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비교청음(제로 레드 및 블레싱 3)과 느낀 점.
먼저 간략한 비청기입니다. 제가 베이스라인으로 삼은 이어폰은 오래 소장해온 검정색 쿼드비트 프로인데요, 이 녀석의 소리를 참 좋아하는지라 취향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으나 가능한 귀 기울여 자세하게 듣고자 노력한 점 먼저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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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뉴커머들 비청
음원 : Problem(Ariana Grande), Castle in the Sky(Hisaishi Joe)
QuadBeat Pro Black - 8(Baseline), 말이 필요없다. 저음이 아주 살짝 부푼, 훌륭한 톤밸런스. 인위적인 맛이 없는,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맛깔난 진동판 소리다. 커널형 이어폰 치고는 극저음 울림이 부족하고, 고음이 뻗다 마는 기색이 있지만 톤밸이 자연스러워서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ZERO : RED - 6.5, 중고음이 두드러지는 파트에서만 놓고 보면 꽤 잘 나오나 디테일이 살짝 아쉬우며 뭣보다 저음과 같이 나올 때는 쉬이 묻혀 버린다. 대개의 감상이 중고음이 아쉽다는 이유도 이 때문일 듯. 소리가 전체적으로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인상을 주며 입체적이나 음상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볼륨을 꽤 먹으며 보컬 백킹이 있다. 극저음부터 저음까지의 존재감이 확 살지만, 전체적으로 살짝 떨어진 음악의 해상도가 못내 거슬린다. 쿼빗을 듣다 바로 들으면 아무리 2DD라지만 크로스오버에서 오는 모양인 위화감도 느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듣기는 좋지만, 각 잡고 음감할 때는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을 듯. 흥겹게 듣기는 참 좋을 것 같은, 대중적인 음색의 IEM.
Blessing 3 - 8, 보컬이 엄청 가깝다. 중고음 디테일을 먼저 확보한 뒤, 저음량을 줄이고 극저음만 살짝 부각시켜 니트한 흥겨움(?)을 추구한 음색. 벨벳팁보다 기본팁이 좀 더 낫다. 어디 한 군데 특장점이 있다기보다는 올라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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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레드가 크리나클이 엄청 자신있어 한 거 치고는 살짝 아쉽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좋지만, 아무리 번갈아 들어도 전체적인 인상이 십년은 좋이 된 쿼빗 프로보다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하만타겟에 맞춘 제품이고 저음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더 나은 이어폰이리라 생각되지만요. 블레싱 3도 최근에 받아서 오픈만 했다가 이번 기회에 비교 청음했는데, 사실 체급이 다른 둘보다 높다고 봐야 하겠지만 아마도 제가 쿼빗 프로 블랙의 소리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결과적으로는 동점을 매기고 말았네요. 아마 압도적인 선호도를 배제한다면 8.5점은 줄 수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는 사족으로, 비청을 끝내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점 몇 가지입니다.
1. 새제품의 청음에는 반드시 비교청음이 수반되어야 한다.
저는 사실 비교청음을 하지 않고 새제품만 단독으로 갑자기 꺼내서 들으면 장단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귀가 워낙 간사해서요. 체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어폰들을 듣다가 갑자기 높은 걸로 들으면 높은 게 확 좋다고 생각되는데, 높은 것들끼리 번갈아 듣다보면 또 감흥이 죽는 신기한 경험 다들 여러 번 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비교청음을 할 때는 반드시 기준기(이른바 베이스라인)과 번갈아 들어야 한다.
저는 비교청음을 할 때 기준기 한번, 비교기 한번, 다시 기준기 한번, 다른 비교기 한번 으로 번갈아 가면서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각 기기마다 대역의 가까운 정도, 서로 마스킹하는 정도, 디테일 등등 수많은 요소에서 차이가 있는데 사람이 가진 인지편향 중 기준점 효과로 인해 먼저 들은 거에 플래그가 꽂혀 있는 상태에서 들으면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생각되서요. 또 기준기는 크로스오버에서 오는 영향 등이 없고 소리의 기준점이 되어야 할 자연스러움을 가장 잘 드러내 줄 1DD 제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 중저가형 이어폰을 비청할 때는 쿼빗 프로를, 일정 체급 이상의 어어폰을 비청할 때는 IE600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 트레이드오프를 상쇄하려면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야 한다.
이거 세개를 번갈아가며 듣다가 한번 IER-Z1R을 들어보았는데요,(너무 당연한 소릴지 모르지만)갑자기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난 게 고음이 강화되면 필연적으로 저음이 약화되고, 저음이 약화되면 고음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데 물량이 투입된 이어폰은 저중고를 비교적 고루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네요(다만 Z1R이 대역별 다이내믹은 잘 나오지만 특히 고음에서의 디테일이 약간 부족하며 중음이 아무래도 살짝 아쉬운 감이 있기는 합니다).
(적다보니 사족이 더 길어졌네요... ^^;)
비교청음이란 참 매번 시간도 많이 들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번거롭지만,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많은 흥미로운 짓거리(?)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좋은 하루 되세요!
댓글 16
댓글 쓰기기존에는 카덴자도 되게 좋게 들으셨을 거고, 실제로 좋은 이어폰일 테지만 사람 귀라는게... u12t 듣다 들으면 좋게 들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게, u12t 한동안 안 듣다가 카덴자를 들으면 좋게 들리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신제품 청음 및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청에는 비슷한 체급의 무난한 이어폰 하나가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아무래도 TWS 를 일상에서 자주 듣다보니 TWS 랑 자연스레 비청이 되는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왠만한 유선은 다 좋게 들리는 단점이...
말하자면 처음 무엇을 구매하고 이후 아무것도 구매를 안 하고 사용하면 그것이 최고라는 말씀이시지요.
모르는 게 약이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예전에 bs22에 서브 우퍼로 룸 세팅했던 기억이 나서 반가운 마음에 말씀드렸습니다 ㅎㅎ
저도 loxjie A30에 BS22 사용중입니다. 정말 좋아요. 반갑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D
귀라는게 정말 간사하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체급이 다른 기기를 들이고나니 기존 제 취향 소리의 기본라인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_-;;