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도 평판형 + 정전형 가능이긴 했었는데...
...내구성이 문젭니다.
나름 이런저런 패드를 조합해보고 있습니다만, 왕년의 사운드를 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이 푸석푸석 부스러지는 건 독일스럽지 않습니다.
굉장히 얇은 다이어프램에 24k 금 증착을 해놓은 컨셉입니다.
HFI-780으로 유명했던 황금색 다이어프램이지만, HFI-2000은 꽤 달랐습니다.
원래의 것이 이미 20여년 전에 사망하여 HFI-2200의 것으로 이식해둔지 몇 년 지났습니다.
원래의 상태에서는 DD임에도 정전형과 매우 유사했었습니다.
지금은 정전형스러운 고역대는 어느 정도 유지하나, 저역은 평판형 비슷하려다 만 듯한 느낌입니다.
정상적인 상태일 때는 DT990 Pro보다 난감한 중립성에 오테 수준의 마이크로다이나믹 표현을 했었습니다.
얘네도 자기네들의 시그너쳐 사운드를 보존할 줄 모른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정상적일 때 제대로 구동된 상태에서는 DD계의 스탁스라 할만했었거든요.
선물받았던 데코니 패드가 DT990 Pro와의 매칭에서는 저역대가 협대역 & Boomy한 성향을 보여서
궁리 끝에 이 녀석에게 붙여보았는데, 애매하게 좋은 듯 만 듯 합니다.
컬러 매칭은 끝내주게 고급스럽습니다.
양손으로 꾹 눌러 착용해보니 정상일 때와는 많이 다른 사운드이지만,
나름 꽤 웰 밸런스드 사운드를 만들어주어서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싶습니다.
데코니 패드는 고급 렌즈 같은 느낌입니다. 헤드폰은 바디이고요.
이 녀석이 정상적일 때는 DT990 Pro에서 저역 양감이 좀 빠진 상태와 유사했었습니다.
그리고 디테일 표현이 극도로 섬세하고 자연스러웠었어요.
DT990 Pro는 그에 비하면 좀 꽉꽉 쥐어짜내는 듯한 디테일이고요.
사실 헤드폰 입문할 땐 이 녀석을 가장 좋아했었습니다.
W100에 대한 아쉬움만큼 오테를 미워하듯이
이 녀석에 대한 아쉬움만큼 울트라손은 더더욱 미워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결국 그 대타를 찾다보니 베이어 DT931이 근사치였다고 느꼈었고,
세월이 흘러 좀 더 퀄리티를 중시하게 되면서 DT990 Pro라는 나름의 답을 찾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정상적인 HFI-2000은 DT990 Pro보다 마이크로다이나믹이 압도적으로 우수했습니다.
말 그대로 DD로 만든 정전형 헤드폰 느낌이었습니다.
하이엔드 입문은 마이크로다이나믹으로 시작하여 매크로다이나믹까지 양립할 때 완성됩니다.
HFI-2000은 딱 입문 레벨까지는 되었어요.
그에 비하면 DT990 Pro는 너무 딱딱하고 유연함이란게 전혀 없어요.
상태 좋은 HFI-2000은 에어리함과 리퀴드함을 모두 갖고 있는 사운드였어요.
단지, 어지간한 매칭에서는 고역이 휘휘 날리는 까칠하고 드러운 성질머리가 문제였습니다.
자신들의 시그너쳐와 그에 대한 피드백을 잊어서는 안 되는게
고급 오디오 브랜드들이 가져야 할 자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사운드라 하더라도 거기에 매료되는 팬들은 분명 있기 마련입니다.
저 처럼요.
댓글 14
댓글 쓰기맛집으로 꼽히기엔 너무 얄팍한 사운드가 문제였습니다.
다양한 음으로 지갑을 터는 울손이죠ㅋㅋ
지갑은 털어가면서 그런 상태이니 강냉이를 털고 싶...읍읍읍!!
HFI-2000은 정말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것 같슺니두 ㅋㅋ
HFI-2000은 워낙 초기 모델입니다.
그런데 후속 모델들을 쭉 들어보니 결국 HFI-2000이 시그너쳐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역대가 도드라진 사운드였으나 자극은 적었고 스피드도 빨랐습니다.
공간 넓이는 좌우로는 좁은데 상하로는 보통 수준은 되었습니다.
드라이버가 앞쪽 아래로 쏠려있고, 프로텍터의 뒤쪽 윗부분 일부가
필름으로 막혀있습니다.
지금 제 것은 그 필름을 떼어낸 상태이지요.
그러나 여력이 안 되어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ㅠ.ㅜ
젠하이저, 오디오테크니카, 베이어다이나믹...
말씀하신 세 브랜드 모두 각자의 시그너쳐를 잘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오테는 우드에 한하여 애증이 있습니다.
다른 시리즈들은 대체로 각 라인별 느낌이 잘 유지되고 있는데, 오테 우드는 초기 모델들의 단단함과 진중함이 희석되어서 안타깝습니다. 물론 이 또한 취향 나름이겠으며 현행 우드도 결코 부족함 없는 성능이나, 개인적으로는 초기의 그 묵직함과 진중함이 다른 브랜드와는 물론 현행 우드와도 확연히 차별되는 강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HD650을 파워 있는 앰프에 연결해도 상대적으로 많이 가벼운 느낌입니다. ㅠ.ㅜ 심지어 이어패드도 당시의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지금의 제 W100은 순정 패드에 비하면 무게감이나 색채감이 줄어든 소리입니다. W5000 정품 패드를 끼우고 있는데, 애매합니다. ㅠ.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