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감空間感에 대한 간?단한 고찰 1
공간감空間感에 대한 간?단한 고찰
안녕하세요, 영디비 회원님들.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혜성 같은 루키, 시미즈입니다.
저는 음감 생활 경력도 짧고 식견도 경험도 부족한 뉴비 중의 뉴비입니다. 그래도 천성이 이것저것 알아보고 읽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과 인간인지라, 음악 감상에 있어 여러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을 제 나름대로 공부하고 정의 내리려 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뉴비라고도 말 못 할 만큼 아무것도 모를 시절, 혼자 알아봤던 내용들, 그 중에서도 공간감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 머릿속 파편화되어 있는 정보를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써 내려갈 글일지라, 고수분들은 다 아실 내용일 듯 합니다. 디테일한 숫자 고증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글의 타겟은 요즘 속속들이 입문하고 계신 뉴비 선생님들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부끄러운 졸필임에도 키보드를 두들겨 봅니다. ‘간?단한 고찰’은 비정기 투고 시리즈가 될 수도 있고, 단발성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글의 목차는
개요
청각적 공간감과 뇌
음향에서 말하는 공간감 - 거리와 깊이지각
헤드폰과 이어폰의 공간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냥 머릿속에 있는대로 쭉쭉 쓸 것이기 때문에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퇴고는 하지 않습니다. 퇴고하여도 졸필인게 마찬가지라면 차라리 고수님들께 의견을 빨리 듣는게 낫다는 판단입니쟈.
저는 낯선 개념을 처음 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전을 찾는 것입니다. 단어 그 자체의 정의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뽑아내려 하는 것이지요.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음향에서 말하는 공간감의 정의는 사전님께서 품고 계시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뽑아내야 할 키워드들이 보이네요.
방향, 위치, 거리, 크기, 길이, 감각.
정의가 이러하다니 우리는 직접적인 공간 대신 소리의 방향, 위치, 거리, 크기, 길이에 대한 감각을 논하면 될 듯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소리의 방향, 위치, 거리에 대한 감각을 느낄까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핵심은 ‘귀가 양쪽에 있는 것’과 ‘각각의 귀가 약 20cm 이내로 떨어져 있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사람은 구조상 소리를 받으면 머리와 귓바퀴 등에 의해 반사, 회절, 차폐, 공진이 일어나는데, 이걸 통해 ‘듣는다’는 행위가 일어나게 됩니다.(외이부터 중간귀-내이-달팽이관-유모세포-bipolar neurons 등등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Directional perception방향 인식과 Distance perception거리 인식이 결국 감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귀가 머리 양쪽에 떨어져서 존재하기에 양이(兩耳)효과가 발생한다. 눈이 한개라면 관측 자체는 가능하더라도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 귀도 마찬가지로 양쪽 귀 사이의 거리로 인해 양쪽 귀로 소리가 들어오는 시간가 세기가 다르고, 이를 통해 위치를 파악 할 수 있다. 만약 귀가 한쪽에만 있다면 강약만 파악될 뿐 방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엉이는 그 작은 머리 크기에 양 귀가 몇 센티미터 남짓 떨어져 있지만 1/1,000,000초의 음 도달차이를 파악하여 여 공간을 장악한다.
이런 방향지각과 거리지각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다양한 연령대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서로 다른 공간 특성의 사운드를 들려주며 fMRI를 찍어보니 공통적으로 각 음원이 가지고 있는 위치정보와 이동정보에 따라 뇌에서도 각각 다른 영역이 활성화 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Battal, Figure 2.
그래프를 보면정적인 소리를 들을때(파랑)와 동작하는 소리를 들을때(빨강) 측두평면의 평균활동추정치가 굉장히 차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음악감상을 할 때 모노보다 스테레오를 사랑하는 이유, 비싼 돈 주고 돌비 애트모스 영화관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이유 모두 설명된다.
의학적인 설명을 최대한 간결하게 줄여서 해보자면, 인간이 청각적 공간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시각 운동 영역에서 공간을 자각하는 기제와 꽤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human planum temporale (측두평면, hPT)의 작용이 시력을 위한 middle-temporal cortex(중간 측두엽 피질, hMT+/V5)의 기능적 조직을 연상시키는 운동 조직 축을 보여줬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좀 더 얘기하자면, hPT에서 확인 가능한 소리의 신경표현은 '시각적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한 '후두부 중간 시간 피질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코딩 메커니즘'을 연상시키는 '선호되는 움직임 축' 조직을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분명 간결하게 줄인다 해놓고 말이 길었습니다. 이과가 다 그렇죠, 뭐. 아무튼 결론은 소리가 나는 방향에 따라, 그리고 그 소리의 동작여부에 따라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천양지차라는 것이고, 그것의 활성도는 마치 인간이 정물화를 보는 것과 영상물을 보는 것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만, 공간감 처리에 있어 시각신경과 청각신경의 기제가 비슷하다는 것은 결국 시각적 공간감 이해가 높을수록 청각적 공간감에 대한 이해에 유리할 것이란 추측입니다. 두 공간감 모두 뇌가 학습하고, 지니고 있는 여러 공간 패턴들을 복호화하여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공간지각력이 뛰어난 남자들이 음향 취미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사냥은 남자들의 일이었고, 사냥의 덕목은 잘 보고 잘 듣는 것이 7할도 넘으니깐요. 하여 시각적 감각이 좋으신 분들은 혹시 음상의 공간감도 잘 느끼시는지 말씀 부탁 드려보겠습니다.
얘는 공간감 얘기한다 해놓고 머릿속 얘기만 하고 있네라고 하실까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려 하였으나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리뷰게시판 평균 단어수를 아득히 넘어버릴 듯 하여.. 점심시간 이후에 몇 자 더 두드려서 2편 올리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에 하자가 있다면 부디 괘념치 마시고 빠른 겐세이 댓글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44
댓글 쓰기이건 듀서도 아닌 헤드폰으로 만든
어떤 소리든 진짜 콘서트홀로 만드는 엄청난 잔향(殘響, reverberation)의 향연입니다.
그 잔향이 소리를 해치지 않기에,
그냥 빙빙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콘서트홀같은 소리가 됩니다.
진짜 신비로운 헤드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저 제가 추구하는 방향의 소리가 아닐 뿐...
먼저 깨진자의 무나
- Q.E.D
어... 아리아?
이건 듀서도 아닌 헤드폰으로 만든
어떤 소리든 진짜 콘서트홀로 만드는 엄청난 잔향(殘響, reverberation)의 향연입니다.
그 잔향이 소리를 해치지 않기에,
그냥 빙빙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콘서트홀같은 소리가 됩니다.
진짜 신비로운 헤드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저 제가 추구하는 방향의 소리가 아닐 뿐...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공부할만한 내용은 공부해서 열심히 적어보겠습니당 히히
엄청 학구적이시군요 이공계 출신 확정.
멋진글입니다 후속편도 기대되네요
참고로 신경학 분야 미국 박사님께서 바로 위에 망고 글을 쓰신 분입니다^^
이걸 확실히 시험하려면 원형의 공간에서 각각의 악기음원을 넓게 분산해서 배치해 놓고 같은 음원을 왼쪽 오른쪽을 나눠서 녹음하여 합치되,
각각 분산배치한 악기와 녹음기를 잇는 일직선을 긋고 그 선 위에서 음원을 더 가까이 위치하게 해서 또한번 녹음하고,
더 가까운 위치만큼 전체 원형의 공간 자체를 줄여서 녹음한 3개의 트랙을 음량을 맞추고 들었을 때,
과연 우리 뇌가 공간감을 인지할 수 있는지,
1) 악기의 거리가 가깝다 멀다만 느끼는지
2) 같은 악기인데 공간이 넓다 아니다만 느끼는지
3) 청음원과 일직선상이라 아무런 차이를 못느끼는지
너무 궁금하긴 한데, 로또 당첨되도 안해볼 것 같네요…
다음편이 기대되는 흥미로운 글입니다! 언급하신 내용 중에서도
인간이 청각적 공간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시각 운동 영역에서 공간을 자각하는 기제와 꽤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란 지점은 작년말경 읽은 뇌과학 책인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속 뇌신경 재배선도 생각이 나고요. 뜯어볼수록 우리 뇌의 작동은 참 신기합니다.
일반적으로 좀더 나은 공간지각력이 더 나은 공간감의 인식으로 이어지는지는... 개인적으로 레퍼런스가 없었기에 정확하지 않네요. 다만 시미즈님의 공간감 인식은 남자인 저보다 얼마든지 나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여성과 남성 간에 일반적인 차이는 있으나 개인별 차이로 상쇄될 수 있으니까요. 근력의 경우도 당연히 일반적으로는 남성이 앞서나, 남성 하위 7%가 여성 상위 7%와 비슷하다고 하죠. 시미즈님의 음향 취미에 대한 열의와 진지함이 저를 뛰어넘는 것을 볼 때 더 잘 들으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그리구 저는 제 친구들에 비해 공간감이 좋은 것 같습니쟈. 오래 했던 검도가 거리감각이 워낙 중요한 운동이구, 운전도 잘하구 그런 것이 음감에도 사소하게나마 즐길거리를 더해주는게 아닌가 추측하게 됐달까나요 히히
오랜 시간 검도에 매진하셨고 운전도 잘하신다니 저보다 분명 공간감을 더 잘 느끼실 것 같아요!
육스투도 좋지만 한번은 팔스에도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ㅎㅎ
시각적 감각이 좋으신 분들은 혹시 음상의 공간감도 잘 느끼시는지 말씀 부탁 드려보겠습니다.
음상의 공간감은 패닝이죠 결국은
스테레오이미지 정보량(해상도) 패닝 크로스토크 다 연관있죠
글 주제도 내용도 유익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최소한 경력직 뉴비이시거나 혹은 MIT 출신이시거나
혹은 둘 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ㄷㄷㄷ
과찬 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먹고사는 분야라 도망가고 시퍼짐니다....ㅠㅠ
궁금한거 찾아보고 알아가는게 사람인데요.
죄송요!
엄청 학구적이시군요 이공계 출신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