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들...

별로 공감도 안 되고 자칫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때 시대가 바뀌면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고 여겼던 저 조차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살면서 느낀 점들 때문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는게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네요.

몇 가지 짧게 읊어볼게요.

물론 제 생각이고, 반박시 그 말씀이 옳습니다! (ㅋ)

1. 오디오(음악감상)

요즘은 음반 대신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이 일상화 되었고, 저도 그러고 있지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서 음악을 점점 가볍게 소비하는 정도로 여기게 된 것 같습니다.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예전만큼의 진지함은 없어진 것 같달지요.

아이유 음반을 사서 그 내용물을 보고 허탈함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_-;;;

음반을 사서 소장하는 기쁨, 그리고 그 음반을 직접 손으로 걸 때의 설렘과 기쁨...

그런게 다시 가능할까요?

최근 RE-1 Pro를 사서 신나게 듣다가 오늘은 또 디렘 프로 마스터 듣고 있어요.

후자 쪽의 훨씬 압도적인 중역대 에너지가 오늘은 더 끌리는 밤이네요.

전자 쪽의 가볍게 트인 와이드레인지감은 또 다른 날 밤에 찾게 되겠지요!!

소중한 음악은 음반으로 사서 내 손으로 직접 걸어 듣고 싶습니다.

2. 카메라(사진)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워낙 단시간에 좋아지다 보니 누구나 사진을 쉽게 얻고

또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시절이 열린 듯 합니다.

허나, 사진 한 장 한 장을 놓고 보면 그 순간의 기분을 잘 살리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결국 그 의문에서 되돌아간 시점은, 다 낡아빠진 코닥 센서 카메라들이었지요.

새 걸로 샀다가 실망한 똑딱이 하나와 얻은 DSLR을 뒤로 한 채 폰카만 써왔던 날들...

그 날들의 기록을 문득 뒤져보니 뭔가 후회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저 때 디카로 찍어둘 걸..."

셔터 찬스는 폰카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후보정의 필요성 면에서는 더더욱...

저가형 슬림 디카라면 차라리 폰카 쪽이 압도적으로 낫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차근차근 하나 되짚어보니, 하이엔드 똑딱이까지는 10년 전 모델도 건재하네요.

특히 CCD 들어간 모델이면 내가 셔터를 누르던 순간 느낀 모든 느낌들이 생생하게 기록되는 듯 해요.

결국 사진 잘 나온다며 선뜻 골랐던 아이폰13이 오히려 뒷골방 신세가 되면서

10년 이상 지난 디카들의 셔터가 제 손에서 눌려지는 일들이 훨씬 많아진 요즘입니다.

저도 바보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오로지 단 하나 뿐이고

그 목적에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뿐입니다.

"오늘 가장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내가 가장 원하는 느낌으로 기록하기를"

나의 소중한 순간은 내 눈과 내 손으로 한 장 한 장 소중히 기록하고 싶습니다, 순수 카메라로.

3. 대화

한동안은 정말이지, 가족들끼리의 대화를 카톡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었습니다.

최근에는 가족들과 직접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별의 별 일들이 사람을 지독히도 괴롭히지요.

그 느낌은 오로지 텍스트만으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힘든 마음을 털어놓고 싶다가도 때로는 타이핑 하던 손을 멈추고 혼자 삭히곤 합니다.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는 그러지 말자며 최소한 눈빛으로라도 전달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의 일상들을 더 디테일하게 공유하게 되곤 합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웃 사람들끼리도 무척 자연스럽던 일이었습니다.

요즘은, 궁금해하면 오지랖이지요. 하지만 개개인들은 너무나도 외로워 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들, 내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모아 즐겁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SNS 없이도.

요즘따라 세상은 더더욱 정신없을 정도의 속도로 변하고 있지요.

그러나 결국 원하는 것들의 근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던가요.

가상 속의 무언가를 찾기보단, 실존하는 것에 손을 더 뻗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