 헤드폰이군요 요정도 세월이 지났다면 저역대의 클리핑은 오히려 감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1:59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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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걸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제게도 그렇게 다가왔네요!
22:00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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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입력 3W/최대 입력 10W라 제대로 굴리려면 앰프 난이도가 상당한 물건이지만
어느 정도 되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서도 소리가 좋은 편입니다.
온이어라 오래 못 쓰는 점 빼면 좋은 물건입니다.
19:47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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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마호
정말 멋진 물건입니다. 나중에 여건이 허락된다면 꼭 소장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21:52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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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번개에서 처음 접했을때 오래된 제품 치고는 세련된 외형에 한번 놀라고 착용하고 들어본 다음엔 현시대 헤드폰 들과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정돈된 토널밸런스에 다시 한번 놀랐으며 출시 시기가 70년대인 줄 알게 된 다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놀란 인상깊은 헤드폰입니다. 정성스런 후기 잘 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22:12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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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러버
제가 감사드립니다. 별것없는 리뷰지만 플랫러버님의 댓글 성원과 복구에 힘입어 앞으로도 이따금 올려보겠습니다 ^^
22:16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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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신렬 박사님께 들었던 설명이 생각나네요.
'무식하게 통 자석을 앞뒤로 달아버린 헤드폰'
그래서 요구 전력 자체가 현재의 폼팩터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ㅎㅎ

극저음의 품질 관련해서는 원판 자석 자체가 떨면서 하우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설계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내부 스폰지의 탄성 저하 문제가 잠재되어있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20세기 최고의 헤드폰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hp-1을 고르겠습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23:40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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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e
덕분에 이 귀한 녀석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럴만한 여유가 생길 때 구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
23:47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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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한때 인기가 치솟아서 한화 70에 거래되었다고도 합니다. 요즘은 시들해져서 20 아래로 풀박스 구매가 가능하니 1년 잡고 잠복하시면 멋진 제품으로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나중에 구한 엔디제이디제이 님의 hp-1 컨디션이 세계 제일 같더군요 ㅎㅎ
23:53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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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e

오오, 이런 녀석은 주로 어디서 잠복모드에 들어가시나요? 해봐야 마구백 정도나 옆동네서 구해봤지, 진짜 빈티지 헤드폰은 구해본 적이 없어서... ^^;

 

제게 이 녀석은 어마무시한 디자인 덕분에 본문에도 적었듯 제 멋대로 블레이드 러너 굿즈가 되어버렸습니다. ㅋㅋㅋ

23:55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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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대체로 이베이입니다. hifishark에서 검색하면 이베이가 같이 걸리니 이쪽을 더 추천드립니다.

 

일본 메르카리도 대행 끼면 구매할만 합니다. 다만, 올라오는 매물 빈도가 적어 다소 번거롭긴 합니다. 비교적 최신품은 하드오프 net도 있겠네요. 

23:56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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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헤드폰의 귀하게 복구된 정성스런 리뷰 잘 보았습니다.

영디비의 소두 미남 분들께 매우 댄디하게 잘 어울릴 법한 디자인입니다.

23:55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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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그것은... 알파인님께 어울린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3:58
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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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참한 미남이신 썬사부님이나 알파 플러스 타이거마스크님 등등
어울리실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쓰면 저 오래된 헤드밴드가 파삭 하고 단번에 부러질 듯 합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ㅠ.ㅠ
00:00
2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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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사실 아무리 대단한 헤드폰이라도 감히 주인을 가릴 순 없습니다.
굳이 가린다면 자기의 진가를 알아봐줄 주인을 가리는 정도겠죠.
고작해야 디자인의 멋짐 정도밖에는 알아보지 못하는 저와 달리 긴 헤드폰 역사의 적잖은 부분을 꿰고 계신 알파인님께 이 헤드폰은 누구에 못잖게 어울리는 제품입니다.
언젠가는 꼭 들어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00:08
2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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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위로 말씀 진심으로 대단히 감사합니다. ㅠ.ㅠ
07:34
24.08.11.
좋은글 감사합니다. 평소에 헤드폰 때문에 이베이까지는 잘 안알아보는데 괜히 좀 기웃거리게 되네요
11:45
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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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구아
돌아봐도 정말 멋진 헤드폰이라 생각합니다. 꼭 소장하고픈 그런 탐나는 녀석이랄까요. 감사합니다 ^^
11:47
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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