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헤드폰 기술의 결정체, MDR-MV1 후기
The first take와 같이 스튜디오에서 쓰이는 소니의 모니터링 헤드폰은
1985년 MDR-CD900을 시작으로 약 40년간의 제조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 중에서 오픈형 헤드폰은
2000년에 CD 시리즈의 5세대로 출시된 플래그십 모델 MDR-CD2000를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합니다.
이후 퀄리아 010과 기반 모델인 SA5000 등이 출시되고,
이후 대구경 드라이버를 탑재한 MA900(마구백)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독일 젠하이저가 1993년에 출시한 HD580을 선두로 하여 30년간 다듬어진 HD600 패밀리는
소니가 넘기에는 큰 산이었습니다.
요컨데 소니는 밀폐형 헤드폰, 젠하이저는 오픈형 헤드폰으로 각자의 특기를 살려서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인지 소니는 MA900을 단종시킨 이후로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유선 밀폐형 헤드폰도 MDR-Z1R, Z7m2, 1Am2를 마지막으로 별다른 소식이 없었습니다.
무선 헤드폰인 WH-1000X 시리즈를 매년 발매하면서 그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변화는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1Am2를 기반으로 하여 새롭게 만든 MDR-M1*ST*는
CD900ST의 뒤를 이을 차세대 모니터링 헤드폰으로 출시되었습니다.
*ST
일본 내수용 모니터링 라인업
Made in Japan, 컨슈머 라인과 달리 단종 없이 길게 유지되는 제품군
다만 소니가 운영하는 The first take를 보면
보컬 모니터링 용으로 여전히 CD900ST가 선호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자는 M1ST의 벤트홀에서 소리가 일부 새어나와(누음) 그렇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의 유선 헤드폰 출시에 소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들 느꼈습니다.
실제로 들어봐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헤드폰이며 현재도 저는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M1ST의 경우 개발 기간만 4년으로 적지 않은 노력이 투입된 만큼,
4년 후에도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드디어 MDR-MV1의 이름으로 오픈형 헤드폰이 출시됩니다.
타겟은 자사의 360RA와 같은 스페이셜 오디오 제작용입니다.
ST가 붙지 않은 만큼 전세계 발매를 노린 제품이며,
실제로 프로토 타입은 작년부터 소니의 영화 제작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드넓은 하우징에는 오직 소니의 특주 드라이버만이 위치합니다.
https://www.sony.jp/feature/products/230411/?s_pid=jp_/headphone/_products/_MDR-MV1
그렇기 때문에 드라이버에서 자체적으로 튜닝 뿐만 아니라 방사 특성까지 올인원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CD2000에서 처음 발견됩니다.
하지만 CD2000은 하우징을 크게 만들었지만, 내부와 드라이버는 CD1700과 별 차이가 없는데다
메탈 하우징의 프레임은 음의 방사 특성을 딱히 고려하지 않은 듯한 모양이었습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드라이버가 하우징 전체를 채우지 못하기도 하고
당시 소니는 DF타겟을 전적으로 신뢰할 때라서 지나치게 밝았습니다.
이로부터 23년이 지난 후
소니는 전사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오픈형 헤드폰을 출시하였습니다.
나날이 줄어드는 헤드폰 시장에서 Professional이라는 딱지를 달고.
하우징은 요크로 인해 비대칭 구조입니다.
당연히(!) 내부도 비대칭의 스타디움 구조입니다.
드디어 HD600처럼 투과성 물질을 전체적으로 확장하였습니다.
내부에 세로 돌기(Red) 넣은 것 보고 역시 제대로 미쳤구나 싶네요.
여전히 젠하이저의 독자 재질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진전입니다.
(언젠가 '왜 HD800은 전설인가'도 적어보려 합니다)
HD600과 달리 CD2000처럼 순수하게 드라이버와 하우징 만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였습니다.
CD2000구조와 마찬가지로 하우징에 손을 올려보면 소리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드라이버를 넓게 감싸는 하우징 구조, 소니 로고부의 밀폐효과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완전 개방된 덕분에 드라이버와 귀 사이 뿐만 아니라, 귀 바깥에도 음상이 '제대로' 형성됩니다.
이는 공간 음향의 제작에 있어서 상당한 이점입니다.
이전까지는 오디오 테크니카의 ADX-5000처럼
단순히 확장된 형태의 오픈형 헤드폰이 일본 오픈형 헤드폰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이때만 해도 HD800을 필두로 출시된 제한된 필드 설계에 비해 완성도가 부족하였습니다.
드디어 일본-소니는 오픈형 헤드폰에 있어 하우징을 어떻게 제작해야하는지 파악하였습니다.
가공된 확장 하우징과, 하우징에 꼭 맞게 설계된 드라이버.
음원의 방향성 파악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 할 때는 HD800 시리즈보다 확연히 나은 방향 감각을 제공하였습니다.
기존의 헤드폰은 스테레오 사운드 위주라면 MV1은 멀티미디어에 탁월한 강점을 지닙니다.
(반면 스테레오 사운드만 듣는다면 MV1의 강점은 상당히 희석됩니다)
무게와 편안함 또한 HD600을 압도적으로 따돌릴 정도로 우수합니다.
특히 힌지 부분은 Z7, M1ST 등의 무소음 설계를 차용하여 잡소리가 전혀 없습니다.
케이블은 M1ST의 것을 그대로 차용하여 최고 품질의 사운드와 신뢰성을 보증합니다.
실제로 Ortofon의 6N(99.9999) PCOCC 케이블을 매칭해도 특유의 밸런스가 사라졌습니다.
따라서 수십-수백만원의 케이블이 아니라면 기본케이블을 강력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소리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MV1이 목표하는 것은 전부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랭킹에 있던 평가로 갈음합니다.
+ M1ST 이후로 극저음역대 모니터링에 신경쓴 소니의 최신 헤드폰
+ 소니 프로페셔널 헤드폰 중 가장 편안한 착용감
+ 전반적인 토널 밸런스는 EX800ST가 연상됨
+ 소니 헤드폰 중에서도 가장 개방된 형태의 설계이며, CD2000의 진일보한 모습
+ 딥 피크 배치 설계로 음원의 방향성 파악 (ex. 5.8, 7.3, 9.3, 10.7, 12.3kHz 피크/ 8kHz 딥)
+ 전반적으로 방향과 소리의 정확성에 매우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음
- 딥 피크로 인해 일관적인 고음역대 표현력은 다소 부족
- 깨끗한 보컬을 중요시한다면 주변음의 높은 비중에 아쉬워할수도
결론
-궁극의 Spatial Audio, Gaming 헤드폰
-드디어 HD600과 역사, 설계, 소리 면에서 대적할만한 일본제 헤드폰 출시
댓글 23
댓글 쓰기내부 구조 보니 소니가 이번에 제대로 미쳤다는 게 보이는군요..;;
소니는 360RA를 가장 중시해서 개발한 듯한데 그 반사 효과로
최강급의 멀티미디어 헤드폰이 나온 게 참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필요한 특성이 비슷하니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다음 오픈형은 이 제품으로 해야겠네요
하여튼 진기한 경험을 합니다
손으로 덮어도 소리가 안 바뀐다면 실질적으로는 드라이버 뒤에 구멍 세개 부품까지가 인클로저고 그 뒤에 껍데기는 걍 껍데기일 뿐이라고 보는게 맞겠군요
혹시나 해서 CD2000으로 테스트해봤는데 HD600, 800만큼의 소리 변화가 없었습니다.
드라이버 후면과 하우징 사이의 넓은 공간+소니 로고부의 밀폐효과로 인한 것 같네요.
본문 수정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개방형 헤드폰을 본적이 없어가지고..
리뷰 잘 읽었습니다. 요는 hd600급의 헤드폰, 하지만 공간감 지향 설계로 hd600 시리즈들과는 지향하는 포지션이 확실히 다르다, 그런 거군요. 요즘처럼 집에서 대부분의 멀티미디어를 소비하는 상황에서는 hd600 시리즈보다 일반 사용자들에겐 더 어필이 크겠는데요?
앞으로 100만원 밑에서 공간감 좋은 헤드폰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이제 mdr-mv1이 원탑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HD800(S)은 링다이어프레임이 정말 특이하죠 나중에 글 써주시면 정독하겠습니다.
특히 궁금한게 오리지널 800에서의 5K 피크에 대한 궁금증이있습니다. (S에서 5k 개선 한다고 했지만 결국 남아있는 것도 궁금하고요)
소니제 헤드폰은 밀폐형만 써봤는데 글 써주신 제품도 정말 궁금합니다.
후기 잘 봤습니다
어느 글에선가 지하철에서 당당하게 오픈형 헤드폰으로 케이온 방과 후 티타임을 크게 듣던 용자가 생각 나는...
이거 없었으면 무조건 660s2구매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자마자 사길 잘했다는 ㅎㅎ
M1st 도 곧 도착 예정이라.. 궁금증이 많이 해소 될것 같습니다.
좋은 제품이군요. M1ST와 함께 소니가 간만에 유선에서 힘을 썼다고 느껴집니다. 프로용이니 어느새 스르륵 단종되는 컨슈머용과 달리 AS도 오래갈테고요.
이제 완전 밀폐형만 내면 완벽할 것 같네요.
사고싶어도 못사는 ㅠㅠ
아울러 해당 헤드폰을 찬조해주신 연월마호님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